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부동산 전문 변호사 최아란입니다. 부동산 가격의 등락에 따라 변호사에게 걸려오는 상담전화의 내용도 가지각색입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였지요. 이 시기에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 매매계약 체결 이후 시세가 급등하자 매도인은 매매계약을 파기하려고 하고 매수인은 어떻게든 매매계약을 지키려고 해서 이와 관련한 상담이 참 많았습니다.
또한 전세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때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려는 임차인과 계약갱신을 거절하고 전세가격을 올려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려고 하는 임대인들의 상담도 참 많았는데요.
채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부동산 시장이 급변했습니다.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전세가 또한 떨어지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역월세까지 등장하면서 임대차와 관련한 새로운 법률 분쟁이 시작되는 추세입니다.
오늘은 먼저 역월세의 뜻에 대해 살펴보고 전세 세입자 입장에서 역월세 조건의 전세계약 갱신을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여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월세 뜻
본래 월세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것입니다. 역월세라 함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월세를 지급하는 것인데요. 이러한 현상은 왜 등장하는 것일까요?
예를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1) 집주인과 세입자는 2020년 12월 10일 2년 전세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 당시의 전세보증금은 시세를 따라 6억으로 정했습니다.
3) 2022년 12월에 만기가 도래하여 세입자가 이사를 나가고자 한다면,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6억을 반환하여야 합니다.
4) 그런데 현재 집주인에게는 여윳돈이 없습니다. 새로운 전세 세입자를 찾아 전세금을 받아 세입자에게 반환하여야 합니다.
5) 문제는 근래에 전세 가격이 급락하여 전세 시세가 4억으로 하락했다는 점입니다.
6) 이 경우 집주인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새로운 세입자로부터 4억을 받고 나머지 2억을 따로 융통하여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금 6억을 반환한다.
둘째, 기존 세입자와 합의하여 전세계약을 연장한 다음 추후에 전세금을 반환하기로 한다.
둘 중 첫 번째 선택지를 택하면 집주인에게도 세입자에게도 가장 깔끔한 해결 방법입니다. 문제는 전세금 차액을 추가로 융통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집주인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결국 집주인은 두 번째 선택지를 따라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계약을 연장해달라고 읍소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무 조건 없이 시세보다 높은 금액으로 전세 계약을 갱신해줄 세입자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세입자 입장에서는 현재 살던 전세금 6억짜리 집에서 이사를 나가면 시세대로 전세금4억짜리 집에 입주할 수 있는데 굳이 높은 전세금을 유지할 필요가 없겠지요.
이렇게 되면 당장 전세금을 반환할 여력이 없는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전세값 하락에 따른 전세자금 대출 이자만큼 세입자의 손해를 메꿔줄테니 전세계약을 연장하고 2년 더 있어달라."라는 조건을 제시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역월세입니다.

요컨대 역월세란 ① 전셋값이 떨어졌을 때 ②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는 집주인이 ③ 전세계약을 유지하기 위해서 ④ 세입자에게 매달 일정 금액(또는 한꺼번에 일시불로 지급)을 돌려주는 현상을 뜻합니다.
세입자 입장에서 바라본 역월세의 장점
이사는 번거롭고 힘든 일입니다. 특히 전셋집에서 새로운 전셋집을 찾아 날짜를 맞추어 이사를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렵게 새로운 전셋집을 찾아 전세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기존 집주인이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기라도 한다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전셋집에 대한 전세계약금을 몰취당할 위험까지도 감수하여야 합니다(물론 이 계약금은 차후에 기존 집주인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아낼 수 있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세입자 입장에서는 골치아픈 일입니다).
역월세는 전세계약의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현상입니다. 즉, 세입자는 이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지요. 이것이 역월세 조건으로 전세계약을 갱신할 때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아울러 세입자는 전세 시세 하락에 따른 손실만큼 집주인으로부터 역월세를 받기 때문에 딱히 경제적인 손실도 없습니다. 만약 집주인이 전세금 하락분에 대한 이자보다 더 높은 금액을 역월세로 지급한다면 오히려 돈이 남습니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문제는 집주인이 만기에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으면 결국 세입자는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집주인은 돈이 없으니 임의변제를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세입자는 집주인을 상대로 경매를 진행하여야 하는데, 세입자 입장에서는 경매를 진행했을 때에 자신의 전세 보증금을 다 받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게다가 소송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역월세는 더욱 유혹적인 제안이지요.
부가적으로 새로 이사갈 집을 찾기 위한 시간과 이사 비용까지도 아낄 수 있다는 점은 세입자가 역월세 조건을 받아들이게 하는 좋은 포인트입니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역월세 조건을 받아들이고 전세계약을 갱신하였다가는 2년 뒤에 전세금을 회수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세입자 입장에서 바라본 역월세의 단점
역월세 조건으로 전세계약을 갱신하게 된다면 세입자에게는 어떤 단점이 있을까요?
집주인이 역월세를 제안했다는 것은 그만큼 집주인에게 여윳돈이 없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요즘같이 금리가 계속해서 오르고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있는 상황에서는 향후 2년 내에 집주인의 경제력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질 가능성도 거의 없습니다. 바꿔말하면 부동산 호황이 오지 않는다면 향후 전세금을 반환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0년 당시 매매 시세 10억의 아파트에 전세 6억으로 입주를 하였는데, 2022년 현재 매매 시세가 8억이 되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만기가 도래한 세입자가 역월세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고 지금 바로 경매신청을 할 경우, (다소 번거롭기는 하겠지만) 경매 유찰 등을 고려하더라도 세입자는 전세금 6억을 무사히 회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만약 2022년에 역월세 조건을 받아들이고 전세금을 6억 그대로 유지한 채 전세계약을 갱신하였다고 해봅시다. 2022년에 8억이었던 매매가는 2023년, 2024년에도 계속해서 떨어질 수 있습니다. 만약 2024년에 매매가가 6억까지 떨어진다면, 그때가서 세입자가 전세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경매를 실시하더라도 경매비용과 유찰 등을 고려하면 전세금 6억을 전액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부동산 불경기가 예상될 때에는 역월세 제안을 받아들이고 전세계약을 갱신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역월세 조건을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
부동산전문변호사로서 제가 전세 세입자에게 드리는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앞으로 현재의 전셋집에서 몇년을 더 살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전세금을 반환할 여력이 없는 집주인이 갑자기 수억에 달하는 전세금이 생길 리가 만무합니다. 그렇다면 결국 집주인은 다시 전세 시세가 올라야만 전세금을 반환할 수 있습니다. 현재 살고 계신 집에 몇 년을 더 살지 먼저 생각해본 뒤에 아래 판단 기준을 적용해보시기 바랍니다.
다음으로, 내가 살고 있는 전셋집의 시세가 부동산 시장 변화에 민감한 집인지 아닌지 잘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현재 집주인이 역월세를 제안하고 있는 집이라면 전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매매가가 얼마까지 떨어질 것인지를 보수적으로 예측해보셔야 합니다. 만약 떨어질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면 과감하게 역월세 조건의 전세계약 갱신을 거절하시 바랍니다. 참고로 포털사이트에서 "KB 부동산 시세"를 검색해보시면 내 집의 시세 변화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끝으로 내 계획상 현재의 전세집에서 이사 나오려 하는 시점의 부동산 시세를 예측해보셔야 합니다.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상황과 함께 내 집의 특수성을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이사하고자 할 때까지 전세가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면 당장의 역월세 조건을 받아들이셔도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소 번거롭더라도 이사를 나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의 조언
익히 아시다시피 역월세는 정상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역월세 현상이 해소되려면 전세 가격이 다시 올라야 하고, 그러려면 전세 수요가 올라가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금리인상이 계속되는 상태라면 빠른 시일 내에 전세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당장 눈앞에 주어진 몇십만원에 혹해서 전세계약을 갱신하였다가 집값이 계속해서 떨어지면 전세금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지금 이미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높은 집이라면 과감하게 역전세 제안을 거절하시고 전세계약을 종료하시는 것을 권유드립니다. 당장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여력이 없는 상태라면, 먼저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셔서 판결문을 확보해두신 상태에서 계속해서 전셋집에 거주하면서 적절한 타이밍에 경매를 신청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집주인이 너무나도 달콤한 역월세 제안을 한다면, 그것은 그만큼 미래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입니다. 멀고 길게 보십시오. 도저히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부동산 전문 변호사와 충분히 상담해보시고 결정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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