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민법)로 보는 결혼과 이혼 1. 약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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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민법)로 보는 결혼과 이혼 1. 약혼 

홍경열 변호사

법률(민법)로 보는 결혼과 이혼 1. 약혼



민법 제4편 제3장 혼인 중 제1절 약혼


약혼의 사전적 정의는 "장차 혼인할 것을 약정하는 가문 혹은 당사자 사이의 혼례의식"이지만, 

판례는 약혼을 " 혼인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혼인의 예약"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법률상 약혼은 추후 결혼할 것을 당사자간에 약속하는 법률행위로 보는 것입니다.


제800조(약혼의 자유)

성년에 달한 자는 자유로 약혼할 수 있다.

민법에 따르면 성년에 달한 자는 자유로이 약혼을 할 수 있다고 하여 약혼에는 특별한 요건이나 제약을 두고 있지 않고 오로지 당사자가 성년(민법 제4조 : 19세, 법률상 나이는 소위 '만'나이를 말합니다)일 것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성년인 당사자 간에 약혼을 하였다면 약혼이 성립하는 것이고 특별한 요건이나 요식행위를 요구하지 않으므로 구두로도 가능하다고 하겠습니다.


제801조(약혼연령)

18세가 된 사람은 부모나 미성년후견인의 동의를 받아 약혼할 수 있다. 이 경우 제808조를 준용한다.

19세가 되지 않더라도 18세가 되면 부모 등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약혼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는 18세가 되지 않았거나 부모 등의 동의가 없다면 약혼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민법 제808조는 동의가 필요한 혼인에 대한 것으로 다음 포스팅을 통해 다루겠습니다.

제802조(성년후견과 약혼)

피성년후견인은 부모나 성년후견인의 동의를 받아 약혼할 수 있다. 이 경우 제808조를 준용한다.


성년후견은 과거 금치산자와 유사하지만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의미로 개정된 민법의 개념으로서, 민법 제9조에 따른 정의는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입니다.

성년후견을 받는 피성년후견인 역시 18세가 된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약혼할 수 있습니다.

제803조(약혼의 강제이행금지)

약혼은 강제이행을 청구하지 못한다.


이상의 내용이 주로 기본적인 개념에 관한 것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약혼을 일종의 계약과 유사하게 보아 약혼의 효과에 대해서 설명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법률상 약혼은 추후 혼인을 예약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민법 제803조에 따라 상대방에게 강제이행을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 즉, 상대방과 약혼을 하였다고 해서 결혼을 이행하라는 청구를 할 권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강제로 이행을 청구하는 것은 더더욱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약혼은 어디까지나 당사자 간 향후 결혼할 생각으로 상대방에게 그 의사를 예약하는 것 일 뿐 결혼을 강제하거나 상대방에게 결혼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제804조(약혼해제의 사유)

당사자 한쪽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대방은 약혼을 해제할 수 있다.

1. 약혼 후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2. 약혼 후 성년후견개시나 한정후견개시의 심판을 받은 경우

3. 성병, 불치의 정신병, 그 밖의 불치의 병질(病疾)이 있는 경우

4. 약혼 후 다른 사람과 약혼이나 혼인을 한 경우

5. 약혼 후 다른 사람과 간음(姦淫)한 경우

6. 약혼 후 1년 이상 생사(生死)가 불명한 경우

7. 정당한 이유 없이 혼인을 거절하거나 그 시기를 늦추는 경우

8. 그 밖에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그렇지만 약혼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거나 아무 이유없이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상대방으로부터 손해배상청구를 받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혼인빙자간음죄가 폐지된 이상 형사처벌을 받을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경우에 따라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약혼을 해제할 수 있는 사유에 대해서 민법은 규정하고 있습니다.

내용을 보시면, 상대방의 형사처벌이나 의사능력의 제한, 질병, 생사불명도 있지만, 약혼 후 다른 사람과의 간음이나 약혼, 혼인, 정당한 사유 없는 결혼의 지연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의사능력의 제한이나 질병을 상대방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약혼해제의 사유 중에는 상대방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잘못도 있기 때문에 해당 사유가 있는 경우 약혼을 해제하고 후속조치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제805조(약혼해제의 방법)

약혼의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그러나 상대방에 대하여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때에는 그 해제의 원인있음을 안 때에 해제된 것으로 본다.

제806조(약혼해제와 손해배상청구권)

①약혼을 해제한 때에는 당사자 일방은 과실있는 상대방에 대하여 이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②전항의 경우에는 재산상 손해외에 정신상 고통에 대하여도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

③정신상 고통에 대한 배상청구권은 양도 또는 승계하지 못한다. 그러나 당사자간에 이미 그 배상에 관한 계약이 성립되거나 소를 제기한 후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약혼의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하기 때문에 서면은 물론 구두로도 상대방에게 의사표시를 전하면 해제됩니다. 다만 상대방에 대하여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때(여러가지 경우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상대방에게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겠습니다)에는 해제의 원인(상대의 생사불명, 상대방의 간음, 혼인 등)이 있음을 안 때에 해제된 것으로 본다(사실과 관계없이 법률상 그러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취급한다는 의미)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상대방에게 약혼의 해제사유가 있다면, 상대방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약혼을 해제한다고 통지하면 되는 것이고 통지를 하지 못할 상황이라면 해제의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본인이 인식한 때 법률상 해제된 것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약혼을 해제하게 된 경우,

상대방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 손해는 약혼비용이나 결혼준비비용 등 재산상 손해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피해도 포함되므로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와 B가 약혼을 하면서 A가 약혼식 비용으로 500만 원을 지출하고 B에게 약혼예물 등으로 500만 원을 지출하였는데, B가 C와 성관계를 한 경우 A는 그 사실을 안 순간 B에게 약혼의 해제를 통지하고 재산적 손해인 1,000만 원 및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로 500만 원 등 총 1,500만 원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1976. 12. 28. 선고 76므41,76므42 판결은 "약혼의 해제에 관하여 과실이 있는 유책자로서는 그가 제공한 약혼예물을 적극적으로 반환청구할 권리가 없다."고 판시하여 약혼 해제에 대해서 유책자는 예물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하였고, 부산가정법원 2020. 2. 5. 선고 2019드단207284 판결에서는 2016년 말경 약혼한 것으로 볼 경우 2017 중순경 상대방의 부정행위로 약혼이 해제된 사례에서 " 원고와 피고의 사실혼 기간, 태양, 파탄의 경위, 직업, 나이, 경제적 상황 등 제반 사정들을 고려하여 위자료 액수는 7,000,000원"으로 판결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만, 약혼이 특별한 요건이 없다고 하여 단순히 결혼하자는 의사표시만으로는 법률상 약혼으로 인정되지 않고, 어느 정도 요식화된 약혼의 증거가 있어야 손해배상 청구의 원인이 되는 약혼으로 보는 것이 판례인 것 같습니다.

이상 민법 제800조부터 제806조까지에 해당하는 "약혼"에 대하여 법령과 판례를 통해 대략적으로 알아보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결혼한 이후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대한 위자료도 1억 원을 상회하는 일이 거의 없고 통상은 5천만 원 이하로 책정된다는 점에서 약혼의 부당 파기나 해제사유를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 청구 역시 그 금액이 크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개개인의 사정에는 차이가 있고, 약혼의 파기나 해제에 따른 당사자의 고통이 너무나 큰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정황이나 증거들이 있다면 위자료 액수는 언제든 증액될 수 있는 것입니다.

약혼은 법적으로 상대방과의 혼인을 구속하는 효력은 없지만, 민법의 대원칙 중 하나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상대방과 장차 혼인을 약속하는 행위로써, 적어도 민법은 상대방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에 의한 약혼 해제나 파기 시 재산상 피해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약혼은 일종의 느슨한 계약과 같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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