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죄는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처벌하지 않겠다는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서 말씀드렸는데요, 오늘은 '선고유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집행유예'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있어도 '선고유예'라는 말은 처음 듣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선고유예는 일단 검사는 처벌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아 재판에 넘겼는데 판사가 처벌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해서 형의 선고를 하지 않는 판결입니다. 유죄는 맞지만 처벌을 하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기소유예와 비슷합니다.
다만 이론상 기소유예는 이종전과이든 동종전과이든 불문하고 전과가 있더라도 할 수 있고, 실무상으로는 동종전과의 경우에는 다시 기소유예 처분을 하는 경우가 드물어도 이종전과만 있는 경우에는 종종 기소유예 처분이 이루어지는데 비해서, 선고유예는 일단 과거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을 받았던 전력이 있다면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징역형의 실형을 받아 복역한 적이 있거나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던 적이 있다면 이종범죄로 인한 것이었더라도 선고유예가 불가능합니다.
또한 기소유예와 달리 선고유예는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선고할 수 있는 형이 1년 이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어떤 범죄의 법정형(법에 정해진 처벌의 범위)이 3년 이상의 징역형이라면 판사가 정상참작 감경을 하더라도 1년6월의 징역이 최소이므로 다른 감경사유가 없다면 선고유예 판결을 할 수 없습니다.
선고유예는 유예 기간이 2년으로 정해져 있고 이 기간 동안 선고유예가 실효되지 않고 무사히 지나가게 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데요, '면소'는 소송을 계속 하는 게 불필요해서 판단을 하지 않겠다는 형식재판의 일종입니다. 그러니까 2년이 지나면 유죄를 선고한 재판 자체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한다는 것입니다.
2년의 유예 기간 중에 벌금을 초과하는 형을 선고 받거나 그런 전과가 발견되는 경우에는 선고유예는 효력을 잃게 되고, (미리 정해 두었지만 선고하지 않았던) 형이 선고됩니다. 또 선고유예 판결을 할 때는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할 수 있는데 보호관찰 준수사항을 위반한 정도가 무거운 경우에도 선고유예가 실효될 수 있습니다.
한편 현실적으로 검사가 기소유예 처분을 하지 않은 이상, 재판에 넘어간 이후 피해자와 합의가 되었거나 다른 중요한 양형자료가 제출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데도 법원에서 선고유예를 해 줄 가능성은 낮습니다.
따라서 선고유예를 목표로 하는 경우라면 이전까지 주장·입증되지 않은 새로운, 유리한 양형 요소를 주장·입증해야만 하겠지요.
한편 성폭력범죄로 인한 신상정보 등록 의무는 선고유예가 실효되지 않고 2년을 경과하는 경우에 사라집니다. 따라서 2번만 경찰서를 방문하면 되겠지요. 이 때문에 성범죄에 연루되었는데 기소유예 처분을 받지 못한 경우 선고유예가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됩니다.
그리고 선고유예와 관련해서 변호사마다 답변이 다른 부분이 바로 "선고유예의 경우 전과기록은 어떻게 되느냐?"는 것입니다.
일단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형실효법)에 따라 선고유예의 유예 기간 동안에는 범죄경력자료에 표시가 됩니다. 문제는 2년이 경과한 뒤인데요, 이에 대해서는 법률에 명확한 규정은 없습니다. 단, 해석상 ①선고유예 자체를 받은 사실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범죄경력에는 평생 남는 것이라고 하는 견해, ②애초에 면소 간주이므로 범죄경력에 남을 수가 없으나 수사경력에는 면소 판결에 준해서 5년간 남아 있다가 삭제된다는 견해, ③2년이 지나면 그냥 삭제가 된다는 견해, 3가지 견해가 있는 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제가 실제로 관련 기록을 통해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실무상 2년이 지나면 삭제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선고유예 기간을 무사히 넘기면 범죄경력에서 삭제가 되는 것이지요.
위 이미지는 실무에서 검사가 법원에 제출하는 수사·범죄경력조회서입니다. 이걸 보시면 범죄경력에는 '상해' 1건밖에 나오지 않는데 수사경력에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으로 2015년에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몰수 판결을 받은 걸 알 수 있습니다. 당연히 재판을 받았기에 몰수 판결을 받은 것인데 범죄 경력에는 해당 죄명이 없습니다. 즉 판결 확정 후 2년이 경과한 2017년에 조회한 범죄경력에는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내용이 삭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네이버 지식인 등을 보면 2년이 경과했는데 선고유예 전력이 삭제되지 않았다는 분들이 제법 보이는데, 실무적으로 통일된 업무처리 기준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따라서 2년이 지나면 무조건 전과에서 삭제된다고 100퍼센트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제가 업무를 하면서 직접 확인한 위 자료를 보면 2년이 지나면 삭제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됩니다.
오늘은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 법원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선처인 선고유예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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