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억울한 일을 당해 나쁜 놈(이하 '피고소인')을 찾아 고소를 했는데, 고소 사건이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지어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검찰은 피고소인을 찾아 수사하고, 고소한 나(이하 '고소인')의 진술도 들어 보았지만 (1) 피고소인의 범죄사실의 입증이 어렵거나 (2) 고소인에 말에 따르더라도 피고소인의 행위가 범죄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검사가 형사재판(공판)에 이르게끔 기소를 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고소인 입장에서는 도대체 왜 피고소인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는지 마음이 답답하겠지요. 이 때는 검찰청에 '불기소이유 고지청구'를 하여 '불기소이유 통지서'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고소인 자격으로 검찰청 민원실에 청구하셔도 되고, 변호인을 선임하셔서 위 처리를 맡기셔도 됩니다.
불기소이유 통지서를 받게 되면, 담당 검사가 어떤 이유로 피고소인에게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불기소이유 통지서상 피고소인의 범죄사실 입증이 어렵다고 판단한 이유를 확인하더라도, 고소인은 여전히 피고소인의 범죄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담당 검사가 모든 사건을 열과 성을 다해서 수사하는 것도 아니기에, 이미 제출한 고소장이나 증거에서 피고소인의 범죄사실을 입증할 수 있을텐데도 특정 사안을 간과하였거나, 추가적으로 수사를 하였다면 금방 드러날 수 있는 범죄사실을, 충분한 수사 없이 섣불리 결론 내렸다고 보일 수 있습니다. 거의 없는 경우지만 피고소인의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된 경우라도, 법리적으로 죄가 될 수 있기도 합니다.
고소인이 위와 같은 판단을 한다면, 검사의 무혐의 처분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검찰청에 '항고'를 해야 합니다. 고소인의 항고로서, 위 사건은 새로운 사건번호(2022지불항0000, 2022고불항0000)를 받고 기존 담당 검사와 다른 검사가 수사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무혐의처분 내려진 사건이 새롭게 죄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기사를 검색해보니 서울고검에서는 항고 중 약 11%가 받아들여지는군요. 그 외 고검에서 항고가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더욱 적을 것입니다.
'항고가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ㄱ) 재기수사 명령이나, (ㄴ) 공소제기 명령이 내려지는 것입니다. (ㄱ)은 항고 담당 검사가 기록을 살펴보니 이 사건은 더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므로, 제3의 검사에게 수사를 더 하라고 명령하는 것이고, (ㄴ)은 항고 담당 검사가 기록을 살펴보니 이 사건은 추가 수사 없이도 피고소인이 죄를 저지른 것이 명백해 보이므로 바로 공소를 제기(공판의 시작)하는 것입니다. (ㄴ)은 정말 적고, 항고가 받아들여진다면 (ㄱ) 이 내려지는 것입니다.
저는 정말 억울한 일을 당하여 수 년간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쳤고, 본인의 사업 수행에도 지장을 받은 분을 의뢰인으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의뢰인은 가해자들을 고소 하였는데, 수 년간 걸쳐 작성된 증거가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고, 맥락 파악이 어려운 다양한 녹취가 존재하는 상황이어서, 위 고소가 '무혐의처분'으로 결론 난 분이셨습니다. 저는 의뢰인과 수 차례 회의를 진행하고, 증거들을 정리하고, 의뢰인의 각 주장이 설득력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항고이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항고 사건이 워낙 어렵다보니 결과가 잘 나올까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데, 결국 '재기수사 명령'을 받아냈습니다.
재기수사 명령을 받았다면, 처음 사건을 조사할 때와 똑같은 절차를 한 번 더 밟게 됩니다. 담당 검사가 고소인과 피고소인(피의자)를 불러 조사를 하고, 필요하다면 대질조사(고소인과 피의자를 동시에 불러 신문하는 방식)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제가 수행한 사건에서는 의뢰인이 '피고소인이 거짓말 한다는 점을 대질조사를 통해 밝힐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였기에, 저는 변호인의견서에 대질조사가 필요함을 강력하게 어필하였고, 대질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대질조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결국 담당 검사는 본 건의 공소를 제기하였고, 결국 피고인들에 대해 각 징역 1년 6월의 형이 선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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