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과실치사상] 가습기살균제 사건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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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과실치사상] 가습기살균제 사건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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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과실치사상] 가습기살균제 사건 무죄 

김상훈 변호사

무죄

대****

201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 충격을 안겼던 가습기살균제 사건 중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던 A사, C사 가습기살균제 사건(이하 'A사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해 얼마 전 대법원에서 무죄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저희는 2심부터 A사 가습기살균제 사건 피고인들 중 한 분을 변호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1심에서는 무죄판결이 선고됐으나 2심에서는 결론이 정반대로 유죄로 바뀌었으나, 대법원은 저희를 비롯한 다수의 변호인단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여 무죄취지의 파기환송 판단을 하였습니다. 이 재판은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재개될 예정입니다.

 

​언론이나 다수 일반 사람들은 "피해자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무죄라니"라는 반응입니다. 특히 'B사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유죄판결이 확정됐는데, 'A사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왜 무죄냐는 자연스러운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하게 'A사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해 왜 무죄취지 대법원 판결이 선고됐는지 지극히 피고인 변호인의 입장에서 간략히 써보려 합니다.

 

  • 가습기살균제의 성분에 따른 분류

유죄판결이 확정된 B사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성분은 PHMG/PGH 이고, 이는 여러 과학적 연구결과를 통해 '사람'에게 피해자들이 겪은 폐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위해성이 비교적 쉽게 증명됐습니다. 그런데 A사 가습기살균제는 B사 제품과 완전히 다른 CMIT/MIT 성분입니다. 2010년대 초반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들이 다수 발생했을 때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조사에서 P계열의 위해성은 용이하게 증명됐으나 C계열의 성분의 위해성은 증명되지 않았었습니다.

 

  • 검찰의 B사 관련자들 기소 및 유죄판결 선고

이에 검찰은 B사 제품 단독사용자들만(B사와 A사 복합사용자도 포함)을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피해자로 인정보고 B사 관련자들만을 기소하여 유죄판결이 나온 것입니다. 위해성이 증명된 P계열 물질의 안전성 검증 등 없이 만들어져 판매되어 소비자들이 소비하게 한 B사 사건 피고인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인정되어 유죄판결이 선고된 것입니다.

 

  • C계열 제품인 A사 가습기살균제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 및 기소

그런데 2019년경 A사 가습기살균제도 가습기살균제인데 이것만 사용한 사람들은 왜 범죄피해자가 아니냐는 여론의(+대통령의) 압박이 있었고 결국 검찰은 본래 기소할 생각이 없었던 A사 가습기살균제 관련자들을 강도높게 수사하여 결국 기소에 이르게 됐습니다.

 

  • A사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쟁점 - 공소시효, 인과관계, 과실범의 공동정범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죄명은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입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공소시효는 7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2010년대 초반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불거진 후 판매가 중단됐고, 대부분 국민들도 사용을 중단했기 때문에, 환경부 차원에서, 그리고 검찰이 파악한 피해자들의 피해발생 시부터 기산되는 공소시효가 2019년경 지나버려서 기소해도 공소기각판결이 선고될 상황에 처해진 것입니다.

 

이에 검찰이 선택한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일단 인과관계는 증명됐다고 전제하고, 무조건 기소해야 한다.

2) 공소시효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공범' 중 일부가 기소되면 공소시효 진행이 정지(형사소송법 제253조)되므로, 이미 기소되어 유죄판결난 'B사 피고인들'과 'A사 관련자들'을 공범, 즉 과실범의 공동정범으로 만들면, A사 관련자들에 대한 공소시효가 도과된 것이 아니다.

 

  • A사 피고인들과 B사 피고인들이 공범에 해당하는가

(C계열 가습기살균제의 C계열 성분이 인체에 폐질환 등을 일으키는 위해성이 증명됐는지 여부는 논외로 합니다. 참고로 1심은 위해성 증명이 안 됐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피해발생과 A사 제품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어 무죄라는 판단을 했고, 2심은 증명됐다고 보고 유죄판단을 했습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과실범의 공동정범에 대해서는, 과실치사, 과실치상 같은 과실에 의한, 즉 실수에 의한 범죄에 대한 공범이 성립하는 경우 어떤 요건 하에서 성립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은 아주 예전부터 일관되게 "의사의 연락이나 주의의무위반에 대한 공동의 인식"이 있어야만 과실범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도1740 판결 등 참조). 즉 같은 실수를 여러 명이 저질렀더라도 그들이 무조건 '공범'이 되는 것은 아니고, 그들 사이에 의사연락이나 주의의무위반에 대한 공동인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 피고인들에게 굉장히 불리해지는 공범이 인정됨에 따른 여러 법률효과[공소시효 정지, 내가 하지 않은 다른 공범의 행위까지 나도 전부 책임(일부실행 전부책임), 인과관계의 포괄적 인정 등]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흡연자들이 담배꽁초를 무단투기하는 경우 건조한 날씨에 종종 그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는데 흡연자들을 무조건 공범으로 보게되면, 구체적으로 누가 버린 담배꽁초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는지 증명될 필요 없이, 그저 여러 담배꽁초들 중 하나에서 불이 난 것이라면 담배꽁초를 제대로 안 끄고 무단투기한 모든 사람들이 화재로 인한 형사처벌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즉 처벌 범위가 극단적으로 확대될 수 있고, 수사기관은 엄밀한 범죄수사 없이 대강의 관련자들을 대충 수사해서 처벌해도 되는 것입니다.

이에 저희들은 1) A사 제품과 B사 제품은 그 성분이 완전히 다르다, 2) B사 성분은 위해성이 입증됐으나 A사 성분은 그렇지 않다, 3) B사와 A사는 경쟁사이기 때문에 서로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개발, 생산, 출시 등을 공모하거나 의사연락하거나 주의의무위반을 공동으로 할 지위도 아니고 한 적도 없으므로 공범이 아니다 등의 주장을 하면서, 이와 같은 이유로 A사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인과관계 증명도 안 됐고, 이미 공소시효도 대체로 지났으므로 무죄(+공소기각)라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특히 판매제품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아예 성분이 다르면서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경쟁사끼리 공범관계에 있다고 쉽게 판단된다면, 예를 들어 '버거킹, 맥도날드, KFC, 파파이스에서 파는 햄버거를 먹고 식중독이 발생한 경우, 버거킹, 맥날, KFC, 파파이스가 공범이 된다는 것인데 이게 말이 되느냐'와 같은 직관적인 변론이 다수 변호인단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2심은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경쟁관계에 있는 복수의 제조업자가 동일한 유형의 제품을 제조·판매하고 소비자가 시중에 유통되는 여러 종류의 제품들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히 예정되어 있으므로 위 각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개발․제조․판매에 관여한 사람들 모두가 공동의 주의의무와 인식 아래 업무상 과실로 결함 있는 가습기살균제를 각각 제조․판매하였다고 할 것이고, 그 결함으로 그중 두 종류 이상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피해자들에게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였다면, 이들 중 특정 피해자가 중복 사용한 가습기살균제들의 제조․판매에 관하여 업무상과실이 있는 사람들 간에는 해당 피해자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이는 위와 같은 거래실정에서 복수의 여러 종류의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들에게 건강상 피해가 발생하였을 경우 각 제품의 결과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를 일일이 가려내어 규명하는 것이 성질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데다 그 위험에 상응하여 사전에 그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행위자들에게 공동의 주의의무를 부과시키는 것이 형사정책적 목적에서도 타당하기 때문이다. 관련 사건 확정판결에서도 이와 같은 취지의 법리가 선고된 바 있다(서울고등법원 2024. 1. 11. 선고 2021노134 판결)."라고 판시하면서 A사와 B사가 과실범의 공동정범, 즉 '공범'이라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2심의 위 판결의 의미는, 1) 대량생산, 대량소비 현대산업사회에서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 시 여러 다른 회사 상품들을 바꿔가며 사용하는 것은 당연이 예정되어 있다, 2) 이런 상황에서는 경쟁관계에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들 사이에 서로서로 안전한 제품 만들어야 한다는 공동의 주의의무가 있고 안전하지 않은 제품 만든다는 공동의 인식이 있다고 봐야 한다, 3) 그러므로 경쟁관계 있는 제품 생산, 판매하는 경쟁사들이라도 소비자들이 동일유사제품으로 인식하여 소비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공범관계에 있다, 4) B사 사건에서도 비슷한 판단했다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저희는 B사 사건에서 대법원이 경쟁사들끼리(B사 외 다른 경쟁사도 공범으로 처벌) 동일유사한 성분인 P계열 제품을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관념적으로 공동의 주의의무와 공동인식을 인정한 것은 부적절하나 그나마 이런 이유로) B사 판단은 결론에 있어서는 맞으나, 아예 성분이 다른 제품이나 소비자들이 그런 것 고려치 않고 소비할 '것 같다'는 이유로 특별한 증명이나 검토 없이 무작정 경쟁사들 전체가 공범관계에 있다고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 대법원은 성분이 아예 다른 A사 가습기살균제와 B사 가습기살균제 피고인들 사이의 공범관계를 부정함

 

2심 유죄판결 이후 즉시 상고했고, 상고심에서는 여러 쟁점이 다퉈졌으나 특히 '과실범의 공동정범'과 관련한 치열한 법리공방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위의 "의사의 연락이나 주의의무위반에 대한 공동의 인식"이 있어야만 과실범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1) A사 피고인들과 B사 피고인들 사이에 의사연락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2) A사 피고인들과 B사 피고인들 사이에 피해자들 사망, 상해 결과에 대한 공동인식이나 묵시적 의사연락이 있었다고도 보기 어려우며, 3) 2심이 들고 있는 대량생산, 대량소비사회에서 소비자들이 성분 차이 알면서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정만으로 아예 성분이 다른 제품을 생산, 판매한 경쟁회사들 사이의 과실범의 공동정범 성립을 인정한다면 인터넷 등을 통해 아예 국경을 초월한 국제거래가 엄청나게 빈번해진 상황에서 상품제조, 판매자들에 대한 과실범 공동정범 성립범위가 무한정 확장되어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시를 하면서, B사 피고인들과 A사 피고인들은 과실범의 공동정범 관계에 있지 않으므로, 이러한 입장과 다른 관점에서 공범으로 보고 만연히 A사 가습기살균제와 피해자들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 판단을 제대로 하지 않고 A사 피고인들이 유죄라고 판단한 2심 판결은 잘못됐다고 판단하며, 무죄취지 파기환송을 한 것입니다(대법원 2024. 12. 26. 선고, 2014도1856 판결).

 

  • 대법원 판결의 의의

A사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교과서에 무조건 실릴 아주 중요한 사건입니다. 과실범의 공동정범의 성립 범위를 수사편의, 행정편의를 위해 무한정 확장하려는 시도에 제동을 걸었고, 소비자들이 여러 회사 제품들을 흔히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경쟁제품을 판매하는 경쟁사들이 무조건 공범이라는 판단이 부당하다는 것을 명확히 선언하였으나, 특히 '대량생산 대량소비사회이므로 소비자 보호라는 형사정책 차원에서 경쟁사들도 모두 공범이라는 관점으로 과실의 공동을 무한하게 확장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오히려 '인터넷을 통한 전세계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전세계 모든 경쟁사들에 대해서까지도 공범성립이 가능할 수 있다는 과도한 주장이나 마찬가지므로 배척한다'는 입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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