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역전세난이 심합니다. 깡통전세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역전세란 기존 전세금보다 신규 전세금이 낮은 경우입니다. 깡통전세는 시세가 급락해서 경매를 해도 전세 보증금을 못 돌려받는 경우입니다. 또는 낙찰가에서 선순위 담보금을 제한 금액이 전세 보증금보다 낮은 경우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어느 경우든, 임차인(세입자)이 보증금을 전액 못 돌려받는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요약하면, 역전세는 과거 전세가 >> 현재 전세가라면, 깡통전세는 전세가 >> 매매가(낙찰가) 를 의미합니다.
역전세, 깡통전세는 왜 일어나는가
역전세, 깡통전세는 왜 일어날까요. 이유는 바로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시에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부동산 매매시장은 2021년 폭등장, 2022년 폭락장이었습니다. 전세도 마찬가지입니다. 2020년, 2021년 폭등하여 2022년, 2023년 폭락했습니다.
매매가, 전세가는 왜 폭등했는가
법률이야기 하기 전에 잠깐 부동산 경제에 관한 썰을 풀겠습니다. 아파트 매매가는 서울/수도권 기준 2014년부터 완만히 상승해왔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오랜 침체를 벗어난 시점이 2014년입니다. 이로부터 2019년까지 6년간 상승했습니다. 이것만해도 역대 최장기간 상승입니다. 대개 상승장이 오래되면 건설사의 분양이 늘고 입주를 맞이하는 시점에 공급물량이 쏟아져 전세가, 매매가가 하락하거나 조정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2020년초, 블랙스완이 등장합니다. 코로나입니다. 경기침체를 막기위해 세계 각국에서 금리를 내리고 시중에 통화를 풀었습니다. 이로써 막대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주식이 선행하고 부동산이 후행했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 부동산 매매시장은 폭등장을 맞이합니다. 원래 상승장의 막바지는 폭등장이기도 합니다. 패닉바잉. 영끌. 벼락거지. 이런 단어가 유행하면서 FOMO 증후군에 빠진 20대까지 막차를 타기위해 애씁니다.
여기에 기름을 붓는 일이 생깁니다. 바로 임대차 3법입니다. 2020년 시행된 임대차 3법은 2+2 계약갱신과 전세금 5% 상한제가 핵심입니다. 당분간 전세금을 못 올릴 것을 예상한 임대인은 기존에 싸게 놓았던 매물을 갑작스럽게 거두어 들입니다. 전세 공급이 줄면서 전세가가 폭등하게 됩니다. 전세는 매매와 달리 실수요기 때문에 수요의 변화는 적습니다. 수요가 일정한데 공급이 줄어 가격이 폭등했고, 폭등한 전세가가 다시 매매가를 밀어올리게 된 것입니다.
정리하면 코로나라는 외부변수가 매매의 수요를 건드려 매매가 폭등을 낳았고, 임대차 3법이라는 내부변수가 전세의 공급을 건드려 전세가 폭등을 낳았습니다. 이렇게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전세가, 매매가 모두 사상 유례없는 폭등장을 경험합니다.
역전세, 깡통전세를 초래한 대규모 폭락장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폭등이 있으면 폭락이 옵니다. 2021년 하반기 매매가가 정점을 찍은 후, 2022년 부터 끝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전세가는 2022년 초 정점을 찍은 후 (2020년 계약 물량의 2022년 갱신), 2023년 연이어 추락하여 현재 바닥을 다지고 있습니다. 매매가는 너무 높이 올라버린 가격 때문에 매수자를 구할 수 없어 하락하고, 엔데믹과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가 오르고 유동성이 회수되면서 대출있는 전세는 월세로 전환되어 하락했습니다.
이렇게 매매가와 전세가가 폭등했다 폭락했기 때문에 역전세와 깡통전세가 나타난 것입니다. 대개 깡통전세는 매매가와 전세가가 큰 차이없는 빌라, 다세대주택에서 흔한 반면, 최근의 역전세는 아파트를 포함한 모든 곳에서 나타납니다. 특히 아파트는 전세금 차액 (역 전세금) 이 수억원에 달하는 만큼, 임차인의 피해도 수억원에 달하여 심각합니다.
부동산 경제와 법률 솔루션
변호사가 전문분야도 아닌 경제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부동산 경제를 알아야 시장의 움직임에 따른 적절한 법률 솔루션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역전세, 깡통전세를 맞은 임차인은 어떻게 예방하고, 구제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참고로 최근의 역전세, 깡통전세는 일부 전세사기를 제외하면 임대인 개인의 잘못은 아니기 때문에, 임대인도 임차인과 마찬가지로 선의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임대인의 솔루션이란 법률이 아니라 금융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여기서 언급하지 않을 뿐입니다. 아래는 임차인 입장에서 법률로 구제받을 방안만 언급하는 것임을 알려둡니다. (투자와 마찬가지로 법률도 당사자를 도덕적으로 재단하고 들어가면 현명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습니다)
역전세와 깡통전세를 인지한 임차인의 행동요령
일단 역전세와 깡통전세가 일어나는 현재 상황을 유념하여, 계약만료에 임박했다면 거주하는 부동산의 주변시세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아파트는 네이버 부동산에 호가, 시세가 투명합니다. 빌라/다세대주택은 안심전세 앱을 활용하거나, 중개사무소에 연락해서 인근에 최대한 비슷한 거래사례를 기준으로 감을 잡습니다.
계약당시 맺은 전세금보다 최근 전세금이 급격히 떨어졌다면, 임차인으로서 제때 보증금을 못 돌려받을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2년 더 살 것이 아니라면, 계약만료 6개월 전에 즉시 임대인에게 갱신거절을 통보합니다. 법률상 2개월 전까지는 가능하나, 임대인에게 자금 마련할 시간을 넉넉히 주기 위함입니다. 갱신거절 통보는 내용증명으로 하면 더 좋고 문자로도 남깁니다. 만일 이사 일정이 잡히면 신규 계약에 관해서도 남겨두는 게 좋습니다. 민법상 특별손해를 주장할 여지를 남기기 위함입니다. 변호사의 도움을 받겠다면 이 시점에 미리 상담받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만료에 임박했는데 임대인이 전세금 반환을 거절하거나 집을 보러오는 사람이 없어서 돈을 못 받을 위험이 현실화되면, 이때부턴 신속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기존에 보낸 내용증명을 첨부하여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합니다. 전자소송으로 가능하며, 접수-결정-등기부 촉탁-등기부 표시까지 빠르면 1주일, 늦어도 2-3주에 완료됩니다. 등기부에 임차권표시가 되면, 신규 주소지로 전입을 옮겨도 됩니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사 간 상태에서 소송할 수 있습니다. 이사갈 때는 짐을 빼기 전, 후 사진을 증거로 남겨야 합니다. 원상복구 분쟁을 예방하기 위함입니다.
짐을 빼고 전입도 옮긴 상태라면 이때부터 보증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붙일 수 있습니다. 소송 전에는 연5%, 소송 후에는 연12% 입니다. 연12%는 월1%이므로 수억원 보증금에 대한 월1%는 월 몇백만원입니다. 6개월-1년의 소송기간을 감안하면 몇 천만원으로 불어나므로 임대인 입장이라면 주의해야 합니다. 임차인 입장이라면 (1순위 담보만 확실하다면) 급할 게 없습니다.
깡통전세와 전세가율의 관계
한편, 깡통전세는 전세가율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서울/수도권 아파트라면 최근 전세가율은 50% 초반입니다. 전세가율은 투자 관점에서는 갭의 범위를 보는 지표이지만, 법률 관점에서는 회수가능성을 보는 간접 지표가 됩니다. 다시 말해, 아파트를 경매했을 때 낙찰가가 감정가의 70-80% 라고 감안하면, 전세가보다는 높으므로 1순위 우선변제권이 확보돼있다면 전액 회수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지방 아파트이거나 빌라/다세대주택인 경우에는 낙찰가<< 전세가인 경우가 많고 이때는 차액만큼 피해가 발생합니다. 이런 물건은 시장상황과 무관하게 전세가율이 80-90%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매매가 대비 낙찰가가 70%라고 해도 10-20% 피해가 발생합니다. ((80-90%)-(70%))
깡통전세인 임차인도 일단 소송을 진행해야 경매도 가능하므로 위에 알려드린 프로세스는 똑같이 필요합니다. 갱신거절 통보-임차권등기-집 비우기-소송-지연손해금 청구입니다. 그런데 경매를 했음에도 전액 회수가 안 되거나 피해가 큰 경우에는 직접 낙찰받거나, 임대인의 다른 재산을 확인하여 압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소송해서 판결문을 받은 뒤 임대인의 재산조회, 신용정보조사, 채권추심 등의 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우량 자산이 임차인에게도 안전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투자관점에서 우량 물건일수록 임차인의 피해도 작고,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물건일수록 임차인의 피해도 크다는 점입니다. 좋은 입지의 아파트는 설령 수억원의 역전세가 나도 임대인의 현금 보유력이 좋거나 아파트 담보가치가 충분하여 대출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설령 소송까지 가도 경매로 전액 회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입지가 나쁘거나 인기 주택이 아닌 경우는 처음부터 전세가율이 높아서 깡통주택의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우량 주택일수록 전세가율이 낮고 담보가치가 충분하여 임차인에게도 안전한 반면, 비우량 주택일수록 전세가율이 높고 무자본 갭투자의 먹잇감이 되어 임차인에게도 위험합니다. 물론 최근의 역전세는 우량 주택일수록 차액 원금이 크긴 하지만 (같은 비율로 전세가 하락시 절대 금액이 커짐), 부동산 시장에서 이처럼 전국적인 대규모의 역전세는 블랙스완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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