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등 매매계약을 하는 경우 서로 합의한 날짜에 각자 돈 주고 물건 주고 잘 이행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당연히 자주 문제가 발생한다. 문제 해결방법이 보이지 않는 경우에 결국 안전하게 계약관계를 탈출하기 위해 해제를 고려하게 되는데 계약서의 해제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법률로 정해진 해제를 고려해야 한다.
법률로 정해진 해제는 크게 3가지가 있는데, 이행불능(ex. 팔기로 한 물건이 부숴짐), 이행거절(확고하고 최종적으로 이행안하겠다고 선언), 이행지체(이행하기로 합의한 날짜에 하지 못하고 늦어지는 상태)가 된다. 실무상 이행불능과 이행거절보다 이행지체가 압도적으로 케이스가 많다.
1. 이행 지체와 해제
민법 제544조(이행지체와 해제)
당사자 일방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이행거절)에는 최고를 요하지 아니한다.
상대방이 지지부진하게 끌더라도 아쉽지만 바로 해제권이 생기는건 아니고, 상당한 기간(실무상 2~4주)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이행을 촉구, 빨리 이행하세요 재촉하기)하고, 그럼에도 이행하지 않으면 그때서야 해제권이 발생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단, 처음부터 "언제까지 이행하지 않으면, 그 다음 날 해제하겠습니다"라고 미리 해제권 자동행사의 의사표시를 해놓는 것도 효력이 있다(판례).
2. 숨은 요건 하나 더
그런데 법문에는 없는 숨은 요건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상대방이 이행하지 않는다고 나도 아무것도 안하면 이행지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나도 최소한의 이행을 하려는 노력(=이행제공)을 해야 상대방을 이행지체 상태로 만들 수 있다.
쌍무계약에서 일방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하더라도 상대방 채무의 이행제공이 있을 때까지는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이행지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며, ....(중략).... 언제든지 현실로 이행할 수 있는 준비를 완료하고 그 뜻을 상대방에게 통지하여 그 수령을 최고하여야만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행지체에 빠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대법원 2001도3764 판결
즉, 이행기(서로 돈주고 물건주고 하기로 합의한 날)를 지난 후에 내가 이행제공을 하게 되면 상대방은 이행지체 상태가 되고, 일정 기간을 두고 이행을 촉구한 뒤에야 해제권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무를 하게 되면 판례에서 요구한 "현실로 이행할 수 있는 준비를 완료하고"가 구체적인 사안에서 어디까지 해야하는지가 늘 문제다.
3.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에게 요구되는 이행제공
"이행장소로 정한 법무사 사무실에 그 서류 등을 계속 보관시키면서 언제든지 잔금과 상환으로 서류들을 수령할 수 있음을 통지하고, 신의칙상 요구되는 상당한 시간 간격을 두고 거듭 수령을 최고하면 이행의 제공을 다한 것이 되고, 그러한 상태가 계속된 기간 동안 매수인이 이행지체로 된다 할 것이다."
대법원 2001다6053 판결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의 의무는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고 부동산을 인도하는 것이다. 이에 판례는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법무사 사무실에 맡기고, 매수인에게 돈 가져와서 바꿔가라는 통지를 계속하면 이행제공을 다한 것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매수인이 돈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일정 기간이 지난 이후에 해제권을 행사하여 받은 계약금을 몰취하면 될 것이다.
4. 매수인에게 요구되는 이행제공
매도인의 경우는 2000년대 초반에 판례가 나왔는데 매수인은 어떻게 해야되는지는 바로 두 달 전인 2024. 9. 판례가 나왔다.
0000.0. 00.(이행기 시점) 매수인은 자신의 보통예금 계좌에 잔금을 넘는 돈을 보유하면서, 언제라도 이를 출금하거나 매도인의 계좌로 송금하여 잔금 지급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피고에게 그 통지와 수령을 최고함으로써 잔금 지급의무에 관한 이행의 제공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 2024. 9. 13. 선고 2024다237757 판결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매수인은 오로지 돈만 주면 되기 때문에 자기 계좌에 잔금 이상의 돈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 증명한다면 송금하는 거야 바로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이행제공을 다한 것으로 본다.
2004년 판례에는 똑같이 잔금 이상의 돈을 보유한 계좌의 사본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잔금의 준비에 불과할 뿐 적법한 이행제공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최신 판례는 이 판례와 반대되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이는데 다소 의문이 들지만 어쨌든 20년 전 판례보다 최신판례의 경우를 믿고 그대로 하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
5. 매수인이 대출을 받아 잔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추가로, 보통 자기 부동산 매수시 대출을 받아서 지급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이 경우엔 은행에서 매도인에게 바로 돈이 지급되기 때문에 판례 사안처럼 자기 계좌에 전액을 보유하는 것은 힘들 수 있다.
이런 경우까지는 판례가 없지만 사견으로는, 대출신청서, 원리금납부계획서, 담당자 명함, 주고받은 문자 등 은행에서 대출 실행을 위한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취지의 증거를 통해 잔금 납부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증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6. 손해배상액은?
위와 같이 이행지체 시 해제권을 행사하면, 계약을 없었던 것으로 돌릴뿐만 아니라 손해배상까지 가능하다. 보통 일반적으로 쓰는 매매계약서를 보면 "채무불이행이 있을 경우 계약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계약금을 손해배상의 기준으로 한다."는 문구가 삽입되어 있다.
즉 매수인은 해제권을 행사하여 주었던 계약금 + 계약금 만큼의 손해배상액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되고, 매도인은 받은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고 + 추가로 계약금 만큼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할 권리가 생기게 된다.
부동산 매매계약은 거래 단위가 크기 때문에 계약금 만큼의 손해배상도 최소 몇 천 만원에 이른다. 계약이 잘못 되었다고 버티지 말고 빨리 상대방에게 연락하여 합의점을 찾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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