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Solve 입니다. 최근 몇년간 우리나라에 전세사기가 판을 쳤습니다. 전세사기 일당이 벌인 조직적인 범행이 재판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수천명에 달합니다. 범죄자는 연이어 감옥에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세 보증금을 못 돌려주면 항상 전세사기가 될까요? 어디까지가 전세사기이며 어디서부터 단순 보증금 미반환 사고일까요? 사기와 사고를 어떻게 구별할까요? 이는 형사 책임과 민사 책임의 차이기도 합니다. 핵심은 고의성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지금부터 알아봅니다.
민사와 형사의 구별
민사는 사인 간의 법률 분쟁에 대한 겁니다. 주로 재산문제입니다. 전세 계약에서 민사 분쟁이란 무엇일까요? 보증금 반환 소송입니다. 임대인에게 고의가 있든 없든 상관없습니다. 계약 만료시 보증금을 못 돌려주면 소송을 당하는데, 이것이 민사 책임입니다.
형사는 범죄자를 국가에서 처벌하는 겁니다. 우리나라 형법상 고의범이 원칙입니다. 모든 범죄에는 고의성이 있어야 합니다. 과실범은 예외적으로만 처벌합니다 (업무상과실치상). 전세사기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합니다. (형법 제347조). 사기죄는 가해자에게 고의성이 있을 때만 처벌합니다. 이것이 형사 책임입니다.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 사고의 구별
장황하게 왜 민사와 형사를 구별했냐고요? 바로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 사고를 구별하는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보증금을 못 돌려줬다고 항상 전세사기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전세사기는 처음부터 고의적으로 했을 때만 성립합니다. 전세사기가 알려지자 보증금을 못 받은 임차인은 무조건 전세사기로 고발부터 하는 경우가 있는데, 고의성 없는 단순 사고라면 무혐의가 나옵니다. 민사 책임으로 해결하라는 뜻입니다.
고의성은 어떻게 판단할까
그렇다면 사기죄에서 고의성은 어떻게 판단될까요? 말이 좋아 고의성이지, 사람 마음속에 있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결국 객관적인 증거로 가해자의 의도를 추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범죄가 마찬가지입니다.
사기죄에서 기망행위, 고의성을 판단하는 기준
실무상 사기죄의 고의성과 기망행위는 돈을 받을 당시 가해자에게 변제능력과 변제의사가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봅니다. 처음부터 변제능력이 없으면서 또는 변제의사가 없으면서 돈을 받았다면 피해자를 기망했고, 고의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죠.
전세사기에서 기망행위, 고의성을 판단하는 기준
범위를 좁혀 전세사기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전세사기 가해자는 임대인입니다. 물론 공인중개사나 브로커도 있긴 합니다. 이들에게 고의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을 당시, 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가 기준이 됩니다.
계약당시 임대인이 돈을 갚을 능력이 충분했면, 다시말해 정상적인 자력과 경제생활을 하는 보통 사람이라면, 설령 계약만료시 보증금을 못 돌려줬더라도 사기죄는 안 됩니다. 처음부터 속인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계약 후 부동산 경기의 변동 또는 현금 흐름이 어려워졌을 뿐이죠. 민사 책임만 집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파산상태였거나, 수십채의 갭투자로 현금흐름이 막힌 상태였거나, 바지사장을 내세운 법인이었거나 등등 돈을 받을 당시부터 변제능력이 없는 상태였다면 사기죄가 적용됩니다. 이를 알리지 않고 돈을 편취한 것이므로 고의성이 있다고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사기와 사고는 엄연히 다른 것
이해가 좀 되셨나요? 실무에서 가해자의 재산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계좌 압수수색을 하고 가해자의 자력을 뒤늦게 확인하기도 합니다.
보증금 피해를 당한 임차인은 우선 임대인에게 민사책임은 100% 인정되지만, 전세사기인지 아닌지는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피해자가 더 있는지, 현 시점의 임대인의 태도가 어떤지, 수십, 수백채의 물건을 갖고 있는지 등등 확인하여, 고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보증금을 못 돌려줬다고 바로 전세사기로 처벌 받겠거니 두려워 할 필요는 없습니다.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과 별도로, 속여서 받은 돈이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혐의를 벗을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민사적으로 돈은 당연히 돌려줘야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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