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에서 돈을 안주는데 사업자등록은 사장이 아니라 사장 아내이름으로 되어있어요
이럴 때 누구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할까요?
원칙은 당연히 실제로 사업을 하는 사람이 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여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세금 등 다양한 이유로 아내, 배우자, 부모, 친구, 지인 등 타인 명의를 빌려 사업자 등록을 하여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명의를 빌려 실제 행동한 사람(명의차용자)은 당연히 자기가 행동했으니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혹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자기도 책임져야 하는지 찝찝하고, 거래 상대방도 누구를 상대로 청구해야 하는지 몰라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
1. 명의대여자란?
흔히 보는 것처럼 이름을 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상호, 예명, 가명, 줄임말 등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영업상 관련이 있고 동일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모두 명의 대여에 해당한다.
반드시 빌려줄때 서면으로 허락을 하거나 명시적인 동의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묵시적인 허락도 명의대여를 승낙한 것으로 본다. 다른 사람이 내 명의로 사업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가만히 두고 보는 경우가 해당된다.
2. 명의대여자의 책임
이렇게 자기 이름이나 상호를 사용하도록 허락한만큼 이를 믿고 거래한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해서 상법은 거래 상대방이 오인한 경우 실제 행위자(명의차용자)뿐만 아니라 명의대여자도 연대책임이 있다고 규정하였다.\
상법 제24조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것을 허락한 자는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에 대하여 그 타인과 연재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
여기서 '오인'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가 문제되는데 이에 대해 판례는 아래와 같이 정의하였다.
상법 제24조에서 규정한 명의대여자의 책임은 명의자를 사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거래 상대방이 명의대여 사실을 알았거나 모른 데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바, 이때 거래의 상대방이 명의대여사실을 알았거나 모른 데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는 면책을 주장하는 명의대여자가 입증책임을 부담한다.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6다21330 판결
예를 들면 A업체와 거래를 하는데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려고 보니 사장이라는 사람 명함에 적힌 이름과 사업자등록증 상의 이름이 다른 것을 발견하고 A업체 사장에게 '이름이 다른데 어떻게 된거냐'는 식으로 물어보니, '아내 이름으로 사업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들어서 아 아내는 이름만 빌려주고 실제로는 이 남자가 운영하는구나 라고 알게 되었다면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명의대여자인 아내가 아닌 실제 운영중인 남편 사장에게만 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영업을 하면서 어떤 경우로든 거래 상대방이 명의대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명의대여자에게까지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다.
3. 명의차용자가 불법행위를 한 경우 명의대여자의 책임
위에서 말한 명의대여자의 책임은 물품대금 변제 등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면서 발생하는 채무에 대해 변제할 책임이 있다는 것인데, 나아가 명의차용자가 사기 등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경우에 명의대여자가 불법행위 책임도 저지르는지 문제가 된다.
판례는 이에 대하여는 명의대여자의 책임은 없다고 본다.
상법 제24조 소정의 명의대여자 책임은 명의 차용인과 그 상대방의 거래 행위에 의하여 생긴 채무에 관하여 명의 대여자를 진실한 상대방으로 오인하고 이를 신뢰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불법행위의 경우에는 설령 피해자가 대여자를 영업주로 오인하고 있었더라도 그와 같은 오인과 피해 발생 사이에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이 경우 신뢰 관계를 이유로 명의 대여자에게 책임을 지워야 할 이유가 없다.
대법원 1998. 3. 24. 선고 97다55621 판결
즉 명의차용자가 단순히 물품대금을 안주는 경우가 아니라 사기 등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에, 이것은 범죄를 저지르는 명의차용자가 나쁜놈이지 명의대여자가 공범이거나 한게 아닌 이상 명의를 빌려준 것과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상관없기 때문에 그런 불법행위의 경우까지 명의대여자가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라는 것이다.
다만, 명의대여자가 명의차용자를 실질적으로 지휘, 감독하는 지위에 있다면 이 때 명의차용자를 종업원처럼 보아 민법 제756조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지만(대법원 95다50462), 이 경우는 명의대여자도 같이 사업을 하는 경우일 것이기 때문에 아예 명의만 빌려주고 사업에는 참여하지 않는 본 주제와는 약간 결이 다르다.
실제 소송에서는 거래 상대방이 명의 대여사실을 알았냐 몰랐냐로 치열하게 다툰다. 청구하는 측은 어떻게든 한 사람에게라도 더 연대책임을 지우고 싶어 몰랐다고 하고, 방어하는 명의대여자측은 당연히 책임지기 싫기 때문에 상대방이 알았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알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데, 앞서 본 것처럼 증명책임이 명의대여자에게 있어 명의 대여자가 상대방이 알았음을 명백하게 증명하지 못하면 패소하게 된다.
어찌되었건 처음에 좋은 마음으로 빌려주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소송에 휘말리게 되는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진짜 친한 가족이 아니고서야 명의대여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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