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사건은 비밀 유지 의무 원칙에 따라 많은 내용이 각색되어 기술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1. 사건의 발단
의뢰인 A는 30대 중반의 의료 계열 종사자입니다. 2022년 말, 회사 동료들이랑 회식을 하였고, 다들 많이 취한 상태였습니다.이성 동료 B가 특히 많이 취했었는데, 마침 A와 같은 동내에 살았기에, 데려다 주게 되었습니다.
A는 B를 부축하여 현관문 앞까지 도착하였습니다. B에게 비밀번호를 묻자 B는 비밀번호를 말해준 후, 정신을 잃었습니다. A는 B를 거의 들쳐 안은 자세로 침대에 내려놓은 후, 귀가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때 침대에 있던 B가 옷을 다 벗고 엎드린 자세로 잠이 들었습니다. A는 그러지 않아야 했음에도, 순간 충동적으로 B의 위에 올라타 성관계를 시도하였습니다.
성관계 중 갑자기 B가 신음을 내며 몸을 일으키려 했고, 놀란 A는 옷을 챙겨입은 후 퇴거하였습니다. A는 B가 술에 취하여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를 거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잠에서 깬 B는 A에게 "어제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신체의 특정 부위가 너무 아프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솔직히 말해라"라고 집요하게 추궁하였습니다. A는 결국 자신의 행동을 모두 털어놓았고, B가 신고하여 준강간 피의자가 되었습니다.
수사와 재판을 앞둔 상태에서, 실형을 면하고 싶었던 A는 저를 선임하였습니다.
2. 본 사건의 특징
가. A가 가장 바라는 것은 실형을 면하는 것, 나아가 '취업 제한' 과 '신상 정보 공개 및 고지' 명령을 피하기를 원하였습니다.
이미 A는 B에게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였습니다. B가 다음 날 바로 신고하고 해바라기 센터에 방문하였기에, DNA 증거 역시 모두 확보된 상황입니다. 따라서 혐의를 부인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런 사건에서 변호인은
① 준강간은 합의없을 경우 무조건 실형이 선고됩니다. 따라서 집행유예 선고를 목표로 해야 합니다.
② 준강간은, 검사가 예외없이 취업제한 (통상 5년)과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명령을 청구합니다. 그런데 A는 의료계열 종사자라 위 두 가지 처분이 부가될 경우, 사실상 직장을 잃게 됩니다. 선고전까지 최대한 노력하여 신상정보 등록과 공개 및 고지, 취업 제한 명령이 부가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나. 합의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B는 무엇보다, 평소 친한 사이였던 직장 동료로부터 강간을 당하게 되자, 극심한 성적 수치심, 분노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최초 연락 당시 "절대 합의의사가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강간, 준강간의 경우 합의 없으면 무조건 실형이 선고될 것입니다. 변호인으로서 A를 위해 B를 설득하여 꼭 합의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3. 법적 조력 방향
가. B와 합의를 이끌어 냄
수사 단계에서 꾸준히 A의 사과 의사를 전달하였으나 B의 마음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소가 된 후에도, 꾸준히 사과의사를 전달드렸고, 적정한 합의금 액수를 제시한 끝에 다행히도 B와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나. 변호인의견서 제출 - 변호인 업무 중 가장 핵심!!
재판부에서는 판결문을 작성하기 전, 변호인이 제출한 의견서 내용을 가장 많이 참고합니다. 그 재판부는 한달에 수백개의 사건을 진행할 것이기에, 재판 당일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한 말을 하나하나 기억할 수 없음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입니다.
본 사건에서 의견서로 주장한 핵심 내용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A는 청소년기 시절 오랜 시간 따돌림을 당해왔으며, 부모가 이혼까지 하여 불우한 성장환경 속에서 자라옴
② A는 현재 의료 계열에 종사하고 있는바, 취업 제한 명령이 부가된다면, 아예 생계 유지가 완전히 불가능해질 것임
③ 무엇보다 본 사건 범죄는 의료 직업 수행 중에 일어난 것이 아니기에, 취업을 제한할 필요성이 없음
④ 범행 자체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점, 계획범죄가 아닌 점에 비추어 신상정보를 공개 및 고지하는 것은 너무 가혹함
⑤ B와 합의에 이르렀기에, 현재 B가 A에 대한 처벌을 원하고 있지 않음.
다. 공판기일 참석
모든 공판기일에 참석하여, 증거인부, 최후 변론을 진행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최후 변론에서 피고인에게 왜 실형이 나오면 안되는지, 취업제한 등이 면제 되어야 하는지 간절한 마음으로 설명드렸습니다.
4. 법적 조력 결과
너무 다행히도, 검사가 중한 실형과 취업제한,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를 구형했음에도
1)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으며
2) 취업제한이 완전히 제외되었고
3) 신상정보의 공개 및 고지 역시 제외되었습니다.
재판부에서, 취업제한과 신상정보 공개를 하지 않아야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변호인의견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선고 직후 A와의 대화)
5. 본 사건의 시사점
준강간이나 강간은, 약식 기소가 불가능합니다. 혐의가 인정될 경우 무조건 정식 기소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실형 or 집행유예 입니다. 피고인 신분이라면 무조건 실형만을 피해야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피해자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 피고인 개인에게 존재하는 참작 사유를 최대한 어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하여 가능다하면, 취업제한이나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도 면제 받아야 합니다. 취업제한이 선고될 경우 5년 정도는 아예 일을 할 수 없게되어 생계유지가 어려워지며, 신상정보가 공개 및 고지되어 버리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합니다.
위 과정을 피고인 혼자 하는 건 매우 힘든 일입니다. 합의와 자료 제출, 공판기일 참석 모두 한 명의 변호사가, 자신의 일처럼 진행해주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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