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민사법&부동산 전문변호사 최아란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재판은
원고가 법원에 소장을 내고,
피고가 그 소장을 받아본 후,
원고와 피고가 모두 법정에 출석하여,
판사 앞에서 원고와 피고 중 누구의 말이 맞는지 시시비비를 가린 후,
판사의 판단을 받는 절차입니다.
이 재판에서 원고가 승소할 경우, 원고는 판사가 써준 판결문을 토대로 피고의 재산에 대해서 강제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반적인 재판과는 달리 채무자가 법정에 간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빠른 시간 내에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에 대해서 강제집행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채권자가 지급명령을 신청한 경우인데요. 법원은 채권자가 제출한 서류들만 보고 지급명령을 내립니다. 대신 채무자에게 '이 지급명령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면 2주 이내에 이의신청서를 내라'라고만 통지합니다. 많은 채무자들은 법원으로부터 이런 내용을 전달받으면 기한 내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하여 채권자의 지급명령을 무력화시킵니다.
그러나 사는 게 너무 바쁘거나, 법률용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법원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묵혀둔 경우에는 무언가 조치를 취해볼 새도 없이 2주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는데요.
이 경우 채무자는 어느날 갑자기 채권자로부터 예금 압류, 부동산 경매 등의 강제집행을 당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은 2주의 이의신청기한을 놓쳐 지급명령이 확정되었지만, 이후 청구이의의 소송을 제기하여 강제집행을 막고 은행 예금 압류를 해제한 사건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 지급명령에 대한 좀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포스트 참고해주세요.
지급명령 확정되었어도 청구이의 소송으로 다툴 수 있어 | 로톡 (lawtalk.co.kr)
지급명령 이의신청 기간이 지났더라도 | 로톡 (lawtalk.co.kr)
20여년 전 채무로 인해 은행 예금 압류를 당했던 의뢰인
의뢰인은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인 1996년경, 채권자로부터 소액의 돈을 빌렸지만 갚지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08년, 채권자는 의뢰인을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했고 의뢰인은 이 지급명령에 대해 미처 이의신청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4년이 흘러 2012년, 채권자는 위 지급명령을 기초로 의뢰인의 은행 예금에 대한 강제집행, 즉 압류를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의뢰인의 계좌에는 딱히 돈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의뢰인은 먹고사는 게 힘들어 법원 업무를 처리할 시간도, 능력도 없었기 때문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다시 수년 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던 2023년, 의뢰인은 이제는 본인의 명의로 떳떳하게 경제활동을 하고, 남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저희 사무실을 찾아 오셨습니다.
※ 이 사건 지급명령은 2008년에 있었는데, 이후 10년 이상 지났으면 그 자체로서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채권자가 압류를 함으로써 소멸시효를 중단시켰고, 그 압류의 효력이 계속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에 추가적인 법적 조치가 필요한 사건입니다. 압류와 소멸시효 중단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아래의 포스트 참고해주세요~
압류와 소멸시효의 중단 | 로톡 (lawtalk.co.kr)
지급명령에 대한 청구이의, 승소 가능성 검토
지급명령에 대해서 청구이의의 소송을 제기하기만 하면 무조건 지급명령을 취소할 수 있다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청구이의의 소송에서는 해당 지급명령이 잘못된 지급명령이라는 점에 대해 채무자가 스스로 입증해내야만 그 지급명령을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때 그 지급명령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어떻게 주장하여야 하는지가 관건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 의뢰인의 채무는 1996년에 발생한 것이었던 반면에, 채권자는 2008년에야 지급명령을 신청하였기 때문에 그 지급명령 자체가 소멸시효 완성 이후에 신청된 사건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이 사건에서는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통해 청구이의의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청구이의의 소송 제기, 승소
위와 같은 법률검토 끝에 의뢰인은 지난 지급명령에 대하여 청구이의의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청구이의의 소송에서 소멸시효 완성에 대해서 항변하였지요.
법원은 의뢰인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2008년도 지급명령에 기초해서는 더이상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은행 압류 해제
그리고 의뢰인은 이 판결문을 근거로 수십년간 의뢰인을 괴롭혔던 은행 압류를 모두 해제하였습니다.
이제는 채무의 굴레에서 벗어나 양지에서 떳떳한 삶을 살수 있게 된 것이지요. 압류가 마침내 해제되었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기뻐하시던 의뢰인의 모습에서 저또한 큰 보람을 느꼈던 사건입니다.

변호사의 한마디
이 사건의 의뢰인께서는 저희 사무소에 오시기 전에 이미 많은 법률상담을 받으신 상황이었습니다.
그 많았던 법률상담에서 많은 변호사들이 의뢰인에게 '본인 명의의 재산이 없고, 과거의 채무가 분명치 않으니 파산신청을 해라'라고 강력하게 권유하였다고 합니다.
※ 이 포스트에는 1건의 청구이의 소송만을 다루었으나, 이 의뢰인에게는 이 건 외에도 유사한 채무가 몇 건 더 있었기 때문에 모든 소송 사건을 마무리지으려면 상당한 법률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었고, 그렇다면 파산신청을 하는 게 오히려 돈을 아끼는 방법이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나 이 사건 의뢰인의 결심은 확고했습니다. 소송을 통해서라도 모든 채권채무관계를 확실히 정리하고 이제는 더이상 그늘에 숨어 살지 않겠다는 결심이었지요.
결국 의뢰인은 먼길을 돌고 돌아 소송을 통해 채무를 모두 해결해줄 변호사를 찾아 저희 사무실을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수개월이 흐른 지금, 모든 채무를 정리하고, 압류를 해제한 후 수십년 만에 가장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계십니다.
이 사건은 제게 '많은 변호사들이 생각하는 경제적인 관점보다, 때로 의뢰인의 정서적인 부분이 훨씬 중요하다'라는 교훈을 남긴 사건으로 오래 기억될 듯 합니다. 오늘 이 포스트을 마무리하면서 항상 의뢰인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보는 변호사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가져봅니다.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민사법&부동산전문변호사 최아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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