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소개] 실제 통화로 연결되지 않고 '부재중 전화'만 남겨도 스토킹 범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2도12037 판결)
안녕하세요?
언제나 의뢰인의 곁에서 의뢰인을 먼저 생각하는 현문경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전화를 걸어 상대방의 휴대전화에 벨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 등이 표시되도록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하였다면, 실제 전화통화가 이루어졌는지와 상관없이 스토킹범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해드립니다.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1998년경부터 피해자(여, 45세)를 알고 지내던 중, 2021. 10. 초순경 피해자에게 사업자금 1,000만 원을 빌려 달라 요구하였으나 이를 거절당하였고, 자신의 연락처가 차단번호로 등록 되었다.
피고인은 2021. 10. 29. 15:24경 불상의 장소에서 피해자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차단한 사실을 알고, 타인의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은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21. 11. 26.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2 기재와 같이 총 6회에 걸쳐 피해자에게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글·말을 도달하게 하여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켰다.』
라는 것입니다.
2. 관련 조문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스토킹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다. 상대방등에게 우편ㆍ전화ㆍ팩스 또는「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의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ㆍ말ㆍ부호ㆍ음향ㆍ그림ㆍ영상ㆍ화상을 도달하게 하거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프로그램 또는 전화의 기능에 의하여 글ㆍ말ㆍ부호ㆍ음향ㆍ그림ㆍ영상ㆍ화상이 상대방등에게 나타나게 하는 행위
2. “스토킹범죄”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제18조(스토킹범죄) ①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사건의 쟁점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다.목에서는 "전화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물건이나 글ㆍ말ㆍ부호ㆍ음향ㆍ그림ㆍ영상ㆍ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스토킹행위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통화를 원하지 않는 상대방에게 계속 전화하여 상대방과 실제 통화를 하는 행위는 위 규정상 스토킹행위에 해당함이 명백합니다.
하지만 사안의 경우와 같이, 『실제 통화로 연결되지는 않고 상대방에게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어 '부재중 전화' 기록을 남기는 행위도 스토킹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4. 원심법원의 판단 : 스토킹범죄 무죄
이 사건의 원심법원인 부산지방법원은,
『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1회 통화하거나,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피해자가 이를 받지 않았다는 것인데,
① 우선 위 제1항 전화통화와 관련하여, 그 통화 내용이 밝혀지지 않는 한 피고인이 피해자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차단한 사실을 알고 타인의 휴대전화로 피해자에게 1회 전화 통화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말’을 도달하게 하여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켰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한 증거가 없으며,
② 위 제3, 5항 전화와 관련해서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것만으로는 피고인이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피해자에게 ‘음향’을 보냈다고 할 수 없고 또한 상대방의 전화에 ‘부재 중 전화’가 표시되게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전화기 자체의 기능에서 나오는 표시에 불과하고 ‘글’이나 ‘부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 각 행위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다.목에서 정한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라고 판시하여 스토킹범죄에 대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5.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2도12037 판결 : 파기환송(스토킹범죄 유죄)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가. 스토킹처벌법의 문언, 입법목적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전화를 걸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벨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 등이 표시되도록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는 실제 전화통화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쟁점 조항이 정한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 쟁점 조항은 스토킹행위 중 하나로 전화 또는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하여’ 음향ㆍ글ㆍ부호 등을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규정한다. “이용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대상을 필요에 따라 이롭게 쓴다‘는 것으로, 피해자에게 음향 등을 도달시킬 목적으로 전화, 정보통신망을 도구로 사용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쟁점 조항은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하는 음향ㆍ글ㆍ부호 등의 내용 자체가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내용일 것을 요구하지 않고, 음향ㆍ글ㆍ부호 등의 발신․송신을 요구하지도 않으며, 음향ㆍ글ㆍ부호 등이 도달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할 것을 요구할 뿐이다.
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무선 기지국 등에 ‘피고인이 피해자와 전화통화를 원한다.’라는 내용이 담긴 정보의 전파를 발신, 송신하고, 그러한 정보의 전파가 기지국, 교환기 등을 거쳐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수신된 후 ‘피고인이 피해자와 전화통화를 원한다.’ 또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전화통화를 원하였다.’는 내용의 정보가 벨소리, 발신번호 표시, 부재중 전화 문구 표시로 변형되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나타났다면, 피고인이 전화 또는 정보통신망을 도구로 사용하여 피고인 전화기에서의 출발과 장소적 이동을 거친 음향(벨소리), 글(발신번호 표시, 부재중 전화 문구 표시)을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도달’하게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라. 피고인이 전화를 걸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벨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가 표시되게 하였음에도 피해자가 전화를 수신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스토킹행위에서 배제하는 것은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처벌 여부가 좌우되도록 하고 처벌 범위도 지나치게 축소시켜 부당하다. 피해자가 전화를 수신하여야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킨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스토킹행위가 반복되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이 증폭된 피해자일수록 전화를 수신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마. 타인의 휴대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을 때 상대방의 휴대전화 상태에 따라 벨소리나 진동음이 울릴 수 있고 수신이 되지 않았을 때 발신번호나 부재중 전화 문구가 상대방의 휴대전화에 표시된다는 것은 휴대전화 사용이 일반화된 오늘날 휴대전화 사용자들 대부분이 알고 있는 휴대전화의 일반적 기능이다. 피고인이 피해자와 전화통화를 의욕하고 전화를 걸었거나 피해자의 휴대전화 상태나 전화수신 여부를 알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적어도 미수신시 피해자의 휴대전화에서 벨소리나 진동음이 울리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 등이 표시된다는 점을 알 수 있었고 그러한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는 의사도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바.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2021. 10. 29.부터 2021. 11. 26.까지 총 29회에 걸쳐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반복하여 전화를 걸었고, 피해자가 2021. 10. 29. 피고인의 전화를 수신하여 피고인과 약 7초간 전화통화를 하였으며, 피해자가 2021. 11. 2. 및 2021. 11. 26. 피고인의 전화를 수신하지 않음에 따라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발신자 정보 없음 표시나 부재중 전화 표시가 남겨진 사실이 인정된다.
사. 그런데도 원심은 이에 대하여 심리하지 않은 채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전화통화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다거나 피해자 휴대전화의 벨소리 및 부재중 전화 표시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피해자에게 도달한 것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만으로 쟁점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다목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6. 대법원 판례의 의미
최근 스토킹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정신적ㆍ신체적 피해를 입는 사례가 증가하고, 초기에 스토킹행위를 제지ㆍ억제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치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폭행, 살인 등 신체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사건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전화를 거는 경우 피해자에게 유발되는 불안감 또는 공포심은 매우 심각하고, 이는 피해자가 전화를 수신하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입니다.
대법원의 위와 같은 판단은 지속적ㆍ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스토킹행위가 시간이 갈수록 그 정도가 심각해져서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여, 피해자를 신속하고 두텁게 보호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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