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주민 B와 여러 가지 문제로 갈등관계에 있던 A는, B의 집 뒷길에서 B와 말다툼을 하다 큰 소리로 “저것이 징역 살다온 전과자다!”라고 말했습니다. A의 발언을 A의 남편 C와 B의 친척 D가 들었다면 과연 명예훼손이 될까요?
명예훼손죄의 관련 규정들은 명예에 대한 침해가 ‘공연히’ 또는 ‘공공연하게’ 이루어질 것을 요구하는데, ‘공연히’ 또는 ‘공공연하게’는 사전적으로 ‘세상에서 다 알 만큼 떳떳하게’, ‘숨김이나 거리낌이 없이 그대로 드러나게’라는 뜻입니다. 공연성을 행위태양으로 요구하는 것은 사회에 유포되어 사회적으로 유해한 명예훼손 행위만을 처벌함으로써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대법원 판례는 지금껏 공연성에 대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밝혀 왔습니다(대법원 1992. 5. 26. 선고 92도445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웃집 뒷길에서 시작된 “전과자” 발언으로 인해, 수십 년간 유지된 명예훼손의 공연성 법리가 다시 한 번 대법원에서 검토되었습니다. 위 사건의 1, 2심 법원은 A의 발언에 전파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고 명예훼손의 유죄를 선고했지만, 피고인은 “발언을 들은 C는 A의 남편일 뿐만 아니라 B의 전과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D는 B의 친척이어서 A의 발언에 전파가능성이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하였는데요. 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2020. 11. 19. 명예훼손의 공연성 법리에 대해 다시 한 번 검토하고 기존 법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피고인 A의 유죄를 확정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했습니다(2020도5813).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피해자에게 전과가 있음에도 D는 ‘A로부터 피해자가 전과자라는 사실을 처음 들었다’고 진술하여 피해자와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D와 피해자의 친분 정도나 적시된 사실이 피해자의 공개하기 꺼려지는 개인사에 관한 것으로 주변에 회자될 가능성이 큰 내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D가 피해자와 친척 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파가능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피고인 A는 피해자와의 싸움 과정에서 단지 피해자를 모욕 내지 비방하기 위하여 공개된 장소에서 큰 소리로 말하여 다른 마을 사
람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였던 것으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의 공소사실 발언은 공연성이 인정된다.”
결국, 다른 사람들이 듣는 자리에서 B에게 함부로 “징역 살다온 전과자”라고 말한 A는 명예훼손죄의 처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화가 나는 순간이라도 다른 사람의 ‘공개하기 꺼려지는 개인사’에 대해서는 한층 더 발언을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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