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부동산&민사법 전문변호사 최아란입니다.
'전세사기'라는 말, 많이 익숙하시죠? 작년부터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처음 이 단어를 접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TV에 나오는 남의 일이겠거니 여기신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안타깝게도 바로 이 전세사기가 내가 처한 현실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했을 때, 일반적으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아래 네 가지의 순서입니다.
1. 내용증명 발송
2. 임차권등기
3. 보증금반환청구 지급명령 또는 소송 제기
4. 강제집행 진행
사건에 따라 위 네 가지의 방법을 모두 진행하여야 하는 케이스도 있고, 그 중 일부만 진행하는 것을 권유드리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과거에 제가 작성해두었던 포스트를 참조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전세금미반환 임차권등기 신청, 이럴 땐 하지 마세요 | 로톡
보증금반환청구소송 vs 전세보증금 지급명령의 장단점 | 로톡
오늘은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조정기일에서 조정이 성립된 후, 실제로 보증금을 반환받는 데에 성공한 케이스를 살펴보겠습니다.
경기도 소재 빌라의 전세 만기 도래
의뢰인은 2021년경, 경기도 소재의 한 빌라(다가구주택)에 대한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2년간 안정적으로 거주하였습니다.
그리고 2023년 10월, 만기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본래 임대차계약을 만기에 종료시키려면 만기일로부터 2개월 전까지 '전세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이사하겠습니다'라는 취지의 갱신거절 통지를 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의뢰인은 이러한 기한에 대해 알지 못했기 때문에 2개월 전까지 갱신거절 통보를 하지 못했습니다.
보증금 반환을 미루는 임대인
의뢰인은 만기를 1개월 남짓 앞두고 집주인에게 '연장하지 않고 이사하겠습니다'라고 통보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임대인은 '그래 좋다, 이사 나가라, 새로운 세입자 구하겠다'라고 했습니다.
문제는 임대인의 의도와는 달리 새로운 임차인이 도통 구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러자 임대인은 '새로운 세입자가 구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관행이니, 기다려라'라고 말을 바꾸었습니다.
임차권등기 신청, 보증금반환청구 소송 제기
의뢰인은 반드시 이사를 하여야 하는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마냥 기다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에 의뢰인은 해지통보일로부터 3개월이 지날 때까지 기다린 후 임차권등기를 신청하고, 이후 이사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임차권등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주인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었습니다.
결국 참다 못한 의뢰인 저희 사무실을 찾아와 임대인에 대한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을 의뢰하셨습니다.
조정 기일 진행
소송을 당한 임대인은 '보증금 반환의무는 인정하지만, 의뢰인이 임차권등기를 먼저 말소해줘야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 돈을 융통할 수 있다'라는 입장을 보였는데요.
법적으로 의뢰인은 보증금을 반환받기 전에 임차권등기를 말소해주어야 하는 아무런 의무가 없었던 데다가 이 사건의 의뢰인은 이미 이사를 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임차권등기를 해제하면 즉시 대항력을 잃는 상황이었습니다. 때문에 절대 임차권등기를 말소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항변하였습니다.
이렇듯 양측이 격렬히 대립하자 법원에서는 이 사건을 조정에 회부하였고, 조정기일이 진행되었습니다.
본래 보증금반환 소송에는 조정의 여지가 없지만, 깡통전세가 우려될 때에는 조정에 응하는 것도 잘 생각해야 합니다.
본래 100% 승소를 확신하는 사건에는 조정의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보증금반환 청구 사건은 승소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사건이기 때문에 더더욱 조정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임대인에게 이렇다할 재산이 없고, 깡통전세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조정도 잘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왜냐하면 임차인 입장에서는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경매를 진행하여야 한다는 것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데다가, 경매를 하더라도 보증금을 전액 회수하기가 어렵다면 소송에서 이겨 경매를 하겠다고 강하게 주장하기가 어렵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이 사건의 경우, 아래와 같은 이유로 조정을 고려하여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임대목적물인 빌라가 다가구주택이라 시세 파악이 어려웠습니다. 즉 경매 낙찰금액을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의뢰인에 앞선 선순위 임차인들이 다수 존재하는 상태였습니다. 이 경우, 경매 낙찰에 성공하더라도 의뢰인이 보증금을 회수한다고 장담하기 어려웠습니다.
의뢰인은 집주인의 다른 재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승소 이후 임대인의 다른 재산을 알아내지 못한다면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의뢰인은 20대 초반의 사회초년생으로 당장의 보증금 회수가 매우 급한 상황이었던 데다가, 경매 진행에 대해서도도 상당한 심리적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유로 의뢰인은 보증금을 빨리 회수할 수만 있다면, 지연손해금이나 변호사비용을 포기하더라도 조정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보이셨습니다.
3개월 뒤에 보증금 원금을 반환하겠다는 집주인
조정 당일, 집주인은 '3개월만 시간을 주면 보증금을 전액 반환하겠다. 하지만 지연손해금과 변호사비용까지는 무리다. 그러니 3개월 뒤에 원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조정을 해달라'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것은 의뢰인의 희망인 단기간 내의 조정 성립과 일치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마냥 조정에 응할 수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위 조정에 응할 경우, 의뢰인은 지연손해금과 소송비용을 일부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뢰인이 조정을 하려는 이유는 빠른 해결을 위한 것이었는데, 집주인이 3개월 이내에 약속을 이행한다는 보장이 없었습니다(단순한 시간끌기 일 수 있습니다)
즉 집주인의 말을 믿고 조정에 응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집주인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결국 경매를 하여야 한다면, 의뢰인은 빠른 해결을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연손해금과 소송비용을 양보하는 손해를 입는 것이었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안전장치 확보 후 조정 성립
이에 조정에 앞서 두 가지의 절차를 밟았습니다.
3개월 이내에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 제시 요구
: 그러자 임대인은 자기 명의의 다른 재산에 대한 매각을 추진중이므로, 3개월 이내에 그다른재산을매각하여 보증금을 마련해 오겠다고 했습니다.
3개월 뒤 약속 불이행시에 대비한 추가 제재 요구
: 의뢰인은 3개월 뒤에 집주인이 약속을 이행할 것을 전제로 양보를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3개월 뒤 약속 불이행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했습니다. 이에 '3개월 뒤에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보증금 원금은 물론이고, 의뢰인이 양보한 지연손해금과 변호사비용을 모두 피고가 부담한다'라는 내용을 조정 내용에 추가하였습니다.
3개월 뒤, 무사히 보증금 회수 완료
그로부터 3개월 뒤, 집주인은 의뢰인에게 보증금을 전액 반환했습니다.
의뢰인은 보증금을 모두 받은 이후, 집주인에게 임차권등기 말소에 필요한 서류를 건네 줌으로써 모든 절차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조정기일에서는 득과 실을 잘 따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정은 원고와 피고의 양보와 타협을 전제로 하는 절차입니다.
따라서 양보와 타협을 하지 않아도 100% 승소할 것이 분명한 사건에서는 조정이 불성립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처럼 승소가능성은 분명하지만, 승소 이후의 강제집행이 불투명한 경우, 강제집행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에 대해 많은 부담을 느끼는 경우에는 약간의 양보를 하고 조정을 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다만 승소가 확실한 사건에서 빠른 해결을 위해 양보와 타협을 했는데,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매우 곤란하겠죠? 이럴 때를 대비해서 안전장치를 잘 마련해두고 조정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 사건에서 그랬던 것처럼요.
한 번 성립된 조정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전세보증금 소송에서 조정기일이 지정되었다면, 내 보증금의 회수 가능성은 어느 정도이고,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을지, 집주인에게 어떤 안전장치 마련을 요구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미리 잘 생각해보고 조정에 임하시는 것을 권유드립니다.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부동산&민사법 전문변호사 최아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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