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미한 카촬 범죄 처벌의 문제점
2020. 5. 19. 성폭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으로 불법촬영물 관련 범죄의 처벌이 강화되었습니다. 그 배경은 다들 아시다시피 n번방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워낙 사회적 파장이 크다 보니 불법촬영물에 대한 수요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방법, 즉 소지나 시청까지 금지하게 되었습니다. 통상 ‘불법촬영물’이라고 하면 아청법(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의 아청물(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도 포함해서 얘기할 수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성폭법상 카촬물(카메라 등 이용 촬영물)에 한정하겠습니다.
이와 같이 강경한 형사정책적 대응은 다른 한편으로 일반 시민들의 행동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약하게 되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정상적인 용도로 카메라폰을 이용할 때도 은연중에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 인간의 성적 본능마저 사회적으로 통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경미한 실정법 위반행위만으로도 과잉된 수사의 포위망에 걸려들면 성범죄자로 낙인이 찍힐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디지털기기가 일상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통매음(통신매체 이용 음란행위)이나 카촬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게 되면 처벌 수위에 관계없이 신상정보 제출의무가 부여되는 등 국가의 관리를 받게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선고유예의 판결을 받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므로(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4도9933 판결 참조), 성범죄자로 낙인이 찍히지 않으려면 수사기관에서 기소유예를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카촬 범죄 성립과 관련된 실무상 중요 쟁점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카촬의 대상이 되는 신체는 무엇을 말하는지, 2) 카촬물을 우연하게 시청하게 된 경우도 처벌되는지, 3) 유료 대화방 입장만으로 카촬물을 소지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등에 관하여 판례의 입장을 중심으로 알아보겠습니다.
[2] 카촬의 대상이 되는 신체
[성폭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8. 12. 18., 2020. 5. 19.>
④ 제1항 또는 제2항의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소지ㆍ구입ㆍ저장 또는 시청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신설 2020. 5. 19.>
카촬은 기본적으로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경우입니다. 즉 촬영대상자가 동의하거나 그로부터 추정적 승낙이 기대되는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카촬은 대상자의 동의 없이 그 신체를 촬영하였다고 해서 바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는 경우에만 문제가 됩니다. 나체는 물론 성적 상징으로 인식되는 특정 신체 부위는 모두 이에 포함됩니다. 그런데 판례는 단순히 신체 부위 자체만 갖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지 않습니다. 버스 안에서 치마 밑으로 드러난 18세 여성의 허벅다리를 촬영한 것도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촬영한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의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들의 입장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고려함과 아울러, 당해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의 정도 등은 물론,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에 이르게 된 경위, 촬영 장소와 촬영 각도 및 촬영 거리, 촬영된 원판의 이미지,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상대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도7007 판결)
레깅스를 입고 버스에서 하차하려는 여성의 하반신을 약 8초간 몰래 촬영한 사건에서는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 대법원에서는 다시 유죄 취지로 판단하였는데(대법원 2020. 1. 6. 선고 2019도16258 판결), 이 역시 하반신 자체가 이러한 신체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 아니라 그 경위, 방법 등을 고려해서 판단한 것이었습니다. 다만 판례는 청바지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 전신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촬영한 사건에서는 이러한 신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면서,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바로 뒤에서 엉덩이를 부각하여 촬영한 경우와 구별하였습니다(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도13203 판결).
이상의 판례에서 볼 수 있듯이 ‘도촬’은 카촬과 다르고, 특정 신체가 부각되어 촬영되었더라도 경우에 따라 카촬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촬영된 영상만으로 카촬인지 애매한 경우 그 경위나 방법에 있어 비정상적인 부분이 없었는지 따져볼 일입니다.
[3] 카촬물 시청은 무조건 처벌되는가
카촬물 시청 금지를 야동 시청 금지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정도로, 최근의 입법은 개인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성폭법은 야동 중 카촬물의 시청에 한정하여 처벌하고 있습니다. 결국 야동 중 아청물(아청법에 따른 처벌), 카촬물 시청은 금지, 그 밖의 야동 시청은 허용(?)하는 것이 되는데, 문제는 그 야동을 열어보기 전까지 어떤 내용인지 모르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즉 야동인 줄은 아는데(야동인 사실조차 모를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이 단순한 야동인지, 아니면 아청물이나 카촬물에 해당하는지는 파일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모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카촬물이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되었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물론 유포되는 카촬물은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심지어 자신의 신체를 촬영한 영상물을 돈을 받고 거래하는 경우도 있는데(타인의 강요에 의한 자영물은 제외),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를 시청하더라도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아무튼, 카촬물인지 모르고 시청한 경우는 카촬물에 대한 인식이 없으므로(고의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포렌식 결과 휴대폰에서 이러한 영상이 확인되었다고 하더라도 갤러리에 보관하고 있지 않은 경우라면 카촬물 시청으로 단정지을 수 없게 됩니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황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주장을 해야 할 것입니다.
[4] 카촬물 소지에 관한 최근 판례
다수의 음란물이 공유되어 있는 유료 대화방에 입장하게 되면 아청물, 카촬물을 언제든지 시청하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므로 대화방 참여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소지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판례는 자신이 지배하지 않는 서버 등에 저장된 아청물에 접근하여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인터넷 주소 등을 제공받은 것에 그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청물을 '소지'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하였고(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2도6278 판결), 이는 카촬물 소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4. 1. 11. 선고 2023노2100 판결).
[김차 변호사 관련 경력]
법무법인 세영 파트너 변호사
사법시험 47회, 사법연수원 37기
고려대 법학과 졸업
경북대 과학수사학석사(과학수사, 법의학, 보건의료 전공) / 경북대 법학박사(행정법 전공)
국선전담변호사(성폭력/국민참여재판 전담 재판부)
경찰서 민원상담 변호사, 경찰서 민원조정위원회 외부위원(현)
군사법원 국선변호인(현)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현), 계명문화대 경찰행정과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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