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상호 변호사입니다.
저는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나름 다양한 사건들을 수행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는 강제추행죄의 피의자나 피고인을 변호하는 사건도 제법 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을 살펴보면 '어떻게 공익을 수호하는 변호사가 성범죄자를 변호할 수 있냐?'고 비난하는 분들도 많으신데, 물론 명백한 강간범죄의 가해자를 변호하는 일은 관점에 따라 손가락질 받을 일일 수도 있겠지만, 사안을 객관적으로 바라봤을 때 피의자 혹은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꽤 억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성범죄 사건들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현재 변호하고 있는 사건들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더라도, 직장 동료 사이에서 남성이 여성을 격려하며 어깨를 두드렸다는 사실로 형사고소를 당하여 진행 중인 사건 등 성범죄로 치부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사건들이 있습니다.
그럼, '그러니까 아예 접촉조차 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물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겁니다.
저 역시도 '이성간이든 동성간이든 상대방의 동의 없는 신체적 접촉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비동의접촉죄가 별도로 입법되지 않는 이상) 단순한 일상 차원에서의 1회적인 신체적 접촉에 대해서도 강제추행죄로 처벌을 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모쪼록,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에서도 2023. 9. 21. 선고된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강제추행죄에 대한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였는데요, 아래에서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강제추행죄와 관련하여 새롭게 제시한 법리에 대해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1.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인 '폭행 또는 협박'의 해석기준 완화 (다수의견)
먼저, 그 동안 우리 법원은 강제추행죄를 폭행이나 협박이 선행되는 이른바 '폭행, 협박 선행형'과 폭행행위 자체가 곧바로 추행에 해당하는 이른바 '기습추행형'으로 나누어 왔는데, 그 중 '폭행, 협박 선행형'에는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하는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요구된다고 판시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더 이상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인 '폭행 또는 협박'을,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하게 요구되지 아니하고, (i)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ii)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며 종전의 강제추행죄에서의 폭행과 협박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을 변경하였습니다.
2.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인 추행의 해석기준 강화 (보충의견)
한편, 대법관 안철상 외 4인의 대법관은 위와 같이 폭행과 협박을 넓게 해석하게 되면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는 범위가 지나치게 부당히 확대 것을 우려하며 강제추행죄의 또 다른 구성요건인 '추행'을 보다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보충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그 보충의견의 요는, '외국 입법례를 보면, 독일 형법의 경우 ‘성적 행위(sexuelle Handlungen)’는 보호법익과 관련하여 ‘어느 정도 현저한(von einiger Erheblichkeit)’ 행위로 한정하고 있고(제184h조), 미국 연방형법은 성적 접촉(abusive sexual contact)의 대상을 우리나라와 달리 타인의 모든 신체가 아닌 ‘생식기(genitalia), 항문(anus), 사타구니(groin), 유방(breast), 허벅지 안쪽(inner thigh) 또는 엉덩이(buttocks)’ 등 특정 신체 부위만으로 한정하고 있는데(제2246조 제3항), 비록 우리나라의 경우 위와 같은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객관적으로 보아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신체 부위를 접촉하였거나 추행의 정도가 매우 가벼운 경우에는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추행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더욱 면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폭행 또는 협박을 완화해서 해석하는 경우에도 지금처럼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신체 부위를 접촉한 경우까지 모두 처벌하게 되면 현행법상 인정되지 않는 비동의 접촉죄로 처벌하게 되는 사실상의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또 다른 구성요건인 '추행'을 보다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3. 결론
이와 같이 앞으로 강제추행죄를 판단하는 기준에 있어 큰 변화의 물결이 될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와 같이 변화된 판례의 법리에 의할 때, 향후 강제추행죄의 피해자와 피의자 양쪽 모두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라면 종전과는 조금 다른 태도로 사건에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관련하여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하신 경우 언제든지 편히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법률사무소 사유
대표변호사 이상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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