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26일 '계곡 살인사건'의 이은해에 대한 제2심(항소심) 선고가 있었습니다. 결과는 제1심(원심)과 동일한 무기징역이었지요.
그런데 이 사건의 수사에서 재판에 이르기까지 일부 여초 사이트에서 "이은해가 민 것도 아니고 자기가 뛰어내렸는데 왜 살인이냐?"라면서 고인이 된 피해자를 모욕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왜 이은해가 직접 민 것이 아닌데 살인죄가 되는 것인지 법률적으로 설명을 드려볼까 합니다.
먼저, 이은해는 수영을 하지 못하는 고인이 물에 빠지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고, 고인의 사망 이전의 행동이나 이 사건 당시의 행동으로 보아 고인의 사망을 바랐거나 적어도 사망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최소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는 인정됩니다.
문제는 일부 몰지각한 인간들의 말처럼 밀지 않았는데 무엇이 살인 행위인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법률에는 '부작위'라는 것이 있습니다. 국어사전 상의 의미는 "마땅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 일'이라고 정의되어 있는데요, 어떤 범죄의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그 결과 발생을 방지하지 않았고 그것이 직접 행위를 하여 결과가 발생한 것과 동등하게 평가될 수 있는 경우 직접 행위를 한 것과 동일한 범죄가 성립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응급실에 응급환자 한 명이 실려 왔습니다. 응급수술을 받으면 살 수 있었는데, 응급실 의사가 보니까 평소에 자기가 엄청 싫어하던 사람이에요. 그래서 치료를 거부합니다. 환자는 결국 사망하였습니다.
이런 경우 누가 보더라도 의사에게는 살인죄가 인정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의사는 법률상 응급환자를 치료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하지 않아서 환자가 사망한 것이니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처벌받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부작위범이 모든 경우에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작위범이 되려면 그 사람에게 '위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경찰이 범죄 현장을 보고도 조치를 하지 않으면 부작위범이 될 수 있지만 일반 시민들은 그렇지 않죠. 경찰관에게는 범죄 발생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결과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합니다.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응급환자를 치료하지 못했다고 부작위범이 되지는 않지요.
정리하자면 결과 발생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결과 발생을 막을 수 있었는데 이를 하지 않아서 결과가 발생하였다면 부작위범이 되는 것입니다.
판례가 부작위범이 된다고 인정한 경우로는 ①공무원이 사무를 보조하는 사람의 횡령을 알면서도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경우(업무상횡령죄의 방조범), ②법무사가 아닌 사람이 스스로 법무사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타인이 법무사라고 부르는 것을 방치하면서 법무사 행세를 하고 업무를 한 경우(법무사법위반죄), ③의사에 만류에도 불구하고 수술 후 회복 중이던 남편을 퇴원시킬 것을 요구하여 치료를 중단한 경우(살인죄)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 국민을 슬픔에 빠뜨렸던 세월호 사건의 선장 이준석에게도 살인죄가 인정되었습니다. 선장으로서 마땅히 승객을 구조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하지 않고 자기 혼자만 탈출한 것을 법원에서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본 것이지요.
이은해 사건으로 돌아가서, 이은해는 고인과 부부 사이였으니까 고인이 직접 뛰어내렸건, 미끄러졌던 당연히 부부간의 부양의무에 따라서 위험에 빠진 고인을 구할 보증인 지위가 인정되고 수영을 할 줄 알았고 그 외에 튜브를 던져 주는 등 충분히 고인을 구할 능력도 있었는데 그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인죄가 인정될 수 있는 거죠.
실제로 10살짜리 조카를 살해하려고 저수지로 데려가서 미끄러지기 쉬운 제방을 걷다가 물에 빠지니까 구조하지 않은 사안에서 살인죄를 인정한 예가 있는데요, 이은해 사건이랑 유사하죠. 본인은 아무것도 안 했는데, 아무것도 안 했기 때문에 죄가 되는 경우인 겁니다.
한편 처벌 수위에 대해서 살펴보면, 실제로 적용되는 법조항은 작위나 부작위 똑같이 살인죄가 적용되고 부작위라고 감경하는 규정도 없습니다. 다만 죄질에 있어서 작위보다는 가볍게 봐서 일반적으로는 낮은 형이 선고됩니다.
그러나 이은해의 경우에는 이전에도 수차례 살해하려고 했던 점이나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한 점 등이 고려돼서 제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되고 제2심에서도 유지된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재판에서는 가스라이팅을 통한 심리적 지배로 물에 뛰어들게 했으므로 부작위가 아닌 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봐야 한다는 검사의 주장도 있었는데, 정말 심리적으로 완벽하게 지배해서 자살을 하게 만드는 경우에는 부작위가 아니라 작위에 의한 살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7살 3살 아이들에게 같이 죽자고 해서 물속으로 따라 들어와서 익사하게 한 아버지에 대해서는 “비록 피해자들을 물속에 직접 밀어서 빠뜨리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자살의 의미를 이해할 능력이 없고 피고인의 말이라면 무엇이나 복종하는 어린 자식들을 권유하여 익사하게 한 이상 살인죄가 된다."라고 판단 판례가 있습니다. 즉 물에 빠진 걸 구조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물에 빠지도록 지시한 것이 작위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은해 사건에서 법원은 고인이 뛰어내리기를 망설인 점 등을 볼 때, 고인이 이은해의 말에 복종해서 뛰었다기 보다는 물에 빠지면 이은해가 구해줄 것이라고 믿고 뛰었다고 보아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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