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조제와 대체조제의 법적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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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조제와 대체조제의 법적 이해 

김차 변호사

[1] 의약품의 조제와 대체조제

 

의약품의 조제(調劑)는 물건의 제조(製造)와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약사법은 조제를 일정한 처방에 따라서 두 가지 이상의 의약품을 배합하거나 한 가지 의약품을 그대로 일정한 분량으로 나누어서 특정한 용법에 따라 특정인의 특정된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약제를 만드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제2조 제11호). 제약회사에서 의약품을 만드는 것은 제조에 해당하지만, 조제는 이러한 의약품을 배합하거나 나누어서 약제를 만드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조제는 일정한 처방에 의한다는 것입니다. 의약품의 처방권은 의사(치과의사)에게, 의약품의 조제권은 의사(한약사)에게 부여되어 있고, 약사는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의약품을 조제하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제23조 제3항, 제1항).

 

그런데 이러한 약사의 의무에 대해서 중요한 예외가 존재하는데, 이것이 바로 대체조제입니다. 대체조제는 약사가 처방전에 적은 의약품을 성분ㆍ함량 및 제형이 같은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하여 조제하는 것을 말합니다(제27조 제1항). 의사가 특정한 의약품을 처방하였으나, 그 생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약사가 이를 구할 수 없는 경우, 즉 공급 이슈가 있는 의약품에 대해서 이와 성분ㆍ함량 및 제형이 같은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하여 조제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실제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된 후, 동일한 성분, 동일한 함량, 동일한 제형으로 제조된 제네릭(generic) 의약품이 많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2] 대체조제의 사전 동의와 사후 통보

약사가 대체조제를 함부로 하게 되면 의사의 처방권이 침해되는 문제가 발생하므로, 법은 대체조제 시 의사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제27조 제1항).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 사후 통보를 하는 경우도 빈번한데, 법에서 일정한 경우 사후 통보로써 대체조제가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가 처방전에 ‘대체조제 금지’라는 고무인을 찍어서 환자에게 교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대체조제에 관한 사전 동의를 해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라도 법에서 허용하는 한 대체조제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사후 통보는 사전 동의와 달리 약사가 의사에게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므로, 사후 통보가 허용되는 사유는 대체조제가 허용되는 경우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3] 사후 통보가 허용되는 대체조제

 

법에서 허용하는 예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생물학적 동등성이 있다고 인정한 품목(생체를 이용한 시험을 할 필요가 없거나 할 수 없어서 생체를 이용하지 아니하는 시험을 통하여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한 의약품을 포함한다)으로 대체하여 조제하는 경우. 다만,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처방전에 대체조제가 불가하다는 표시를 하고 임상적 사유 등을 구체적으로 적은 품목은 제외한다.

 

2. 처방전에 기재된 의약품의 제조업자와 같은 제조업자가 제조한 의약품으로서 처방전에 적힌 의약품과 성분ㆍ제형은 같으나 함량이 다른 의약품으로 같은 처방 용량을 대체조제하는 경우. 다만, 일반의약품은 일반의약품으로, 전문의약품은 전문의약품으로 대체조제 하는 경우만 해당한다.

 

3. 약국이 소재하는 시ㆍ군ㆍ구 외의 지역에 소재하는 의료기관에서 발행한 처방전에 적힌 의약품이 해당 약국이 있는 지역의 지역처방의약품 목록에 없고, 해당 약국의 지역처방의약품 목록 중 처방전에 적힌 의약품과 그 성분ㆍ함량 및 제형이 같은 의약품으로 대체조제하는 경우로서 그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동의를 미리 받기 어려운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

 

여기서 문제는 현재 의사회분회 등에서 지역처방의약품 목록을 작성하고 있는 경우는 없다는 점인데, 이로 인해 대체조제에 적용되는 법률은 현행법이 아니라 2001. 8. 14. 법률 제6511호로 개정되기 전의 약사법이 됩니다. 법 개정 히스토리가 좀 복잡하기는 한데, 결론적으로 지역처방의약품 목록이 작성되지 않은 지역의 경우 개정법 부칙에서 위와 같은 내용으로 개정되기 전의 구 약사법이 계속 적용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구 약사법이 적용되면 대체조제에 있어 어떤 점이 다를까요? 현행법은 지역처방의약품 목록이 작성되어 있지 않으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생동성 실험)과 같은 엄격한 절차를 거쳐 동등성이 인정되는 의약품만 사전 동의 없이 대체조제가 가능하다고 규정하나, 구 약사법이 적용되면 성분ㆍ함량 및 제형이 동일한 의약품으로서 식약처장이 약효동등성을 인정한 의약품이면 가능하게 됩니다. 생동성 시험은 비용이 많이 들게 되므로 그러한 시험을 거치지 않은 의약품이라 하더라도 약효동등성만 인정되면 사전 동의 없이 대체조제가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현재로서는 어떤 의사가 대체조제를 한 약사에게 생동성 시험을 거치지 않은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조제를 하였으니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유의할 점은 구 약사법이 적용되더라도 성분ㆍ함량 및 제형이 같은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하여 조제하는 것만이 허용되는 것이지, 그렇지 않은 의약품으로 대체조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간혹 약사가 알고 있는 다른 처방 사례를 갖고 성분이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조제하는 경우도 존재하는데, 이는 명백히 위법한 대체조제입니다.

 

 [4] 대체조제의 사후 절차

대체조제가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사후 절차를 준수해야 합니다. 먼저 의사에게 사후 통보를 하여야 하는데, 법은 대체조제를 한 날 당일에 하도록 하고 있고, 부득이한 경우 3일까지 허용하고 있습니다. 통보는 다양한 방법으로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팩스를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간혹 환자로부터 받은 처방전에 대체조제의 사실을 기재하여 병원에 넘겨주는 경우가 있으나, 이 경우 약사의 처방전 보존의무(2년, 제29조)를 위반하는 문제가 생기게 되니 유의하여야 합니다. 즉 사본으로 통보를 하여야 합니다.

간혹 처방전을 발행한 병원에만 통보를 하고 환자에 대해서는 대체조제한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위법합니다. 이러한 절차 위반에 대해서도 업무정지와 같은 행정제재, 그리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김차 변호사 주요 약력]

  • 법무법인 세영 파트너 변호사

  • 사법시험 47회, 사법연수원 37기

  • 고려대 법학과 졸업 / 경북대 석사(과학수사학), 박사(법학, Ph.D)

  • 한국비교공법학회 부회장, 한국부패방지법학회 감사

  •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계명문화대 경찰행정과 책임교수

  • 대구광역시 법무담당관(지방서기관)

  • 한국산업단지공단 법무지원센터 변호사

  • 국선전담변호사(국민참여재판 39회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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