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과 이와 관련된 분쟁의 증가
많이들 아시다시피 지난 2020년 여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임차인(세입자)에게 원래 보장되던 2년의 거주기간에 추가하여, 임대인에게 2년간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창설되었습니다. 이로써 2+2, 합계 최장 4년의 계약기간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효과가 발생하였을 뿐 아니라 계약갱신시 5% 이내에서만 차임과 보증금 증액이 가능한 제약까지 생겼으므로, 임차인들에게는 상당히 환영할만한 법 개정이었습니다.
다만, 반대로 임대인들은 기존에 2년 단위로 시세에 맞는 임대차를 놓을 수 있었던 권한에 제한을 받게 되어 재산권 제약이 발생할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매도 의사결정에도 지장을 받게 되는 등 다소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정당하게 거절할 수 있는 사유들을 함께 규정하였습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임대인 및 임대인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의 실거주'입니다. 실제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는 이러한 임대인의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요구권이 거절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고, 이를 원인으로 한 분쟁들도 다수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실거주를 이유로 임차인을 우선 내보낸 뒤, 종전 임차인보다 높은 가격으로 새 임차인을 받거나 혹은 주택을 매도하는 경우입니다.
특히 이와 같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다소 급하게 개정된 면이 있다보니,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도 있어서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아직 대법원의 판례도 없는 상황이어서 하급심 판결들도 서로 해석이 갈리기도 하는 부분입니다. 이에 따라,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및 이에 대한 거절과 관련된 분쟁이 상당히 많아지고 있습니다.
실거주를 원인으로 한 계약갱신요구권 거절에 관한 법리 1. 제3자에 대한 임대의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단순히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ㆍ직계비속을 포함한다)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를 계약갱신 요구권에 대한 거절 사유로 삼고 있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제8호).
그런데 임차인 입장에서는 임대인이 실제로 실거주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 여부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려다가 거절당할 당시에는 이에 대하여 특별히 다투기가 어렵습니다.
임대인이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당시 임대인이 내세운 갱신거절사유인 실거주 목적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존재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임대인으로서는 실거주 예정임을 소명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도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제8호의 실거주 목적을 사유로 하여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와 같이 임대인이 내세운 실거주 목적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임차인이 이를 주장·입증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2. 21. 선고 2021가단5013199 판결
위 1심 판결은 임대인의 계약갱신요구 거절 당시에는 객관적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도 실거주 목적을 사유로 하여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본 사례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위와 같이 일단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했더라도, 그 후에 나타난 제반 사정상 그것이 허위였음이 명백하게 밝혀진 경우에는 임대인은 임차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됩니다.
특히 제3자에게 임대를 한 경우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명시적인 손해배상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위와 같이 제3자에게 임대를 한 경우에는, 1. 갱신거절 당시의 3개월치 월차임 2. 제3자에게 임대하여 얻은 환산월차임과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 간 차액의 2년분에 해당하는 금액, 3. 갱신거절로 인한 임차인의 손해액 중 가장 큰 금액이 손해배상액이 되고, 임대인은 이를 임차인에게 손해배상할 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실거주를 원인으로 한 계약갱신요구권 거절에 관한 법리 2. 주택 매도의 경우
그런데 문제는, 위와 같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실거주로 인한 계약갱신요구 부당거절에 관한 손해배상규정인 제6조의3 제5항, 제6항은 명시적으로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한 경우"만을 규정하고 있어, 임대가 아닌 "매도"를 한 경우에는 위와 같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 제6항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때는 민법 제750조의 일반불법행위책임이 성립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최근 하급심 판례들의 경향입니다. 즉, 임대인이 자신 또는 직계존비속의 실거주를 원인으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거절하여 놓고, 실제로는 실거주를 하지 않고 주택을 매도하는 것은 임차인의 정당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의 권리를 침해한 민법상 불법행위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를 제3자에게 임대한 것이 아니라 매매한 것이므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⑤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실제 거주할 의사 없이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거절함으로써 제6조의3 제①항을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이상 제3자에게 임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위 책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2. 14. 선고 2022가단5113218 판결
다만, 이 경우 손해배상액의 산정이 실무상 문제가 됩니다. 매도시에는 제3자에 대한 임대시 손해배상액의 기준이 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6항 또한 적용되지 않으므로, 제3자에 대한 임대의 경우와 같은 3가지 손해배상액의 기준 또한 적용되지는 않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 일반적으로 하급심 판례들은 1) 중개수수료 2) 이사비 3) 에어컨등 이전설치비를 기본적인 손해라고 본 사례들이 많고(다만 이러한 비용 지출은 어차피 지출하는 금액이므로 인과관계가 없는 손해라고 본 사례도 다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4) 신규 임대차계약 관련 손해로서 '기존 임대차계약이 갱신되어 5% 증액되었을 경우의 금액과 신규 임대차계약의 금액의 차액에 대한 이자 및 부대비용 손해액'을 손해로 인정하는 경향입니다. 그리고 실무상 가장 다툼이 많은 것은 4) 신규 임대차계약 관련 손해입니다.
다만, 위 4) 신규 임대차계약 관련 손해 산정시에는 계약갱신요구를 거절당한 임차인의 신규 임대차계약이 종전 임대차계약과 유사한 입지, 평형의 주택이었는지 여부가 주요 고려 대상이 되며, 많은 하급심 판례들이 원칙적으로는 종전 주택이 아파트일 경우 동일한 아파트 단지 혹은 인근 유사 아파트 단지의 동일 평형 주택에 대한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임차인이 동일한 아파트 단지나 인근 유사단지로 신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뿐 아니라 매물을 구하지 못하였거나 기타 다른 사정으로 전혀 다른 주택(입지, 면적, 연식 등)으로 이사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므로,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고 사안 별로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리 정해지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도대체 손해액이 얼마로 산정되어야 할 것인지 여부는 결국 임차인 쪽이든 임대인 쪽이든 변호사의 역량에 달린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임차인의 입장일 경우에는 실거주를 원인으로 하였던 것이 아니었으므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는 점을 입증하고, 추가적으로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증명하여 최대치로 인정 받아야 할 것이지만, 임대인의 입장일 경우에는 애당초 실거주를 원인으로 한 계약갱신요구가 정당하였다는 점을 입증하여 애당초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장하여야 할 것이고, 임차인이 주장하는 손해액이 구체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최대한 입증하여 손해배상액을 최소화하여야 합니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간단할 것 같은 소송이지만, 실제로는 임대인이나 임차인 입장에서 상당히 주장, 입증하여야 할 것들이 많고 또 소송 가액도 생각보다 큰 소송입니다(수 천만원 단위의 손해배상 판결이 선고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로서는 아직 확립된 대법원 판결이 존재하지 않아 명확하게 확립된 법리가 없다는 점에서, 소송 수행의 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소송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쉽게 생각하실 것이 아니라 임대차 관련 분쟁 경험이 많고 실력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원고로서 소송을 제기하시거나 피고로서 대응하시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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