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민법)로 보는 결혼과 이혼 3. 혼인무효와 혼인취소
민법 제4편 제3장 혼인 제3절 혼인의 무효와 취소
우선, 혼인의 무효와 취소 사유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제815조(혼인의 무효) 혼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1. 당사자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2. 혼인이 제809조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때
3. 당사자간에 직계인척관계(直系姻戚關係)가 있거나 있었던 때
4. 당사자간에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었던 때
제816조(혼인취소의 사유)
혼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법원에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1. 혼인이 제807조 내지 제809조(제815조의 규정에 의하여 혼인의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한다. 이하 제817조 및 제820조에서 같다) 또는 제810조의 규정에 위반한 때
2. 혼인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사유있음을 알지 못한 때
3.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
민법에 규정한 혼인의 무효와 취소 사유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혼인의 무효와 취소는 그 의미에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혼인의 무효는 해당 혼인이 원래부터 이루어져서는 안되는 혼인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혼인이 없었던 것으로 보는 것이라면, 취소는 혼인이라는 형식에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일단 유효한 혼인으로 보지만 취소 사유가 있는 경우 일방의 청구에 의해 혼인이 취소되는 것입니다.
둘의 결정적인 차이는 혼인 무효의 경우 결혼의 기록이 남지 않지만 혼인 취소의 경우 이혼과 마찬가지로 기록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무효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점에서 사유도 다르고 인정되는 경우가 적습니다.
혼인 무효의 경우에는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데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신고를 한 경우라든지, 근친혼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결국 근친혼을 제외하면 당사자 쌍방 또는 일방에게 혼인의 의사가 없었는데 혼인이 된 경우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기 결혼은 혼인 무효가 아닌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합니다. 직업이나 재산 등을 속여서 혼인하거나 이혼경력, 자녀의 존재 등을 숨기고 결혼하거나 협박을 해서 결혼하는 등의 경우는 모두 무효가 아닌 혼인 취소의 사유입니다.
제가 진행한 혼인무효 사건의 경우 특이하게 국제결혼을 한 이후 여성이 외국인등록이 되자 마자 도주한 케이스가 있었는데, 사실관계와 정황상 외국인 여성이 한국 체류 목적으로 결혼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어 혼인 무효가 된 적이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경우 사기 결혼은 혼인 취소 사유라고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혼인의 취소는 누가 청구할 수 있을까요?
제817조(연령위반혼인 등의 취소청구권자)
혼인이 제807조, 제808조의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당사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고 제809조의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당사자, 그 직계존속 또는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이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제818조(중혼의 취소청구권자)
당사자 및 그 배우자, 직계혈족, 4촌 이내의 방계혈족 또는 검사는 제810조를 위반한 혼인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취소 사유를 인지한 당사자는 물론 혼인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겠지만 연령을 위반한 혼인이나 중혼의 경우에는 친족 중 일부, 심지어 중혼은 검사가 취소를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은 미성년자가 혼인 취소를 하지 않을 경우 가족들이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으로 볼 수 있고, 검사는 여러가지 사건의 처리를 위하여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해 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혼인취소를 무기한 인정하는 것은 취소를 청구할 수 있는 일방의 상대방에게 불안한 상태를 유지하게 하므로 일정 사유를 근거로 혼인취소권의 소멸 역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819조(동의 없는 혼인의 취소청구권의 소멸)
제808조를 위반한 혼인은 그 당사자가 19세가 된 후 또는 성년후견종료의 심판이 있은 후 3개월이 지나거나 혼인 중에 임신한 경우에는 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
제820조(근친혼등의 취소청구권의 소멸)
제809조의 규정에 위반한 혼인은 그 당사자간에 혼인중 포태(胞胎)한 때에는 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
위 규정들은 미성년자가 제한능력자가 성년 또는 능력자가 된 경우 혼인취소권을 소멸시키도록 하거나, 임신을 한 경우 혼인 취소권을 소멸시키도록 함으로써, 이미 형성된 가정과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근친혼의 경우 무효와 취소 사유가 별개이기 때문에 무효의 경우에는 취소와 달리 기한없이 무효의 확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제822조(악질 등 사유에 의한 혼인취소청구권의 소멸)
제816조제2호의 규정에 해당하는 사유있는 혼인은 상대방이 그 사유있음을 안 날로부터 6월을 경과한 때에는 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
제823조(사기, 강박으로 인한 혼인취소청구권의 소멸)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한 혼인은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로부터 3월을 경과한 때에는 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
위 규정들 역시 기왕에 형성된 혼인관계를 보호하는 규정들로, 상대방이 악질 등 사유나 사기, 강박에 대해 인지하고도 일정기간이 경과한 경우 혼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이를 빌미로 다시 상대방을 협박하는 등의 상황을 막고, 사유를 알고도 취소를 청구하지 않은 채 일정기간이 도과하면 이를 용서하고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겠다는 입법자의 의지로도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는 혼인취소청구권의 소멸일 뿐 이혼사유는 될 수 있으므로 혼인관계를 소멸시키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혼인이 취소되면 어떻게 될까요? 참고로 무효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혼인이 없었던 것이므로 그 이전상태로 모든 것을 되돌리는 것이 원칙입니다.
제824조(혼인취소의 효력)
혼인의 취소의 효력은 기왕에 소급하지 아니한다.
제824조의2(혼인의 취소와 자의 양육 등)
제837조 및 제837조의2의 규정은 혼인의 취소의 경우에 자의 양육책임과 면접교섭권에 관하여 이를 준용한다.
제825조(혼인취소와 손해배상청구권)
제806조의 규정은 혼인의 무효 또는 취소의 경우에 준용한다.
혼인 취소의 효력은 기왕에 소급하지 아니하므로, 이미 성립한 혼인은 일단 유효하다고 보고 취소가 인정되는 경우 장래에 대하여 혼인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점에서 이혼과 유사한 효과가 있으나 이혼은 혼인의 파탄이 원인이지만 취소는 사기 등 일방의 과실이 혼인관계를 무너뜨릴 정도로 신뢰를 망가뜨린 것이 원인으로 이혼은 혼인 자체를 유효하게 유지해온 것을 인정하는 전제 하에 혼인파탄시점을 기준으로 부부관계를 해소시키지만, 혼인의 취소는 혼인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전제로 취소 청구 시점에 원상회복을 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혼인을 취소하게 되면,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이혼에 준하여 양육권과 양육비, 면접교섭권에 대한 판단을 하고, 손해배상의 경우에는 이혼과 같은 재산분할이 아니라 약혼에 준하여 판단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혼인의 취소의 효력은 기왕에 소급하지 않는다는 법률의 의미는 혼인취소가 비록 처음부터 혼인이 없었던 것으로 취급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혼인이후 형성된 경제적, 사회적 효과들을 소급하여 원상회복하는 무효와는 달리 이미 형성된 효과들은 인정하는 바탕에서 손해배상 등의 방법으로 혼인관계를 해소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혼인의 무효와 취소는 이혼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혼은 유효하게 성립한 혼인생활을 유지하던 중 후발적으로 발생한 사유들에 의해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러 혼인관계를 해소하는 것이라면 무효와 취소는 혼인 자체가 가진 문제점을 파악하여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절차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배우자에 대한 문제를 뒤늦게 파악하셨다면,
이혼이 아니라 무효나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시고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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