안녕하세요.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민사법&부동산 전문 변호사 최아란입니다.
불경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리까지 높아지면서 금융기관의 대출 연체율이 점차 올라가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대출금을 받지 못하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물론 피해가 크겠습니다만, 갚아야 하는 줄 뻔히 아는 돈이면서도 갚지 못하는 채무자의 마음만 할까요?
빚을 갚지 못하면 채무자는 계속해서 채권자들의 독촉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협박 아닌 협박까지 받게 됩니다. 게다가 신용불량자로 등재되고 나면 경제활동조차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채무자의 인생이 구렁텅이에 빠지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불경기에 살아남지 못한 채무자에게, 돈을 갚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신용불량자의 낙인을 찍는 것이 과연 정당할까요? 성실히 노력하였음에도 그저 운이 따르지 않아 돈을 벌지 못한 것이라면 한 번은 더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러한 고려를 바탕으로 법은 개인회생 및 파산절차를 마련해두었습니다. 그리고 근래에는 다수의 채무자들이 파산 절차를 이용하여 다시 한번 경제적 자립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채무자가 무사히 파산 절차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수년이 흐른 뒤 또다시 빚을 갚으라는 소장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채무자로서는 과거의 빚을 모두 털어내고 새 삶을 시작했다고 여겼는데, 느닷없이 돈을 내놓으라는 통에 당황하게 되는데요.
오늘은 파산면책을 받은 채무자가 이후에 양수금을 갚으라는 소장을 받았을 때의 대응방법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양수금 뜻 쉽게 설명하면 | 로톡 (lawtalk.co.kr)
불안하실테니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파산면책을 받을 때 일부러 누락시킨 채무가 아닌 한 채무자는 돈을 갚지 않아도 됩니다.
그럼 그 이유에 대해서 법률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파산면책의 효과
파산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파산절차에 의해 배당을 함으로써 채무 전부에 관한 책임이 면제됩니다. 따라서 파산면책을 받았다면 채권자는 채무자를 상대로 돈을 갚으라는 소송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소송 외적으로도 돈을 갚으라고 청구할 권리를 잃게 됩니다.
이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규정하고 있는 내용이자, 대법원 판례에서도 확인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대법원 판례를 볼까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본문은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파산절차에 의한 배당을 제외하고는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전부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면책이라 함은 채무 자체는 존속하지만 파산채무자에 대하여 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파산채무자에 대한 면책결정이 확정되면, 면책된 채권은 통상의 채권이 가지는 소 제기 권능을 상실하게 된다.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다28173 판결
따라서 파산면책된 채권자에 대해서 채권자가 돈을 갚으라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채권자에게는 소 제기 권능이 없다는 이유로 그 소송은 각하됩니다.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채권이라고 하더라도 채무자는 면책됩니다.
설령 채권자가 주장하는 채권이 채무자의 면책신청 당시 채권자 목록에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채무자는 면책됩니다. 이또한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입니다.
파산채권은 그것이 면책신청의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 법률 제566조 단서의 각 호에 해당하지 않는 한 면책의 효력으로 그 책임이 면제된다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다3353 판결 등 참조
단, 아래에서 살펴보듯이 파산면책의 효과가 모든 채권에 대하여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에서 살피는 각 채권에 대해서는 채무자가 면책되지 않으므로 주의하셔야 합니다.
면책되지 않는 채권이 있으므로 주의

파산면책에도 불구하고 채무자가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채권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조세
2. 벌금ㆍ과료ㆍ형사소송비용ㆍ추징금 및 과태료
3.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4. 채무자가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
5.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금ㆍ퇴직금 및 재해보상금
6.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치금 및 신원보증금
7.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 다만, 채권자가 파산선고가 있음을 안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8. 채무자가 양육자 또는 부양의무자로서 부담하여야 하는 비용
다른 채권은 읽어보기만 하면 그 자체로 어떤 채권인지 알 수 있으므로 큰 다툼이 없습니다.
실제 소송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위 7.의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 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인가 입니다.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일부러 채권자 목록에서 누락시켰다면 면책되지 않습니다.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 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이라 함은 채무자가 일부러 특정 채권을 파산면책 신청 당시 채권자 목록에서 누락시킨 경우를 말합니다.
채무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일부러 누락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할텐데요.
이에 법원은 누락된 채권의 내역, 채무자와의 연관성,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 누락의 경위 등에 대한 채무자의 소명과 객관적인 증거를 종합하여 채무자가 일부러 채권자 목록에서 누락시켰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양수금 사건에서는 채권양도 통지가 있었는지 여부, 채권양도 통지가 도달한 시점과 파산면책 신청 시점 사이의 간격, 채무자가 일부변제를 하였는지 여부, 그밖에 채무자가 해당 채무에 대해 알면서도 채권자 목록에서 누락시킬만한 사정이 있었는지 등이 다툼이 됩니다.
실제로 파산면책 후 양수금 청구를 당하였던 사건에서 채무자의 변론 내용에 따라 아래와 같이 상반된 판결이 선고된 바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5. 2. 선고 2021가단5196322 판결에서 법원은 채무자가 일부러 양수금 채권자를 채권자 목록에서 누락시켰다고 보아 양수금 채무에 대한 면책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즉 채무자는 양수금 채무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채권자는 2011년에 채무자에게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그 지급명령을 채무자의 가족이 수령하였고, 채무자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아 확정되었음
채무자는 2019년에 파산면책을 신청하였음
채무자는 2019. 10. 1.경 채권자로부터 채권양도통지서를 직접 수령하였음.
채무자는 2020. 2. 면책허가결정을 받아 그무렵 확정되었음.
파산면책의 채권자 목록에는 양수금 채권자가 누락되어 있음.
법원은 설령 채무자가 2019년 파산면책 신청 당시에 양수금 채권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을지라도 2020. 2. 12.자 면책결정을 받기 전에 그 존재를 알게된 이상 채권자목록에 양수금 채권자를 추가했어야 하는데, 이를 기재하지 않았으므로 채무자는 악의로 양수금 채권자를 채권자 목록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본 것입니다.
반면에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4. 5. 선고 2016나65154 판결은 채무자에게 면책이 인정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채무자는 2015년에 파산면책을 신청하여 2016. 1. 그 결정이 확정되었습니다.
양수금 채무는 2002년도의 신용카드 채무였는데, 채무자는 2003년 이후에는 위 카드를 일체 사용한 적이 없었습니다.
채무자가 파산 면책 결정을 받을 당시에 채권자 목록에는 원리금 합계액이 1억 2천만원이었던 반면에 양수금 채권은 원금 합계액이 1,20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양수금 채권자는 2008년 채무자에게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때부터 7년 이상 채무자는 채권자로부터 이렇다할 독촉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아울러 채무자는 양수금 채권의 채권양도통지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이후 여러 차례의 채권양도가 이루어졌으나, 그 사이 채무자의 주소지로 제대로 채권양도 통지가 도달했다는 근거가 없었습니다.
채무자는 파산면책 신청 과정에서 채권자 목록에 누락했던 일부 채권자들을 추가하였는데, 만약 피고가 파산면책 신청 과정에서 양수금 채권의 존재를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채권자 목록에 기재하거나 뒤늦게라도 추가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상태였습니다.
이에 법원은 비록 채무자의 파산면책 채권자 목록에는 양수금 채권이 기재되어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채무자가 일부러 양수금 채권을 채권자 목록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채무자는 양수금 채무를 갚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파산면책 후 양수금 청구에서 면책되려면
파산면책 신청 당시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어 있다면 그 사실을 소명하여 재판부에 소 각하를 구하여야 합니다. 이 경우에는 대응이 매우 간명합니다.
문제는 파산면책 신청 당시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채무자는 자신이 파산면책을 받았다는 사실 외에 채권자목록에서 채무자가 누락된 경위, 일부러 누락시키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으로 재판부를 설득하여야 합니다.
만약 재판부를 설득하는 데에 실패한다면, 파산면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양수금 청구 소송에서 패소하여 다시금 고리대금을 갚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앞에서 살펴보셨듯이 같은 파산면책이라도 양수금 채무에서 면책되는지 여부는 사안에 따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방어하는지에 따라 소송의 승패가 갈립니다.
그러므로 파산면책 이후 양수금 청구 소송을 당하였다면, 양수금 청구 사건에 정통한 변호사와 상담하셔서 다시금 채무의 굴레로 빠지지 않을 방법을 모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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