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
원고 회사는 이 사건 각 토지를 금룡조경으로부터 신탁받은 신탁회사이고, 피고 회사는 2008. 10. 경부터 유치권자로서 이 사건 각 토지 위에 컨테이너 및 펜스를 설치하고 관리인을 상주시켜 점유하면서 유치권을 행사해오고 있었습니다.
원고 회사는 2019. 6. 피고 회사를 상대로 유치권이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고, 제1심법원은 2020. 11. 이 사건 각 토지 중 6필지에 대해서는 유치권이 소멸하였으나 나머지 토지에 관하여는 유치권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일부 승소판결을 하였습니다.
원고 회사에게 이 사건 각 토지를 신탁한 금룡조경의 대표이사는 위 제1심판결에 따라 철거가집행을 하기 전에 현장답사차 방문을 하였다가 피고 회사의 관리인이 부재중이고 출입문이 잠겨 있지 않은 것을 보고 용역직원 등 수십 명을 대동하여 유치권 행사 공고문을 제거하고 새롭게 펜스를 치며 이 사건 각 토지의 점유를 확보하였고, 피고 측의 출입을 저지하였습니다.
원고 회사는 원심(제2심) 법원에서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토지 중 나머지 토지에 대해서도 점유를 상실하였으므로 피고 회사의 유치권은 전부 소멸하였다고 주장하였고, 원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치권소멸사유에 대한 원심법원의 판단이 모두 잘못되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2. 대법원 판결
(대법원 2023. 7. 13. 판결 2021다274243)
가. 쟁점
원고의 청구는 유치권 소멸을 전제로 하고 있었는데, ① 이 사건 각 토지 중 6필지 토지에 대해서는 유치권자가 다른 사람에게 유치물인 토지를 사용하게 한 경우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유치권 소멸청구의 사유가 되는지 여부가 문제였고, ② 나머지 토지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 회사가 제1심판결 이후 점유를 상실한 상태인데 피고의 점유를 침탈한 원고 측이 피고를 상대로 유치권부존재확인을 구하는 것이 권리남용 및 신의성실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였습니다.
나. 이 사건 각 토지 중 6필지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이 사건 6필지를 제3자가 경작지로 이용하도록 허락하였거나 적어도 이를 사용하는 것을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선관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인정하여 원고의 소멸통보에 의하여 피고의 유치권이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1) 민법 제324조는 유치권자에게 유치물의 점유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부여하고, 유치권자가 이를 위반하여 유치물의 보존에 필요한 사용의 범위를 넘어 채무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사용, 대여 또는 담보 제공한 경우 채무자에게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대여는 임대차뿐만 아니라 사용대차도 포함되는데, 유치권자가 유치물을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사용하게 한 경우에 그것이 유치물의 보존에 필요한 사용을 넘어서는 것으로서 유치권 소멸 청구의 사유가 되는 사용 또는 대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유치물의 특성과 유치권자의 점유태양, 유치권자와 사용자 사이의 관계, 사용자의 구체적인 사용방법 및 사용의 경위, 사용행위가 유치물의 가치나 효용에 미치는 영향, 사용자가 유치권자에게 대가를 지급하였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1다38707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따르면 아래와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 6필지의 전체 면적은 59,532㎡인데 그중 인근 주민이 무단경작한 곳의 면적은 2,148㎡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소규모로 90여 곳에 흩어져 있다.
나) 인근 주민들은 피고가 이 사건 공사를 시작한 2005년 이전부터 위와 같이 경작 행위를 해왔고, 피고가 유치권행사를 시작한 2008. 10.경 이후에도 종전과 같은 형태로 경작을 계속해 온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인근 주민들로부터 경작과 관련하여 대가를 받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 피고는 이 사건 각 토지의 경계에 펜스와 유치권행사 및 출입․사용 등 금지 공고문을 설치하고 관리인원을 배치하여 순찰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왔다. 이 사건 각 토지는 해안가에 위치한 전체 면적 합계 84,966㎡에 이르는 방대한 토지로서 유치권을 행사하는 피고가 유치물의 보존을 위하여 모든 곳을 항상 감시하며 주민들의 출입 등을 철저히 봉쇄할 것까지 요구된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피고는 2008. 10.경 부터 144억 원이 넘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채 유치권행사를 위해 비용을 들여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며 이 사건 각 토지를 점유해 오고 있었다.
라) 이 사건 6필지는 자연녹지지역으로 그 지목이 임야일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토목공사 후 공사가 중단된 채 오랫동안 황무지로 방치되어 왔다. 따라서 위와 같이 인근 주민들이 일부 소규모로 벌인 경작행위로 토지의 가치나 효용이 감소되는 등 토지소유자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위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이 사건 6필지를 제3자가 경작지로 이용하도록 허락하거나 그와 같은 이용을 묵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유치물의 보존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는 사용행위 또한 대여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피고가 유치권자의 유치물 점유에 관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4)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6필지를 제3자가 경작지로 이용하도록 허락하였거나 적어도 이를 사용하는 것을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선관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인정하여 피고의 유치권이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민법 제324조에서 정한 유치권자의 선관주의의무, 유치물의 보존에 필요한 사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다. 이 사건 각 토지 중 나머지 토지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원심은 피고가 2020. 11. 16. 이후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점유를 상실하였으므로 그중 이 사건 6필지를 제외한 나머지 토지에 대한 피고의 유치권도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어서 원심은, ○○○○이 폭력이나 강압 등 물리력을 동원하여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점유를 취득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사정 등을 인정한 다음 이를 근거로 ○○○○의 점유 확보에 불법성이 매개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의 점유를 침탈한 원고 측이 피고를 상대로 유치권부존재확인을 구하는 것은 권리남용 및 신의성실 원칙 위반에 해당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1)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따르면 아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2008. 10.경부터 이 사건 각 토지의 경계에 펜스와 유치권행사 및 출입․사용 등 금지 공고문을 설치하는 등으로 유치권행사 사실을 공고한 상태에서 이 사건 각 토지를 점유, 관리해 왔다.
나) 원고는 2019. 6. 12. 피고를 상대로 유치권이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제1심법원이 2020. 11. 11. 이 사건 각 토지 중 이 사건 6필지에 관한 유치권은 소멸하였으나 나머지 토지에 관한 유치권은 존재한다는 이유로 일부 승소판결을 선고하였다. 그 판결의 주문에는 이 사건 6필지 중 원심판결 별지1 목록 제25항 토지와 부산 남구 (주소 생략) 토지 위에 있는 컨테이너 등의 철거를 명하고, 가집행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다) 이 사건 각 토지를 원고에게 신탁한 ○○○○의 대표이사는 2020. 11. 16. 제1심판결에 따라 위 철거집행을 하기 전에 현장답사 차 이 사건 사업부지를 방문하였는데 당시 현장에 이 사건 사업부지를 관리하는 사람이 부재중이고 출입문이 잠겨 있지 않은 상태인 것을 보고 ○○○○의 직원 및 용역직원 30여 명을 대동하여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점유를 확보하였다.
라) ○○○○은 그 무렵부터 2020. 11. 20.경까지 사이에 피고가 설치한 유치권행사 및 출입, 사용 등 금지 공고문을 제거하고, 이 사건 사업부지의 경계에 초록색 펜스를 설치하고 펜스 인근에 CCTV 및 이 사건 사업부지가 ○○○○ 소유의 사유지임을 공고하는 내용의 출입금지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으로 피고 측의 출입을 저지하였다.
2)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비추어보면, ○○○○은 피고의 유치권 존재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점유침탈행위로 피고의 유치권을 소멸하게 하였다. 그럼에도 ○○○○으로부터 이 사건 각 토지를 신탁받은 원고가 위와 같은 경위로 이 사건 각 토지의 직접점유를 취득한 ○○○○을 통하여 간접점유를 취득한 다음 피고를 상대로 현재까지 점유회복을 하지 못한 사실을 내세워 적극적으로 유치권부존재확인을 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행사 또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신탁자의 불법행위로 초래된 상황을 수탁자의 이익으로 원용하면서 피해자에 대하여는 불법행위로 인한 권리침해의 결과를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나아가 법원으로부터는 위와 같은 불법적 권리침해의 결과를 승인받으려는 행위로서 명백히 정의 관념에 반하여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기 때문이다.
3)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권리남용 및 신의성실 원칙 위반 항변을 배척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권리남용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요약결론
위와 같이 대법원은 유치권자가 유치물인 토지 중 일부를 인근 주민들이 무상으로 경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하여도 유치권 소멸청구의 사유가 되는 사용 또는 대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고, 신탁자가 점유침탈행위를 하여 점유를 취득한 경우 수탁자가 이로 인한 이익을 원용하면서 유치권자에게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것은 불법행위로 인한 권리침해의 결과를 수용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는 권리남용 및 신의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