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아이가 문구점에서 물건을 훔치다 잡혔어요.
두 번에 걸쳐 그랬더라고요
부모 입장에서 너무 죄송스럽고 아이를 잘못 교육한 죄스러운 마음으로 문구점에 아이와 같이 가서 사죄를 했어요.
사장님과 직원들은 한 시간 가까이 저희에게 하소연과 저희 아이에게 비난과 여러 건의 사례들을 이야기하시며 변상을 요구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얼마를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100배 붙여놨지만 100배는 좀 그러니 30배를 변상하라고 하더군요.
저희 부부는 아이를 앞에 놓고 금액에 대해 깎는 것도 그렇고 해서 충격으로 정신도 없고 해서 우선은 통장으로 이체해 주고 나왔습니다.
저희 아이가 잘한 건 아니지만 자제력이 부족한 11살 아이가 저지른 절도인데 4만 원가량의 물건값으로 120만 원을 변상하니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 30배 변상을 하는 게 맞나요?
얼마 전 문의를 받은 내용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먼저, 아이가 잘했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아이의 잘못은 부모의 잘못이니 부모님도 분명히 잘못한 게 맞습니다.
하지만 어린아이의 잘못에 대해서 30배를 배상하는 건 너무하지 않을까요?
물론 여러분 중에서는 "아이도 도둑질이 나쁘다는 것은 알 것 아니냐? 그 정도 벌은 받아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성인처럼 행동을 자제하기 어렵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촉법소년이나 형사미성년자와도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후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무튼 요즘 무인가게들이 늘어나면서 도난 적발 시 30배 혹은 100배까지 배상을 해야 한다는 경고 문구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이런 경고 문구는 효력이 있을까요? 어떤 분들은 내가 그 가게에 들어가서 경고 문구를 보았음에도 절도를 했다면 효력이 있는 것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구는 법적으로 전혀 효력이 없습니다.
법적으로 여러 가지 점을 지적할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와 같은 내용에 대해서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있었거나 혹은 손님이 동의를 한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만일 일방적인 고지만으로 효력이 있다면 저는 “상담 예약하시고 펑크 내시는 분들은 100만 원을 배상하셔야 합니다.”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만일 손님이 동의한 경우라도 배상액이 실제 손해에 비해서 지나치게 높은 경우라면, 소송으로 갔을 때 법원이 감액을 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의 기본 원칙은, 그 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했을 재산 상태로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문구점 주인이 4만 원의 손해를 보았다면 4만 원만 배상하면 되는 거죠. 물론 손해액에 법정이자가 붙을 테고, 범인을 잡기 위해 들인 시간과 비용도 입증 가능하다면 배상은 가능합니다. 소송으로 갈 경우 소송비용도 청구할 수 있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배상액이 120만 원이나 400만 원이 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절도를 저지른 사람이 형사처벌을 받을 상황에서 어떻게든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서 합의를 요구한다면 실제 손해보다 조금 더 배상을 받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자신이 받은 손해보다 지나치게 높은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합의를 할지 여부야 피해자의 자유이니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문제지만 만일 지나치게 높은 합의금을 고수하다가 합의가 불발되는 경우,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민사 소송을 통한 배상은 실제 손해액에 국한된다는 점은 아셔야 합니다.
참고로 지하철의 경우에는 부정승차 시 운임의 30배를 청구하는데요, 이건 손해배상이 목적이 아니라 일종의 벌칙으로 법률로 정해놓은 것이기 때문에 허용됩니다. "나는 동의한 적 없으니까 범죄를 저질러도 나를 처벌할 수 없어."라는 주장을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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