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이번 포스트는 지난 포스트에 이어서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부정한 판결들을 통하여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업무상 배임죄를 부정한 사례
(1)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그 목적물인 동산을 인도함으로써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되고 그 때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자기의 사무인 동산인도채무 외에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동산매매계약에서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2008도10479).
(2)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내지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채무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2019도9756)
(3)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자동차 등 특정동산 저당법’, ‘공장 및 광업재단 저당법’ 등에 따라 그 소유의 동산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거나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도 채무자가 담보물을 현실로 인도할 의무 및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 등은 채무자 자신의 급무 의무에 불과하므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채무자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켰다고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합니다(2020도6258).
(4) 수분양권 매도인이 스스로 수분양권을 행사하고 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하여 매수인에게목적물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인정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수분양권의 매매계약의 내용과 그 이행의 정도, 그에 따른 계약의 구속력의 정도, 거래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보면 수분양권 매도인이 수분양권 매매계약에 따라 매수인에게 수분양권을 이전할 의무는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므로 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수분양권 매도인이 위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수분양권 또는 이에 근거하여 향후 소유권을 취득하게 될 목적물을 미리 제3자에게 처분하였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2014도12104)
(4) 채무자인 피고인이 채권자에게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할 경우 자신의 어머니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유증상속분을 대물변제하기로 약정한 후 유증을 원인으로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음에도 이를 제3자에게 매도한 경우, 피고인이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마쳐 줄 의무는 민사상 채무에 불과할 뿐 타인의 사무라고 할 수 없어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2014도3363).
(5) 보통예금은 은행 등 법률이 정하는 금융기관을 수치인으로 하는 금전의 소비임치 계약으로서, 그 예금계좌에 입금된 금전의 소유권은 금융기관에 이전되고, 예금주는 그 예금계좌를 통한 예금반환채권을 취득하는 것이므로, 금융기관의 인직원은 예금주로부터 예금계좌를 통한 적법한 예금반환청구가 있으면 이에 응할 의무가 있을 뿐 예금주와 사이에서 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임직원이 임의로 예금주의 예금계좌에서 5,000만 원을 인출하였다고 하여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2008도1408).
(6) 아파트 건축공사 시행사가 시공사와의 아파트 건축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분양수입금을 공동명의로 개설한 예금계좌로만 수령하고 그 분양수입금으로 공사대금 등을 지급하기로 특약하였음에도 시행사가 이를 어기고 아파트에 대한 분양수입금을 공동명의 예금계좌에 입금하지 아니한 채 이를 자신의 기존 채무의 변제 등에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분양수입금으로 시공사에 공사대금을 지급하는 사무는 시행사 자신의 사무에 속하는 것이므로, 시행사의 위 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2008도373).
(7) 골프시설의 운영자가 일반회원들을 위한 회원의 날을 없애고, 일반회원들 중에서 주말예약에 대하여 우선권이 있는 특별회원을 모집함으로써 일반회원들의 주말예약권을 사실상 제한하거나 박탈하는 결과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일반회원들에 대한 회원가입계약에 따른 민사상의 채무를 불이행한 것에 불과하여, 형사상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2003도763).
(8) 신주발행은 주식회사의 자본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신주발행과 관련한 대표이사의 업무는 회사의 사무일 뿐이고, 신주발행에 있어서 대표이사가 일반 주주들에 대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신주발행에 있어서 대표이사가 납입의 이행을 가장한 경우 (상법 제628조 제1항에 의한 가장납입죄가 성립하는 이외에) 따로 기존 주주에 대한 업무상배입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2002도7340).
(9) 갑 택시회사 노동조합 분회장이자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지역본부 교섭위원인 피고인이 사용자단체인 지역택시운송사업조합과 노사교섭을 담당하면서, 근로자인 운전기사 과반수의 동의 없이 운송사업자에 대한 부가가치세 경감세액 중 일부만을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하고 나머지는 단체협약상 운송사업자가 부담할 비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합의함으로써 근로자들에게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피고인이 지역본부교섭위원의로서 한 합의의 체결은 지역본부의 사무이고, 피고인이 소속 조합원들에 대한 관계에서 직접 그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2010도3207).
3. 마치며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와 관련된 사례를 2번의 포스트로 소개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특히 중요한 사안들은 추후 사실관계와 함께 개별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에서 보듯이 업무상 배임은 법리뿐만 아니라 사실관계, 업무현황 등을 상세히 알고 있어야 비로소 대응이 가능합니다. 만약 업무상 배임 사건과 관련하여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계신다면 초기 단계부터 전문적인 경험을 가진 변호사와 상담을 통하여 대응방안을 마련하시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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