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의 임의해지권 행사가 문제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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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의 임의해지권 행사가 문제된 경우 

현문경 변호사

[판례소개] 신규 임대차계약을 계약의 갱신으로 보아 임차인의 임의해지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서울고등법원 2024. 1. 19. 선고 2023나2016548 판결)



안녕하세요?

언제나 의뢰인의 곁에서 의뢰인을 먼저 생각하는 현문경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임대인과 임차인간에 임대차기간을 연장하면서 신규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기존 임대차계약을 묵시적 갱신하면서 이를 서면으로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면 임차인은 여전히 임의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소개해드립니다.



1. 사실관계

가. 원고(임차인, 항소인)는 2016. 10. 31. 피고(임대인, 피항소인)와 서울 중랑구 소재 아파트에 관하여 임대차기간 2017. 2. 2.부터 2019. 2. 1.까지, 임대차보증금 2억 6,000만 원으로 각 정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나. 원고(임차인, 항소인)는 임대차 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도 이 사건 아파트에 약 2년간 계속 거주하다가, 2021. 4. 6.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임대차계약서를 다시 작성하였는데, 임대차기간은 2021. 4. 6.부터 2023. 4. 5.까지로, 임대차보증금은 이전과 동일한 2억 6,000만 원으로 각 정하였습니다(신규 임대차계약).

다. 한편 신규 임대차계약서의 특약사항란에는 ‘본 계약은 계약갱신청구에 의한 재계약으로 보증금은 이전계약과 동일한 조건이다’라고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라. 원고(임차인, 항소인)는 신규 임대차계약 도중인 2021. 10. 25. 피고(임대인, 피항소인)에게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는 뜻을 표시하면서, 위 임대차계약 해지가 적법하다고 주장하며 보증금 반환을 구하였습니다.

2. 관련 조문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계약의 갱신) ①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임차인에게 갱신거절의 통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아니하면 갱신하지 아니한다는 뜻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끝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

② 제1항의 경우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으로 본다.

제6조의2(묵시적 갱신의 경우 계약의 해지) ① 제6조제1항에 따라 계약이 갱신된 경우 같은 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다.

제6조의3(계약갱신 요구 등) ① 제6조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은 임차인이 제6조제1항 전단의 기간 이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제1항에 따라 갱신되는 임대차의 해지에 관하여는 제6조의2를 준용한다.

제10조(강행규정) 이 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

3. 사건의 쟁점

가. 원고(임차인, 항소인)의 주장

"신규 임대차계약에서 ‘계약갱신청구에 의한 재계약’임이 명시되어 있듯이, 신규 임대차계약은 이전 임대차가 묵시적으로 갱신된 상태에서 원고의 계약갱신요구에 따라 연장된 것임을 확인하거나, 적어도 원고의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임의해지권(제6조의2)이 존속함을 전제로 이 사건 임대차를 연장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임대차는 원고의 이 사건 해지통지는 적법하고 그에 따라 통지한 날로부터 3개월 후인 2022. 1. 25. 종료되었다."

나. 피고(임대인, 피항소인)의 주장

"신규 임대차계약은 임대차기간을 2023. 4. 5.까지로 명시적으로 정한 새로운 재계약이거나 적어도 원고가 임의해지권을 포기하기로 약정한 것이어서 주택임대차법상의 임의해지권이 인정될 여지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해지통지는 부적법하다."

다. 쟁점의 정리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대차계약이 묵시적 갱신되거나 임차인의 갱신요구에 의하여 갱신된 경우, 임차인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임의해지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 제1항, 제6조의3 제4항).

다만, 위 임의해지권은 계약이 '갱신'된 경우에만 인정되는 것이므로, '새로운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경우라면 위 임의해지권은 인정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새로운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며 체결한 신규 임대차계약의 법적 성질을, 1) 기존 계약이 갱신된 것으로 보아 임의해지권을 인정할지(원고의 주장), 아니면 2) 새로운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아 임의해지권을 부정할지(피고의 주장)가 문제된 것입니다.

4. 원심법원의 판단 : 계약갱신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임의해지권 행사 불가


이 사건의 원심법원인 서울북부지방법원은,

가. 이 사건 임대차는 당초 정한 임대차기간(2019. 2. 1.)이 끝난 후 2021. 2. 1.까지로 묵시적으로 갱신된 것으로 보이고(주택임대차법 제6조 제1, 2항), 이러한 경우 임차인인 원고는 2021. 2. 1.부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사이에 임대차계약의 갱신요구를 해야 하는바(주택임대차법 제6조의3 제1항), 원고가 위 기간 내에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

나. 따라서 신규 임대차계약서의 특약사항란에 ‘계약갱신청구에 의한 재계약’이라고 기재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신규 임대차계약이 계약갱신요구권에 의한 갱신의 실질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 이 사건 임대차가 계약갱신요구권 행사에 의하여 갱신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 또한, 신규 임대차계약이 위 기간 내에 체결된 것도 아니므로 신규 임대차계약의 체결 자체를 계약갱신요구권의 행사로 볼 수도 없다.

라.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그 전제부터 타당하지 않다(특약사항란의 위 기재는 신규임대차계약의 체결을 통해 원고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향후 원고가 다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는 취지로 작성되었을 여지가 충분히 있다).

마. 주택임대차법 제6조의3 제4항에 따라 계약갱신요구에 의하여 임대차가 갱신된 경우에도 준용되는 주택임대차법 제6조의2는 조문의 체계 및 그 문언의 취지상 임대차가 별도의 기간을 정함이 없이 갱신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바. 따라서 설령 신규 임대차계약이 형식만 재계약일 뿐 계약갱신요구권에 따른 갱신의 실질을 갖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신규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차기간을 2023. 4. 5.까지로 명시적으로 정한 이상 원고가 주택임대차법 제6조의2에 따라 일방적으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라고 판시하여,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임차인의 임의해지권 행사에 의하여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임차인의 보증금반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습니다.

이에 원고(임차인, 항소인)가 불복하여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습니다.

5. 서울고등법원 2024. 1. 19. 선고 2023나2016548 판결 : 계약이 갱신된 것이므로, 임의해지권 행사 가능


<주 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4,664,029원 및 이에 대하여 2023. 8. 19.부터 2024. 1. 19.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 유>

가. 신규 임대차계약의 해석 – 주택임대차법상 ‘계약의 갱신’으로 인정

1)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임대차가 2021. 2. 1.이 지남에 따라 재차 묵시적으로 갱신된 상태에서 이를 확인하는 의미로 신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이는 임차인(원고)의 주택임대차법상 ‘임의해지권’이 인정되는 ‘계약의 갱신’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임차인을 두텁게 보호하는 주택임대차법의 취지에 비추어, 당사자 간에 표시된 의사와 그 해석이 명백하지 않은 한 임차인의 위 임의해지권의 포기 내지 상실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고, 임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된 상태에서 ‘갱신계약, 재계약’ 등의 형식으로 임대차를 연장하는 취지의 계약(서)을 체결(작성)한 경우에도 위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3) 즉, 주택임대차법상 ‘묵시적 갱신에 의한 경우’와 ‘임차인의 (명시적) 갱신요구에 의한 경우’에 모두 임차인의 임의해지권이 인정되는 터에, 임대차가 ‘묵시적으로 갱신된 상태에서 당사자 간에 계약의 갱신 내지 기간연장에 관하여 계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도 위 양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임차인의 임의해지권을 인정하는 쪽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이와 달리 신규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이유로 이를 부정하는 것은 위 입법취지와 맞지 않을 수 있다.

4)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대차는 2019. 2. 1.경 묵시적 갱신에 따라 그 존속기간이 2021. 2. 1.까지로 되어 있었는데, 임차인인 원고가 주택임대차법 제6조의3 제1항, 제6조 제1항 전단에서 정한 대로 위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 내에 피고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하였음을 인정할 자료는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 임대인인 피고도 역시 같은 기간 동안 원고에게 이 사건 임대차의 갱신을 거절하는 취지의 통지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상태에서 위 임대차기간이 도과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임대차는 위 임대차기간 종기일인 2021. 2. 1.이 지나면서 다시 묵시적으로 갱신되었고, 임차인인 원고는 그 갱신된 임대차를 중도에 임의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할 것이다.

5) 이처럼 이 사건 임대차가 묵시적으로 갱신된 상태에서 원고와 피고는 신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그 내용을 기존의 2016. 10. 31.자 임대차계약서(갑 제1호증)와 비교하여 보면 임대차기간에 관한 날짜만 바뀌었을 뿐 임대차보증금 액수가 동일하고 기타 계약조건의 특별한 변경은 없으며, 그 특약사항란에 ‘본 계약은 계약갱신청구에 의한 재계약’임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와 같은 신규 임대차계약서의 작성경위와 그 내용에 비추어,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임대차가 (묵시적으로) 갱신됨에 따라 임대차기간이 연장되었음을 확인하고 이를 서면으로 명확히하기 위하여 위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일 뿐, 원고가 보유하고 있는 위 임의해지권을 포기·상실시키려는 의사로 약정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원고의 동의 없이 그와 같은 약정을 한다는 것은,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그 의사가 명확히 표시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택임대차법에 어긋나는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이어서 쉽사리 그 효력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6) 사회 일반에서 계약 당사자들은 어떤 계약이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갱신되는 경우 기본적 권리의무관계에 변동이 없을지라도 이를 재확인하거나 갱신의 취지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새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일이 종종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 신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면서 특약사항란에 위와 같이 기재한 것 역시, 이 사건 임대차가 묵시적으로 갱신되었음을 서면으로 확인한 것이거나, 나아가 비록 주택임대차법 제6조의3에서 정한 임차인의 (명시적) 계약갱신요구권 행사의 요건이 갖추어지지는 않았더라도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해 그와 같이 취급하기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도 있으므로, 그에 따른 법적 효과로서 원고의 주택임대차법상 임의해지권을 인정함이 상당하다.

나. 이 사건 임대차의 종료

1) 원고는 위와 같이 갱신된 이 사건 임대차 계속 중에 주택임대차법 제6조의2에 따른 임의해지권을 가지므로, 이 사건 해지통지는 적법하다 하겠다.

2) 따라서 이 사건 임대차는 피고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해지통지를 받은 2021. 10. 25.경부터 3개월이 지난 2022. 1. 25.경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여 종료되었다.

6. 서울고등법원 판결의 의미

임차인을 두텁게 보호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취지에 비추어, 임차인의 임의해지권 포기 및 상실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고, 임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된 상태에서 ‘갱신계약, 재계약’등 형식으로 임대차를 연장하는 취지의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임차인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사안의 경우, 1) 임차인이 묵시적으로 갱신된 기존 임대차에 관한 임의해지권을 가진 상태에서 신규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었고, 2) 임대차기간의 날짜를 제외하고 계약내용에 특별한 변경이 없었으며, 3) 특약사항란에도 ‘본 계약은 계약갱신청구에 의한 재계약’이라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당사자는 기존 임대차가 갱신됨에 따라 임대차기간이 연장되었음을 확인하고 이를 서면으로 명확히 하기 위하여 신규 계약서를 작성한 것이지, 기존의 임의해지권을 포기·상실시키려는 의도로 약정하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만일 신규 임대차계약을 새로운 계약으로 보아 임차인의 임의해지권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임차인이 얻는 이익은 '법정갱신의 경우보다 2개월 더 길게 임차할 수 있게 되는 것'임에 반하여, 그로 인한 불이익은 '같은 기간 동안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고 임의해지권까지 잃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해석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해석일 뿐만 아니라, 임차인을 두텁게 보호하고자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습니다.

위와 같이 임대차계약이 갱신된 상태에서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 그것이 기존 계약의 갱신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계약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그 법적 효과가 완전히 달라지게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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