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전 로펌에서 수행했던 사건입니다.
| 사건의 배경
의뢰인은 철강유통업을 영위하던 중 물품대금 약 30억 원을 변제하지 못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죄로 고소를 당하였습니다.
의뢰인 회사는 해당 거래 직전 연도부터 고소인에게 대금을 제때 결제하지 못하였고, 직전 연도에는 100억 원을 상회하는 영업손실, 77억 원 가량의 초과부채가 발생하여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 통지를 받았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해당 연도에 고소인과의 거래규모가 크게 늘었습니다. 이 사건 고소 후 법인회생을 신청하였으나, 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다는 이유로 기업회생절차 폐지결정을 받고 파산하였습니다.이에, 검찰은 의뢰인이 고소인 회사로부터 물품을 매입하여 염가로라도 처분해 임의로 사용하고, 고소인과의 거래 당시 이미 변제능력이 없어 회생절차 기타 법정관리 여부를 검토하고 있었으며, 물품대금을 지급할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3건의 거래를 사기로 판단하여 기소하였습니다. 의뢰인은 2년 이상 무죄를 다투었으나, 수사기관과 법원은 유죄 심증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습니다.
| 사건의 수행
1. 고의부도 의심
저는 재판 후반부에 투입되었습니다. 기록을 처음 검토했을 때 고의부도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건 발생 2년 전에는 영업이익이 발생하였는데 사건 발생 직전 해에는 100억 원을 상회하는 영업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았습니다.
재무제표에서는 재고자산이 크게 감소했음을 확인했습니다. 회사 자금사정이 어려워지면 재고를 염가로라도 처분해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한편 고의부도를 하는 경우에도 재고를 처분해서 현금을 빼돌리게 됩니다. 고소인도 의뢰인이 회사의 자산을 가족들에게 빼돌렸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재무제표상 영업손실이 발생한 이유에 대한 의뢰인의 설명이나 변호사 의견서의 설명도 맞지 않았습니다. 거짓말이나 눈속임이라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2. 고의부도와 반대되는 정황
그러나, 장부를 살펴보았을 때 현금이나 재고를 빼돌린 흔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의뢰인이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회사에 지속적으로 개인재산을 투입한 정황이 발견되었습니다. 고소인은 의뢰인이 회사의 자산을 가족들에게 염가에 매각해서 빼돌렸다고 주장했지만, 그 역시 가족들의 현금이 회사에 투입된 것으로 볼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회사를 위한 거래였습니다.
3. 거래구조 분석
저는 거래를 분석했습니다. 당시 3번의 거래가 있었는데, 그때까지 검찰과 변호인 모두 각각의 거래를 나누어 분석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사기로 보거나 사기가 아니라고 다투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 거래는 매우 독특하고 복잡한 구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처음 접하였을 때 최소한 이중매출을 일으켜 매출 부풀리기를 하려는 비정상적 거래라는 인상을 받았고, 수사기관과 법원 역시 2년간 사기적 거래라는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사건을 불리하게 진행해왔습니다.
그런데, 의뢰인의 세 번째 거래는 물품대금을 모두 선급하고 이뤄진 거래로서 애초에 사기가 될 수 없었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거래도 이전 물품대금을 전부 지급하고 새로운 거래를 한 것이었습니다. 의뢰인은 해당 연도에 고소인과의 거래규모를 크게 늘렸지만, 만약 의뢰인이 물품대금을 편취하고자 하였다면 상대적으로 작은 유통마진을 위해 새로운 거래를 하는 것보다 이전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욱 이익이었습니다. 의뢰인이 물품대금을 편취하고자 이러한 거래를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또한, 이 사건 거래구조는 일반적이지 않지만, 이 사건 업계에서는 업의 특수성 때문에 분명한 경제적인 합리성을 가지고 활용되는 방법이었습니다.
저는 법원의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이 사건 업의 특성과 거래의 구조를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4. 회사 장부 분석
나아가 의뢰인 회사의 수년치 장부와 거래내역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이 사건 거래 직전연도 재무제표에서 100억 원을 상회하는 영업손실이 있었으나 이는 장부상 손실일 뿐, 의뢰인 회사의 현금흐름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또한, 시황에 민감한 업의 특성상 재무제표가 매년 드라마틱하게 변경될 수 있음을 설명했습니다.
5. 고소인 의도 및 현황 분석
의뢰인과 고소인의 대화녹음, 고소인의 기업 및 재산현황을 분석하여, 고소인이 의뢰인의 신용상태를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거래규모를 늘렸고, 의뢰인 회사가 어려울 때를 기회로 의뢰인과의 친분을 이용해 의뢰인을 도와주면서 거래규모를 늘리고자 하였다는 점을 입증하였습니다.
| 법원의 판단
재판장은 최후변론에서 "이 사건의 온전한 그림을 처음 보았다"고 말하고 공판의 심리를 종결했습니다. 2년 반만에 사건의 흐름이 바뀐 것입니다.
법원은 얼마 뒤 피고인심문을 위하여 공판의 심리를 재개하였습니다. 법원이 직권으로 피고인심문을 위해서 공판의 심리를 재개하는 것은 무척 드문일이나, 피고인에게 유리한 신호입니다. 피고인심문은 형사재판의 증거방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기본적으로 피고인의 진술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피고인은 자신을 위하여 유리한 진술을 할 수 있고, 허위의 진술을 하더라도 위증죄로 처벌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피고인을 직접 법정에 출석시켜 직접 질문하고 답을 듣겠다는 것은, 재판부가 유죄의 확신이 없고 피고인을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하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유죄의 확신이 없으면 무죄판결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재판부는 변호인의 변론을 전부 받아들여 무죄판결을 하였습니다.
제가 변론을 준비하면서 기록을 검토하여 의뢰인에게 위 1, 2, 3, 4항 등 사건 관련질문을 하였을 때, 의뢰인은 사건을 2년 이상 진행하며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의뢰인의 말만 듣고 의뢰인의 말을 정리해서 수행할 수 있는 사건은 없습니다. 의뢰인과 전혀 다른 관점에서 사실관계와 증거를 분석하여 사건을 재구성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핵심이 될 때가 많습니다. 그런 능력이 변호사로서의 강점이 됩니다.
덧) 해결사례는 사건수행의 핵심적인 부분을 요약한 것이고, 사건수행내용을 전부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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