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전과를 ‘빨간 줄’이라는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한 번 전과가 생기면 평생 기록에 남는다는 의미였는데요. 요즘도 그렇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전과기록은 얼마나 오래 보존되고, 어떤 경우에 조회가 가능할까요?
경찰에서 관리하는 전과에 관한 문서로 ‘범죄경력자료’와 ‘수사경력자료’가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전과기록’에 해당하는 건 ‘범죄경력자료’인데, 벌금형, 집행유예, 실형, 금고 전과가 기재됩니다. 반면 그보다 낮은 소년보호처분이나 가정보호처분, 선고유예나 기소유예, 또는 무죄, 무혐의나 공소권없음은 수사경력자료에 보관되며, 이건 전과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수사경력자료는 문자 그대로 수사를 받은 적이 있는지 없는지를 파악하는 자료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실제로는 범죄경력자료와 수사경력자료가 따로 조회되지 않고 ‘범죄수사경력회보서’라는 이름으로 한번에 조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 형벌에는 실효기간이라는 게 있는데요. 가령 벌금형은 2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는 5년,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는 10년이 지나면 실효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기간이 지나면 범죄경력자료에서도 지워진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건 아닙니다. 실효기간이 지났을 때 삭제되는 것은 검찰청에서 관리하는 ‘수형인명부’와 등록기준지의 동사무소에서 관리하는 ‘수형인명표’상의 기록이고, 범죄경력자료의 기재는 삭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검사로 일할 때는, 1992년도, 1990년도의 전과까지 거슬러 올라가 볼 수 있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실효기간이 지난 전과라도, 검사가 수사하고 구형할 때는 참고로 삼아야 하니까요.
반면, 전과가 아닌 수사경력자료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지워집니다. 지워지는 기간은 해당되는 죄명의 법정형에 따라 다른데, 법정형이 10년 이상으로 정해진 아주 무거운 죄명이라면 10년 후에, 법정형이 2년 이상으로 정해진 보통 수준의 죄명이라면 5년 후에, 법정형이 2년도 안 되는 비교적 가벼운 죄명이라면 처분하는 즉시 삭제하게 됩니다. 다만, 아주 가벼운 죄명이라고 해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거나, 구공판되어 법정까지 간 다음 판결을 받았다면 마찬가지로 5년간 보존됩니다. 이 부분은 아마도 기소유예 후 재기나, 재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기간을 늘려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전과가 삭제되느냐 마느냐’ 부분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셨을 텐데요. 이 부분의 결론은, 우리가 흔히 전과로 분류하는 벌금형부터의 기록은 평생 삭제되는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다음으로 중요한 질문은, 이 기록을 누가, 언제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이겠죠.
우선 원칙적으로 본인은 볼 수가 있습니다. 인터넷의 범죄경력회보서 발급시스템에 들어가면 열람도 발급도 전부 가능한데요. 별도로 요구하면 실효된 부분까지 다 볼 수 있습니다.
간혹 일반 기업이나 결혼정보회사에서 범죄경력회보서를 직접 떼어오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전과나 수사경력은 개인의 민감정보에 해당하므로, 당사자가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받거나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므로, 응하셔야 할 의무는 전혀 없습니다.
본인뿐만 아니라 타인이 범죄경력자료를 볼 수 있는 경우는 법률에 정해둔 경우로 한정되는데요. 외국입국체류허가용, 공직후보자용, 국제결혼용, 농협 임원후보자용, 청소년성보호법상 취업확인용, 아동복지기관취업확인용, 성범죄나 아동학대 조회용, 노인복지기관 취업용, 대체역 편입용,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확인용, 가사근로자취업제한확인용 이렇게 열두 항목입니다.
우선 공공기관의 경우, 공무원을 채용하면서 반드시 전과기록을 보게 되어 있습니다. 기관에 따라서는 동의를 받아 직접 조회하는 곳도 있지만, 보통은 동의를 받아 경찰서에 회보를 신청하는데요. 이때는 전과나 수사경력을 전체 다 알려달라고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법상 결격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식으로 회보를 받습니다. 공무원 결격사유로는 실형을 선고받고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고 2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금고 이상의 선고유예 기간에 있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군에서 부사관과 장교를 임용하거나 현역병이 입영할 때도 전과기록을 보는데요. 6개월 이상 18개월 미만의 실형을 선고받거나, 12개월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보충역이나 전시근로역으로 편입됩니다.
그 외에 아동청소년교육기관인 유치원, 학교, 학원, 교습소, 청소년지원기관, 아동복지시설은 전과경력을 조회해 성범죄로 형사처벌을 받고 10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취업을 못하게 해야 하고요. 체육시설, 의료기관, 경비시설, 장애인복지시설에서도 전과에 따라 취업제한을 합니다.
생각보다 전과기록의 영향이 오래 가고, 또 중대하게 남죠? 그렇기 때문에 형사사건이 발생했을 때 ‘까짓거 돈으로 때우고 말지’, ‘몸으로 때우고 말지’ 해버리는 것보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억울한 부분은 무혐의, 무죄를 확실하게 받고, 인정하는 부분의 형을 최소화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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