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부동산&민사법 전문변호사 최아란입니다.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에 자기 자본만으로 부동산을 매수하는 경우는 흔치 않지요. 그중 전세 세입자로부터 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것은 꽤 흔한 사례입니다.
문제는 전세 세입자가 매수인이 뜻하는대로 아무때나 막 구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게다가 갭투자를 하려는 매수인은 그 특성상 자기자본이 극히 적기 때문에 시세 대비 높은 금액으로 전세를 구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 경우, 매수인이 전세 호가를 낮추지 않아 전세 임차인이 맞춰지기 전까지 매도인이 잔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펼쳐지는데요.
오늘은 매매대금의 잔금 지급시기를 전세 세입자가 구해질 때로 약정한 경우, 매도인이 언제까지 잔금 지급을 기다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매수인이 전세 세입자를 구해서 잔금을 치르기로 특약을 했습니다.
전세 세입자가 안 구해지면 무작정 기다려야 하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전세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더라도 일정 기간이 도과하면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매매대금 잔금을 지급하여야 합니다.
이는 '불확정기한'의 법리 때문인데요.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계약금, 중도금, 잔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리고 전세 세입자를 구해서 잔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는 매수인이 잔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다툼이 없습니다. 다만 그 지급시기를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때로 정한 것일 뿐입니다.
이렇듯 이미 부담하고 있는 채무의 변제에 관하여 일정한 사실이 조건이나 기한으로 붙여진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것은 변제기를 유예한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그 조건이나 기한이 발생한 때는 물론이고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된 때에도 기한이 도래한 것으로 취급됩니다(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3다24215 판결 참조).

전세 세입자가 구해지는 때에는 물론이고, 구해지지 않기로 확정된 때에도 잔금 지급기한이 도래한 것이나 같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전세 세입자가 '아직' 안구해졌을뿐, 구해지지 않는다고 확정된 것은 아니지 않나요?
물론입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전세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더라도 일정 기간이 도과하면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매매대금 잔금을 지급하여야 합니다.
그 이유는 대법원 판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조건이나 기한으로 정한 사실의 실현이 주로 채무를 변제하는 사람의 성의나 노력에 따라 좌우되고, 채권자가 그 사실의 실현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사실이 발생하는 때는 물론이고 그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더라도 상당한 기간 내에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는 때에도 채무의 이행기한은 도래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18. 4. 24. 선고 2017다20512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대입해 볼까요?
이 사건에서 전세 세입자가 구해지느냐 안구해지느냐는 매도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철저히 매수인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는 문제이지요. 그런데 매수인이 높은 호가를 유지하여 전세 세입자가 안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매도인에게 막무가내로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므로 매수인이 합리적인 기간 내에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경우, 그 기간이 지난 때에 잔금 지급기일이 도래한 것이므로 매수인은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더라도 잔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그렇다면 매수인에게 지연이자도 받아낼 수 있나요?
네. 합리적인 기간이 지난 다음부터는 지연손해금을 받아낼 수 있습니다.
앞에서 본 대법원 판례는 불확정기한을 정해서 채무를 이행하기로 했는데 채무자가 노력을 하지 않아 그 불확정기간이 달성되지 않은 경우, 합리적인 기간이 지나면 그 불확정기한이 도래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민법은 채무자는 불확정기한이 도래하였다는 사실을 안 때부터 지체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합리적인 기간이 지났고, 채무자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그때부터는 지연손해금도 받아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채권자가 명확하게 채무자에게 채무의 이행을 촉구한 때를 기준으로 합리적인 기간이 도과하였는지 여부를 먼저 판단한 다음, 그때부터 채무자에게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가 지나야 합리적 기간이 지났다고 볼 수 있나요?
합리적인 기간은 딱잘라 3개월이다, 6개월이다, 1년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다만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2개월 전까지 재계약(갱신) 여부를 통지하면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통상적으로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데에 소요되는 기간이 1~3개월 가량인 점 등을 참고해볼 수 있는데요.
3~6개월 정도의 기간이 부여되었음에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다면 합리적인 기간은 도과되었다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실제로 소송으로 진행될 경우, 소송기간만 6개월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적어도 소송이 종결될 때까지는 합리적인 기간이 도과하였다는 판단이 내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매수인이 잔금 지급을 지체한다면 내용증명을 통해 명확히 대금 지급을 촉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매수인이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다는 등의 핑계를 들어 잔금 지급을 지체할 경우, 매도인은 오늘 포스팅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법리를 매수인에게 명확하게 주지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매수인도 전세 세입자가 안구해진다는 이유로 마냥 잔금 지급기일을 늦출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될테니까요.
아울러 매수인에게 상당한 기한이 도과하였다는 점을 확실하게 고지하여야만 그때부터 지연손해금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모로 보아도 매도인은 내용증명을 보내시는 편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때 보내시는 내용증명에는 대법원 판례, 법 조문 등 법률적인 근거를 확실하게 제시하셔야 소송에 이르기 전에 분쟁을 해결하실 수 있습니다.

정확한 법률상담은 분쟁 해결의 첫 단추입니다. 첫 단추를 잘 꿰어 말끔하게 매매 계약을 마무리지으시기 바랍니다.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부동산&민사법 전문변호사 최아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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