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컬로든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서승효입니다.
요즘 혼인율, 출산율이 최저치를 찍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는데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혼, 출산을 단념하는 이유 중 하나가 경제적인 문제라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살펴볼 내용을 '부부재산계약(약정부부재산제)'으로 정해봤습니다.
원래 부부재산계약 포스팅 하려고 했으면서 억지로 끼워맞추는 거 아니냐구요?
네 맞습니다 :)
자, 그럼 오늘의 포스팅 시작해보겠습니다.
법적 부부가 되는 절차를 '혼인'이라고 하는데요.
사실 말이 거창하지, 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하면 법적 부부가 되는 것입니다.
혼인의 민법상 위치를 살펴볼까요.
민법
제4편 친족
제3장 혼인
제1절 약혼
제2절 혼인의 성립
제3절 혼인의 무효, 취소
제4절 혼인의 효력
제5절 이혼
혼인에 관하여는 우리 민법 제4편 (친족편) 제3장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이 있죠?
네, 바로 두 남녀는 혼인을 통해 비로소 "친족관계"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결국 이를 반대해석하면, 혼인관계가 해소된 경우, 부부는 더이상 친족관계가 아닌 "남"이 된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혈연관계와는 다른 부분이죠.
이러한 부부관계의 특성 때문일까요?
부부재산계약(829조), 부부별산제(830조, 831조), 일상가사대리권(827조, 832조), 혼인생활비용부담(833조).
우리 민법은 부부 각자의 독립성을 전제로 한 혼인생활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포스팅 주제인 '부부재산계약' 조문을 한번 보도록 하죠.
제829조(부부재산의 약정과 그 변경)
①부부가 혼인성립전에 그 재산에 관하여 따로 약정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재산관계는 본관중 다음 각조에 정하는 바에 의한다.
②부부가 혼인성립전에 그 재산에 관하여 약정한 때에는 혼인중 이를 변경하지 못한다. 그러나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변경할 수 있다.
③전항의 약정에 의하여 부부의 일방이 다른 일방의 재산을 관리하는 경우에 부적당한 관리로 인하여 그 재산을 위태하게 한 때에는 다른 일방은 자기가 관리할 것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고 그 재산이 부부의 공유인 때에는 그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④부부가 그 재산에 관하여 따로 약정을 한 때에는 혼인성립까지에 그 등기를 하지 아니하면 이로써 부부의 승계인 또는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⑤제2항, 제3항의 규정이나 약정에 의하여 관리자를 변경하거나 공유재산을 분할하였을 때에는 그 등기를 하지 아니하면 이로써 부부의 승계인 또는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부부재산계약은 특별한 방식을 요하지 않으나(따라서 구두로도 가능합니다) 혼인성립전까지 체결해야 하고, 혼인신고시까지 등기해야합니다. 다만, 등기는 성립요건이 아닌 대항요건입니다. 이러한 부부재산계약은 혼인을 한 때 효력이 발생합니다.
부부재산계약의 내용은 재산에 관한 사항이면 어떤 것이든 가능하나(따라서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이혼하기로 약정하는 것'은 재산계약이 아니어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법정부부재산제를 배제하기 위해 행해지는 게 보통입니다(그래서 부부재산계약을 '법정부부재산제'에 대응하여 '약정부부재산제'라고도 부릅니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이혼할 때의 재산분할에 대하여는 부부재산계약으로 정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부재산계약은 혼인관계 유지를 전제로 혼인중의 부부재산관계에 대해서만 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법원도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은 혼인이 해소됨에 따라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므로 혼인 해소되기 전에 이를 미리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라는 법리에 따라, 부부재산계약을 통해 이혼할 때의 재산분할 내용을 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서울가정법원 2015. 1. 14. 선고 2014드합301307(본소), 2014드합301314(반소) 판결 [이혼, 이혼 등]
나. 부부재산계약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고의 주장의 요지
원고는 피고와 혼인신고를 하기 이전에 서로 각자의 재산에 대하여는 향후 간섭하지 않기로 약정한 후 혼인신고를 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재산분할청구를 할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판단
갑 제17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원고의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가사 원고와 피고가 원고의 주장과 같은 약정을 하였더라도, 결국 그 내용은 원·피고가 재산분할청구권을 미리 포기한 것이라고 볼 것인바,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 것이므로(대법원 2003. 3. 25. 선고 2002므1787(본소), 2002므1794(반소), 2002므1800(병합)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아직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한 위와 같은 의사표시는 효력이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그럼 도대체 왜 우리 민법은, 우리 법원은 혼인 당시부터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의 내용을 미리 정해두는 것(미국과 같은 혼전계약서 제도)을 허용하지 않는 것일까요?
장차 형성될 쌍방의 재산 내용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 곤란해서?
물론 그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혼인기간 중 형성되는 재산에 대한 내용도 분명하게 정해둔다면 문제될 여지는 없습니다(뉴욕변호사협회에서 공유하고 있는 혼전계약서 샘플 참고).
그럼 왜일까요? 왜?
그 이유는 바로...
헤어짐을 예정한 부부관계, 그건 우리 민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진정한 혼인관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혼인'이라는 것은 한쌍의 남녀가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게 고안된 법적 제도이지, 단순한 남녀교제관계 증명제도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쌍방은 최선을 다해 혼인관계를 유지할 의무가 있는데, 각자의 재산을 지키려는 목적으로 작성된 혼전계약서(이하 '프리넙'이라고 합니다)는 혼인관계 유지에 있어 절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이와 관련하여 가사전문변호사 Laurie Israel가 쓴 글 중에 와닿았던 부분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링크를 걸어두었으니 자세한 내용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들어가서 보시길)
프리넙은 배우자를 덜 생각하게 만든다.
근본적으로 프리넙은 결혼에 대한 헌신 부족, 파트너와의 관계에 대한 믿음 부족을 보여준다. 당신이 관대하다고 여겼던 그 사람은 지금 너무나도 이기적이고 무관심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당신은 프리넙을 받아든 순간 파트너를 다르게 인식하게 되었고, 그 사람이 돈에 대해 과도하게 신경쓰는 사람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프리넙이 없었을 때보다 프리넙을 작성 이후 결혼생활에 있어 돈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나는 프리넙으로 인해 결혼생활이 불행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다.
프리넙은 결혼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본 전제를 바꿔버린다.
좋은 결혼은 서로에 대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모든 것을 나누는 것을 포함한다. 결혼 생활에 있어 돈, 생계, 안정감 등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 부분을 떼어 놓고는 결혼생활을 말할 수 없다. "돈은 곧 사랑이다"라는 격언을 들어본 적이 없는가? 현실적인 결혼 생활에 있어 돈은 곧 사랑이다. 당신이 상대방에 대해 사랑을 보여주는 방법 중 하나는 돈에 있어 관대해지는 것이다.
프리넙을 작성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혼인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Laurie Israel 변호사님의 말씀에 십분 공감합니다.
혼인(결혼) 생활은 두 남녀가 함께 가정이라는 집단을 꾸려나가는 긴 여정입니다. 그리고 그 긴 여정 속에서 현실적인 문제(돈 문제, 가족 문제, 건강 문제 등)는 항상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하나하나 계산하며 어느 일방이 손해 보지 않는 결정만을 내리려고 한다면 그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건강한 결혼 생활이 아닙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대법원이 '민법상의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때에 그 법적 효과로서 비로소 발생하는 권리이다'라는 말로 간단하게 표현하였으나, 그 근저(根底)에는 이러한 고려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결국 부부관계는 부부재산계약 등의 제도가 아닌, 상호 이해와 배려로만 유지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모두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기도하며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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