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뢰인은 서울 소재 어느 건물 일부(이 사건 상가)를 임차하여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병원을 운영해 온 원장님입니다(따라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보호를 받는 대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계약에 따른 임대차기간이 종료하고 병원을 확장이전하게 되어 이 사건 상가에서 퇴거를 하게 되었는데요,
임대인이 청소상태나 피스자국 등 생활 훼손의 정도를 들먹이며 보증금반환을 거부하였습니다.
(그 임대차계약서에는 원상회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월세의 두배 비율에 의한 손해배상금을 추징한다는 취지의 악덕 규정이 있었습니다. 해당 규정을 근거로 보증금을 전부 상계처리하려는 못된 심보를 갖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의뢰인은 최선을 다해 임대인이 원하는대로 원상회복 공사를 진행하였으나 임대인은 계속 괜한 트집을 잡으며 결국 보증금의 2/3 정도를 반환하지 않았습니다.
이 상태에서 의뢰인이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한장헌 변호사를 찾아 주셨습니다.
저희 사무실에서는 우선 보증금반환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이 사건 상가에 가압류를 하는 것과 보증금반환청구 본안소송을 진행하는 것을 권유하였고, 이에 해당 법적 조치들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이 사건 상가 등기사항전부증명서(등기부등본)를 발급받아 보았는데,
이 사건 상가는 2022년 후반기에 'OO신탁 주식회사'에 신탁을 등기원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었습니다.
신탁법에 따른 신탁의 경우 대내외적으로 그 소유권이 완전히 그 신탁을 받은 수탁자, 즉 이 사안에서는 위 OO신탁 주식회사에 이전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경우 기존 임대인과 OO신탁 주식회사 중 누구를 상대로 임대차 보증금 반환청구를 할 것인지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관련 법리를 먼저 살펴보자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 : ‘임차건물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
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70460 판결 : “신탁법상의 신탁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의 재산권을 이전하거나 기타의 처분을 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신탁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권을 관리·처분하게 하는 것이므로(신탁법 제1조 제2항), 부동산의 신탁에 있어서 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게 되면 대내외적으로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고, 위탁자와의 내부관계에 있어서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며, 이와 같이 신탁의 효력으로서 신탁재산의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이전되는 결과 수탁자는 대내외적으로 신탁재산에 대한 관리권을 갖는 것이고, 다만, 수탁자는 신탁의 목적 범위 내에서 신탁계약에 정하여진 바에 따라 신탁재산을 관리하여야 하는 제한을 부담함에 불과하다. 임대차의 목적이 된 주택을 담보목적으로 신탁법에 따라 신탁한 경우에도 수탁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에 의하여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다”
위 대법원 판례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관한 판시이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각 임차인의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다는 동일한 취지를 가지고 있고, 대체적으로 비슷한 법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위 판시 내용은 이 사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의뢰인은 새로 소유권을 취득한 OO신탁 주식회사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판례도 있습니다.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64615 판결 : 대항력 있는 주택임대차에 있어 기간만료나 당사자의 합의 등으로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에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2항에 의하여 임차인은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대차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의제되므로 그러한 상태에서 임차목적물인 부동산이 양도되는 경우에는 같은 법 제3조 제2항에 의하여 양수인에게 임대차가 종료된 상태에서의 임대인으로서의 지위가 당연히 승계되고,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경우에는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도 부동산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이므로 양도인의 임대인으로서의 지위나 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는 것이지만, 임차인의 보호를 위한 임대차보호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임차인이 임대인의 지위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임차주택의 양도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와 같은 경우에는 양도인의 임차인에 대한 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않는다.
즉, 임차인은 임대목적물의 소유권이 이전된 경우 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에 따라 변경된 소유자에게 보증금반환청구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임대인 지위승계에 이의를 제기하여 변경 전 소유자에게 보증금반환청구를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여 보증금반환청구를 하면 그만이니, 다툴 실익, 누가 더 자력이 있는지, 누구랑 더 실질적으로 싸우고 있는지 등을 감안하여 소송을 진행하면 됩니다.
우리 의뢰인은 변경된 소유자, 즉 OO신탁 주식회사를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를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여기서 또 다른 쟁점이 등장합니다. 신탁법에는 아래와 같은 조항이 있습니다.
신탁법 제22조(강제집행 등의 금지) ① 신탁재산에 대하여는 강제집행,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 보전처분(이하 “강제집행등”이라 한다) 또는 국세 등 체납처분을 할 수 없다. 다만,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 또는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기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신탁된 재산에 관하여는 강제집행, 경매, 보전처분, 국세 등 체납처분을 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이것은, 신탁자의 채권자가 신탁자에 대한 채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신탁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만일 이 사안에서 우리가 임대인 지위 승계에 이의를 제기하고 기존 임대인을 상대로 하여 보증금반환청구를 하는 경우라면 위 신탁법 규정에 따라 강제집행 또는 보전처분(가압류)을 할 수 없을 것이고, 만일 그 강제집행, 가압류 등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변경된 임대인인 OO신탁 주식회사를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를 하는 것이므로, 이 경우는 위 신탁법 제22조 제1항 단서의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해당하므로 결국 강제집행 금지의 예외로써 별 문제 없이 가압류신청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결국 이 사안에서는 신청한 취지에 따라 가압류 담보제공명령을 받고 그 절차를 이행하여 가압류등기까지 마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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