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문 변호사 이동찬입니다.
성형 전, 성형 후 사진을 올려 홍보하는 병원이 많지요. 뭔가 그런 사진이 있는 병원이 설득력 있어 보이긴 합니다. 그러나 환자의 동의 없이 수술 전후 사진을 올리거나, 꼼수를 써서 환자의 동의를 받는 병원들이 있다고 해요. 후기를 '조작'한다는 것이죠.
이처럼 환자의 동의 없이 그 환자의 사진을 올리는 것은 초상권 침해 및 의료법상 비밀누설금지의무 위반, 개인정보 침해에 해당합니다. 나도 모르는 새에 팔려버린 내 얼굴, 환자의 동의 없이 수술 전후 사진을 올린 병원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할까요?
<무슨 법을 위반했다고요? 너무나도 많은 법들>
초상권 침해, 비밀누설금지의무 위반, 개인정보 침해 등등.. 걸리려면야 수두룩하게 걸릴 수 있는 사안일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려고 준비하시는 분들은 드물죠. '못 받아낼 것 같아서' 라기보다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저 조항을 침해했다는데 어떻게 입증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일을 묻어버리십니다. 심지어 지금 어딘가에 걸려있는 내 사진을 가지고 또 다른 일을 저지를 것만 같아서, 보복당할 것 같은 불안감에 그만두고 맙니다. 그렇지만, 이는 충분히 준비가 가능한 일들이며 생각보다 절차가 간단할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사례 2가지를 살펴보며 대처 방법을 알아보도록 할게요.
< 사례 1. 등장인물 : 나여자>
여대생인 나여자씨는 2001년 모 성형외과에서 쌍꺼풀 수술을 했습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후 친구들이 갑자기 자신을 보고 수군거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나여자씨는 2003년, 친구로부터 자신의 쌍꺼풀 수술 사진이 수술을 진행했던 성형외과 웹사이트에 버젓이 올라왔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죠. 그 웹사이트에는 수술 과정에서 촬영한 성형 전후의 얼굴이 있었고, 자신의 얼굴이 ‘수술성공사례’로 웹사이트에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나여자씨는 성형외과 측에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배상을 요구하였고,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신청을 하기에 이르렀지요.
▶결과는?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는 성형외과의 이러한 행태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 환자의 개인정보누설 규정 위반
환자의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위반하였고,(의료법 제19조)
2. 정신적 피해배상
특히 1. 20대 초반인 나여자씨에게 성형수술 사진은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되고, 2. 사진이 일회적으로 게시된 것이 아니라 4개월 이상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던 점 등을 보아 나여자씨에게 정신적 피해를 가한 점이 인정된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배상금 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답니다.
▶구체적으로 적용된 규정들
1) 초상권
초상권은 헌법 제10조에서 보호하고 있는 일반적 인격권 중 하나입니다. 또 초상권을 인정하는 규정으로는 민법 제750조제1항이 있죠.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의 고통을 가한 사람은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 그 내용인데요. 따라서 초상권을 침해하였을 때는 불법행위가 성립하고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으니 잘 알아두고 계시기 바랍니다.
2) 의료법 제19조
의료법 제19조는 ‘의료인은 의료․조산 또는 간호에 있어서 취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위 사례에서 환자의 동의 없이 수술 전후 사진을 올린 것은 의료법 제19조를 위반한 행위로 볼 수 있는 것이죠. 또한 이름이나 주소, 주민등록번호 외에도 사람의 얼굴과 같이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사진 등을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무단 이용하는 것은 명백한 개인정보침해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초상권 위반, 의료법 위반, 개인정보침해를 이유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가능하답니다.
<사례 2. 등장인물 : 김환자>
김환자씨는 2010년 모 성형외과에 가서 코 성형수술을 받았습니다. 김환자씨는 수술을 받고 약 2주 후 병원 홈페이지 및 블로그에 자신의 얼굴 사진과 수술 후기를 게재했는데요. 시간이 지나 김환자씨는 성형외과에 게시된 자신의 후기를 삭제해줄 것을 요청하였고, 성형외과는 삭제하겠다고 하였지요. 그런데 2012년 김환자씨는 인터넷 검색 도중 자신이 방문했던 성형외과 블로그에 삭제한다던 시술 전후 사진이 그때까지도 게재되어 있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재차 삭제할 것을 요청하였고, 병원 측은 그제서야 삭제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환자씨는 여전히 자신의 성형수술 사실 및 성형수술 전후 사진이 인터넷에 버젓이 떠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주변인과 친구들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김환자씨가 확인해본 결과 성형외과 블로그에서는 김환자씨의 이름만 제외했을 뿐 제대로 삭제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김환자씨는 다시 성형외과 홍보팀에게 3차 삭제를 요구했고 그제서야 그 성형외과는 제대로 사진을 내렸습니다. 수 년 간 피해를 입은 김환자씨. 김환자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피해를 보상해줄 것을 요구하며 해당 성형외과 홍보팀 직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결과는?
재판부는 이에 대하여 김환자씨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은 부분이 인정된다고 하였습니다. 김환자씨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블로그 등에 김환자씨의 사진을 올린 성형외과 홍보팀 직원의 행위는 김환자씨의 초상권은 물론이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명예를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김환자씨가 지속적으로 삭제 요청을 하였음에도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영구 삭제된 점을 볼 때 분명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본 것이죠. 이 사건에서 김환자씨는 손해배상금으로 2000만 원을 청구하였으나, 그중 700만 원만 위자료로 인정되었습니다.
<글을 맺으며>
최근에는 병원들이 꼼수를 부려 수술 동의서에 수술 전후 사진을 광고로 쓸 수 있다는 내용을 슬쩍 끼워 넣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그 수술 동의서를 성형수술 직전에 환자에게 내밀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사인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꼼수 동의서'를 받아 병원이 실제로 어디에 쓰는지 환자로서는 알 수 없기에 매우 답답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으로 제시한 수술 동의서에는 수술 전후 사진 활용에 대한 항목은 들어가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은 몰래 저 문구를 넣어 환자들이 사인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버립니다. 그런데 기억해야 할 점! 수술 전후 사진 활용 부분에 관하여 병원이 환자에게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또 이 부분에 관하여 환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동의서 안의 ‘수술 전후 사진을 광고로 쓸 수 있다’는 내용은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환자의 동의 없이 수술 전후 사진을 올리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고, 위자료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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