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빈 변호사입니다.
"묵비권을 쓰면 오히려 의심받는 거 아닌가요?" "그냥 입 다물고 있으면 더 불리해지는 거 아닐까요?" 경찰 조사를 앞둔 분들이 진술거부권 불이익을 두고 가장 많이 하는 걱정입니다. 진술거부권은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권리이고, 이를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불이익을 줄 수는 없습니다. 다만 현실은 조금 더 미묘합니다 — 어떻게, 어느 범위로 행사하느냐에 따라 수사기관과 법원이 받는 인상이 달라질 수 있어, '무조건 침묵'이 늘 최선은 아닙니다. 전면 거부와 질문별 선택적 거부는 조서에 전혀 다른 흔적을 남깁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은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진술거부권이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고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조사 초반 경찰이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안내하는 것이 바로 이 조항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 권리를 실제로 어떻게, 어느 범위에서 행사해야 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고, 고지를 받고도 막연히 "그냥 다 말하는 게 낫겠지"라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진술거부권이 정확히 무엇이고 언제·어떻게 행사하는지, 법적 불이익은 없지만 왜 인상 관리가 필요한지, 그리고 왜 전략적 행사에는 변호인 조력이 필요한지를 차례로 살펴봅니다.
"진술을 거부하면 죄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1. 진술거부권이란 —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진술거부권은 피의자가 수사기관의 신문에 대해 답변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에 따라 수사기관은 신문을 시작하기 전 이 권리가 있다는 사실과 함께, 진술을 거부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점,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까지 함께 고지해야 합니다. 고지가 누락되거나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진 채 신문이 진행됐다면 그 자체가 절차상 문제로 다퉈질 수 있어, 조사 초반 고지 여부를 스스로 확인해두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 고지 의무 — 신문 전 진술거부권·불이익 없음·변호인 조력권을 함께 안내하는 것이 수사기관의 법적 의무임
- 전면 거부와 선택 거부 — 질문 전체에 답하지 않을 수도, 특정 질문에만 답하지 않을 수도 있어 범위를 스스로 정할 수 있음
- 이유 설명 불필요 — 왜 거부하는지 이유를 밝히지 않아도 되며, 거부 자체로 추가 해명 의무가 생기지 않음
- 조서 기재 요청 — 어느 질문에서 거부했는지 조서에 명확히 남겨 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 추후 다툼의 근거가 됨
많은 분들이 진술거부권을 "전부 말하지 않는 권리"로만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질문 단위로 선택적으로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답할 질문과 답하지 않을 질문을 구분하는 것도 진술거부권 행사의 한 형태이며, 이 구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조서에 남는 인상이 달라집니다. 예컨대 사실관계는 인정하되 고의나 경위처럼 다툼의 여지가 있는 질문에서만 거부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2. 언제, 어떻게 행사하나
진술거부권은 신문이 시작된 이후 아무 때나 행사할 수 있습니다. 조사 초반에는 답변하다가 특정 질문에서만 거부하는 것도 가능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진술을 거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행사 시점과 방식에 따라 조서에 남는 표현이 달라지므로, 언제 어떻게 말할지는 미리 정리해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 질문 단위 판단 — 질문마다 답변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 인정할 부분과 거부할 부분을 구분해 말할 수 있음
- 명확한 의사 표시 — "이 부분은 진술을 거부하겠습니다"처럼 분명한 문장으로 거부 의사를 표현해야 함
- 거부 사실 기재 요청 — 거부한 질문과 시점을 조서에 구체적으로 남겨 달라고 요청해 추후 확인이 가능하도록 함
- 전면 거부 여부 판단 — 사안 전체를 다투는 경우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전면 거부하는 방식이 유리할 수 있음
중요한 것은 거부 의사를 애매하게 표현하지 않는 것입니다. 답변을 회피하듯 얼버무리면 오히려 조서에 불명확한 진술로 남을 위험이 있고, 이는 "일부 시인" 또는 "모호한 태도"로 해석되어 전면 거부보다 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애매한 회피 답변은 거부도 인정도 아닌 상태로 남아, 나중에 그 부분을 다시 설명하기가 오히려 더 어려워집니다.
3. 법적 불이익은 없지만, 인상은 남는다
조사 현장에서는 종종 "왜 대답을 안 하냐", "떳떳하면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술거부권 행사 자체는 유죄를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고, 법이 정한 진술거부권 불이익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원칙은 경찰 단계뿐 아니라 이후 검찰·법정 단계에서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 유죄추정 근거 아님 — 진술거부 사실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는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 원칙임
- 불리한 판단자료 배제 — 거부 사실 자체는 법적으로 불리한 판단자료에서 제외되어야 함
- 침묵의 법적 불이익 없음 — 침묵했다는 이유만으로 가중처벌이나 별도 불이익을 줄 수 없음
- 단계별 인상의 누적 — 경찰 단계의 인상이 검찰 송치의견과 법정 양형 판단까지 은연중 이어질 수 있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법적으로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것과, 수사기관·법원이 받는 인상이 아무 영향이 없다는 것은 다릅니다. 처음부터 무턱대고 전면 거부하면 경찰·검사·판사에게 '떳떳하지 못하다', '무언가 숨긴다'는 인상을 줄 수 있고, 이 인상은 구속영장 심사, 검찰의 기소 여부 판단, 법정의 양형 판단에 이르기까지 단계마다 은연중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진술거부권은 '쓸지 말지'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거부할지'를 가려서 인상까지 관리하며 행사해야 하고, 이 판단에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4. 전략적 행사엔 변호인 조력이 필요합니다
다만 무조건 침묵하는 것이 항상 최선은 아닙니다. 사건에 따라서는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쟁점이 되는 부분만 진술을 거부하는 전략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어느 질문에 답하고 어느 질문에 답하지 않을지를 정하는 것 자체가 사건의 증거관계를 이해해야 가능한 판단이며, 이 판단이 어긋나면 거부가 오히려 의심을 키우는 역효과를 낳기도 합니다.
- 사안별 사전 판단 — 사실관계 인정 여부와 진술거부 범위를 조사 전에 사안별로 미리 정리해둠
- 유불리 진술 구분 — 인정해도 되는 부분과 다퉈야 할 부분을 미리 구분해 불필요한 전면 거부를 피함
- 행사 범위 사전 조율 — 변호인과 함께 질문 유형별 대응 방식을 미리 정리해 현장 판단 부담을 줄임
- 조서 기재 방식 점검 — 거부 사실이 조서에 어떤 표현으로 남는지까지 변호인과 함께 확인함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진술거부권은 "쓰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입니다. 조사를 앞둔 시점부터 이 범위를 정리해두는 것이 이후 절차 전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실제로 임승빈 변호사는 죄명이 서로 다른 사건에서도 조사 초기 진술 방향을 정리해 경찰 단계에서 사건을 종결시킨 사례들을 이끌어냈습니다. 아래는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과 똑같은 고민에서 시작된 실제 해결사례입니다. 눌러서 어떻게 풀어냈는지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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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명은 절도·성매매·모욕·사기·불법촬영물 소지로 서로 다르지만, 다섯 사건 모두 조사 초기에 진술과 대응 방향을 잡아 경찰 단계에서 뒤집은 결과라는 점은 같습니다. 진술거부권을 언제 어떻게 쓸지도 결국 이 초기 방향 설정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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