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청법위반(강제추행, 유사성행위) 전부무죄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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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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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청법위반(강제추행, 유사성행위) 전부무죄 사건 

김규백 변호사

전부무죄

대****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던 것 같다. 내가 당시 일하고 있던 법인에서 나에게 한 사건을 배당해주었다. 당사자 나이가 15세, 그런데 소년보호사건이 아니라 정식 형사재판으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심지어는 형사 단독재판부도 아닌 형사 합의부에서 1심을 진행해야 하는 사건이었다.



"패색이 짙었던 사안"

 

사안은 이랬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모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유소년축구단에 소속되어 있는 선후배관계였다. 피고인이 피해자보다 1살이 많았다. 그런데 위 축구단의 감독은 다름아닌 피고인의 부친이었다. 피고인의 부친은 축구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이었으나, 국가대표를 마친 이후로는 사업수완이 없어 경제적으로 어렵게 생활하다가 유소년축구팀 감독직을 제안받아 감독업무를 수행한지 몇 개월 정도가 된 상황이었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방학을 이용하여 합숙을 하였는데, 피해자의 주장은 피고인이 합숙을 하면서 피해자의 성기를 만지거나, 피해자의 손을 잡아 피고인의 성기를 잡게 한 후 ‘자위’를 시켜달라고 요구하였는데,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자 겁을 주면서 피고인의 성기를 만지게 하였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일이 총 5차례 정도 반복되었다는 것이 피해자의 주장이었다. 심지어 5차례 중 한 번은 피고인이 본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항문에 삽입하여 성기가 1/3정도 들어갔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었다.

 

피해자의 주장이 나름 구체적이었기에 피고인을 만나봐야했다. 감독이었던 부친, 마트에서 일하면서 어렵게 살아가는 모친, 그리고 피고인이 함께 사무실에 방문했다. 부친은 이 일로 감독직을 그만 두게 된 상황이었다. 15살 피고인은 피해자가 주장하는 사실은 없었다고 극구 부인했다. 알고 봤더니, 피고인은 내가 일하고 있는 법인에 사건을 맡기기 전 이미 지역의 꽤 명망있는 전관 변호사님에게 수사단계의 변호를 의뢰한 상태였다. 그러나, 해당 변호사님은 15살 피고인에게 ‘사안을 인정하면, 소년보호사건송치처분을 받을 수 있으니 사안을 인정하라’는 식의 종용을 한 상태였다. 하지만 피해자가 인정하는 사실 자체가 없었던 상황에서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도저히 인정할 수는 없었고, 신뢰관계가 깨졌기에 변호인마저 교체한 상태에서 공판절차를 위해 내가 속해있던 법인을 찾아와 선임계약을 새로 체결했던 것이었다.



"퇴로가 없다"



일단 내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상황이 얼마나 중대한 상황인지 당사자들 모두가 인지하도록 설명하는 것이었다. 나는 피고인, 그리고 부모에게 ‘퇴로가 없다’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물론 법원에서도 심리 결과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소년보호사건으로 넘겨주는 선고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공소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마당에서는 가능한 사건 전개가 아니었다. 결국 반드시 ‘무죄’를 받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사안의 중대성을 알았기에, 첫 번째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 후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루어지기까지 수차례 피고인을 만나 단서가 될 만한 부분을 찾아보았지만 딱히 피해자의 주장을 뒤집을만한 정황증거는 나타나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은 밋밋하게 진행되었고, 이후 들리는 이야기로는 피해자 본인이 원하는대로 증인신문이 이루어졌다며 피해자가 만족해한다는 이야기가 전해들렸다. 점점 패색이 짙어져 가는 듯 했다.



"고속버스 티켓에서 시작된 대역전"




그러던 어느날 새벽, 졸린눈을 비비면서 피고인이 가져다 준 각종 자료를 난감한 마음으로 뒤적거리던 중, 하나의 작은 영수증을 발견했다. 고속버스 티켓이었다. 성인 1명과 학생 4명이 탑승한 것으로 확인되는 작은 영수증.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 날짜가 피해자가 본인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바로 그 당일이었다.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 들었다.

 

그 날 이후로 나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피해자가 주장하는 각 날짜별로 축구단의 동선과 합숙일정등을 역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당 자료를 기반으로 법원에 피해자를 다시 증인신문할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였다. 법원은 장고 끝에 피해자를 다시 불렀다.

 

다시 나온 피해자는 본인이 왜 나왔는지 영문을 모르는 상태였다. 그러나 내가 자료를 하나하나 제시하면서 피해자가 주장하는 그 날짜에 합숙소에 있기는 있었는지를 묻자 얼굴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 적극적으로 진술을 하던 피해자는 갑자기 ‘잘 기억이 안나요’, ‘모르겠어요’ 이 두 마디를 계속 반복하기 시작했다. 재판부조차 피해자의 갑작스런 입장 변화에 대해 의아해했다.

 

천신만고 끝에 1심에서는 피고인에게 전부무죄를 선고했다. 판결문에서조차 고심의 흔적은 역력히 보였다.

 

예상치 못한 일격을 당한 검찰에서는 즉각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주장하는 전지훈련일정에 전지훈련이 없었다는 증거로 해당 일자의 기상정보까지 찾아서 제출하였다. 그러나, 이에 나는 당일 시간별 기상정보를 찾아 재반박하면서 오전에는 비가 왔었지만 전지훈련을 하는 오후에는 비가 그쳐 충분히 훈련을 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 재반박했다.

 

이런 식으로 피고인이 주장하는 동선 하나하나, 심지어는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였는데 어느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였고, 이 주유소에 들린 것이 피고인이 주장하는 내용과 일치하는지 등등까지를 재판부의 요구로 피고인이 입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또 한번 불러 증인신문을 시도했다. 이미 피해자가 두 차례 원심에서 증인신문을 하였고, 그 내용대로 판결을 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요지부동이었다. 



"피해자의 증거조작을 법정에서 입증하다"



1심에서 예상치 못한 전부무죄라는 일격을 받은 피해자는 항소심에서 나를 작심하고 비난했다. 누가 질문을 하고 누가 답을 하는건지를 모를 정도의 난타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피해자는 내가 본인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출결기록부(출석부)가 조작된 것이라는 점을 이미 입증했다는 사실까지는 모르고 있었다. 피해자는 경찰에 출석부를 제출하면서 피해일시를 특정했는데(병결로 처리한 날짜를 보면서), 병결로 처리를 하려면 진료기관에 다녀온 내역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피해자의 진료받은 내역에 대해 회신받은 결과는 피해자가 피해를 당했다는 기간 동안 병원에 다녀온 사실 자체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를 알게 된 항소심 재판부는 분노했다. 어떻게 14~15세 밖에 안되는 어린 아이가 출결까지 거짓으로 조작하면서 수사기관을 능멸했는지에 대해서. 피해자는 도망치듯 법원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항소심에서는 당연히 검찰항소를 기각’하는 선고를 하였다.


 

"형사전문변호사의 덕목"



이 사안은 대단히 많은 것을 시사한다. 불과 14~15세인 미성년자가 수사기관을 마음껏 속일 수 있었다는 점도 충격적이지만, 이러할 경우 피고인의 입장에서 이것이 거짓임을 밝혀내는 것은 더더욱 어렵고 고통스럽다. 실제로 피고인은 간신히 무죄를 받았지만 재판을 받으면서 오죽 고통스러웠으면 차라리 수사기관에서 인정하고 소년사건 받는게 나았을 것 같다는 말을 여러차례 했다.

 

패색이 짙어져 보였던 초반에서 이를 뒤엎고 단순히 정황으로뿐만이 아니라 피해자의 거짓말을 적절한 사실조회신청 등을 통해 백일하에 밝혀낸 이 사건은 형사전문변호사로서 지금도 내가 계속 들여다보는 사건 중 하나이다. 다시 한번 자세를 여미게 하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의뢰인이 이 피고인과 같은 사정에 처해있지 않은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내가 가진 선입견이 전부가 아님을 아는 것. 내가 가진 판단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직시하고 의뢰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함께 하는 것. 100%는 아니지만 오늘도 조금이라도 이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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