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탐지기(폴리그래프) 검사의 모든 것,
신중히 결정하세요
오늘은 우리가 소위 '거짓말탐지기 검사'라고 부르는 '폴리그래프 검사'의 모든 것에 대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수사기관에서는 '심리생리검사'라고 부릅니다). 현재 많은 분들이 수사기관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습니다. 억울함을 풀기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가 애매한 경우 기소를 결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저도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의뢰인으로부터 "과연 거짓말탐지기 검사가 정확한가요?",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했는데 혹여나 거짓말이 나오면 어쪄죠?", "거짓말탐지기 조사 꼭 받아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저는 의뢰인이 처한 상황에 맞춰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을 지를 결정합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을지 결정하거나 받기 이전에 '거짓말탐지기 검사'의 정확한 내용은 미리 알고 있어야겠죠? 제가 거짓말탐지기 검사의 모든것에 대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수사기관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권유하고 있다면?
수사기관에서 확보한 증거들이 명확하고 이미 확보된 증거만으로 처벌이 가능할 경우, 수사기관은 굳이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진행할 이유가 없습니다. 수사기관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권유한다면, 사안이 애매해서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성범죄'와 같이 은밀하게 발생하여 피해자의 진술에 많은 부분을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경우, 수사기관에서는 피의자에게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자주 권유합니다. 하지만, 말이 권유지 사실상 압박을 주어 거짓말탐지기 검사에 응하게 만들곤 합니다.
일례로 제가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피의자의 변호인으로 검찰 조사를 갔을 당시 검사는 피의자에게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요구하면서 이를 거불할 경우 '수사보고서'를 작성하여 '거짓말탐지기 검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압박한 적도 있었습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하여 '거짓' 반응이 나온다면?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요구하는 수사기관의 제안에 여러분은 어떠한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거절하면 괜한 의심을 받을 것만 같고,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해서 만약 진실과는 다르게 '거짓' 반응이 나오면 억울할 것만 같같고, 피해자는 벌써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해서 '진실' 반응이 나왔다고 하고, 과연 어떠한 선택을 내려야 할까요? 많은 의뢰인들이 이 지점에서 딜레마에 빠지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해서 '거짓' 반응이 나왔을 때는 사실상 불리한 방향으로 사건이 전개됩니다.
엄밀히 말해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검사는 거짓말탐지기 검사의 결과를 증거로 제출합니다(변호사 입장에서 기분이 참..). 물론 변호사는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 즉 증거목록에 기재된 '심리생리검사' 결과에 대해 '부동의'(증거능력이 없이 판사가 거짓말탐지기 결과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변호인의 의견표명) 의견을 밝힙니다. 그러나 제출된 '증거목록'에는 '심리생리검사 결과', '피의자의 거짓반응'이라고 이미 기재가 되어 있고, 판사는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을뿐, 이미 피고인이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하였고, 거짓 반응이 나온 사실을 알게됩니다. 물론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가 거짓이었지만 무죄로 나온 사례도 종종 존재합니다. 그러나 판사도 사람이고 선입견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결국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하여 '거짓' 반응이 나오게 되면, 어떻게든 재판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대법원은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거짓말탐지기라는 명칭은 거짓과 진실을 구별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거짓말탐지기 검사는 오류의 가능성이 분명 존재합니다. 따라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라는 명칭보다는 '폴리그래프(다수의 그래프) 검사' 또는 '심리생리 검사'라는 명칭이 보다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는 조사관의 질문에 어떠한 대답을 하면, 사람의 심리변화에 따른 혈압, 맥박, 호흡, 피부 전류저항, 뇌파 등을 각자 그래프로 측정한 후 기록된 다수의 그래프를 통해 대답의 사실여부를 추론하게 됩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는 오류의 가능성이 존재합니다(아래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1.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일정 심리상태 변동이 일어나야만 한다.
2. 심리상태 변동은 반드시 일정 생리적 반응을 일으켜야만 한다.
3. 생리적 반응에 의해 검사자 말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정확히 판정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거짓말탐지기 검사는 위 조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없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다만, 피고인 진술 신빙성과 관련한 정황상 증거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결국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는 증거능력(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증거)을 인정할 수 없지만, 판사가 피고인의 진술을 믿을지 여부를 판단할 때, 거짓말탐지기 검사의 결과를 함께 고려합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의 오류 가능성
거짓말탐지기 검사는 거짓과 진실을 정확히 구별할 수 있을까요?
거짓말탐지기 검사의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과학이 발전하면서 기법의 개선을 통해 그 정확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사기관과 관변 형사법학자(?)들의 논문에 따르면 통상 그 정확도는 90% 이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해외의 일부 논문에 따르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정확도는 90% 이상이지만, 반대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정확도는 80%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합니다. 결국 결백한 10명 중 2명은 진실을 말했음에도 거짓반응이 나오는 끔찍한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정상적인 질문지 구성에 따른 오류의 가능성이 이정도라면, 현실적으로 간단한 몇마디의 질문지 구성으로 진행되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그 오류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할 것입니다. 즉, 질문 자체 및 질문지 구성의 허술함으로 인해 예상하지 못한 치명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담당했던 '준강간 사건'이었는데요. 피해자는 술에 만취한 상태로 원하지 않는 성관계가 있었다고 주장했고, 의뢰인은 피해자가 '블랙아웃' 상태에서 필름이 끊겨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피해자의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는 '진실' 반응이었습니다. 그리고 검사는 지속하여 의뢰인에게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요구하였습니다. 저는 거짓말탐지기 결과의 증거능력과 부정확성에 대해 기술한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하였고, 검사에게 '피해자의 거짓말 탐지기 검사 질문'에 대해 확인을 구하였습니다. 검사가 알려준 피해자에 대한 질문은 '피해자는 성관계에 동의한 사실이 있습니까'였습니다. 저는 거짓말탐지기 결과의 부정확성에 대해 어필하였고, 피해자는 블랙아웃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기억을 못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성관계에 동의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질문하는 것은 잘못된 질문지 구성이라고 검사를 설득하였습니다. 결국 피해자의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는 '진실'이었고, 의뢰인은 거짓말탐지기 검사에 응하지 않았으나, 의뢰인은 '혐의없음' 처분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 질문의 의미
많은 의뢰인들이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하게 되면 조사관이 어떠한 질문을 하는지 그 질문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해 합니다. 사건마다 질문의 내용은 달라지겠지만, 범죄성립의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 간단한 질문을 합니다. 조사관이 어떠한 의도에서 하는 질문인지 파악하면, 좀 더 편한 마음으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질문의 의미, 즉 질문지 구성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 기법은 점차 발전하고 있고, 질문지 구성 방식도 마찬가지 인데요.
설명의 편의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대조질문법을 예로 들도록 하겠습니다.
대조질문법은 질문을 아래와 같이 구성합니다.
① 관계질문 : 피의사건과 직접 관계있는 내용에 관한 질문
② 대조질문 : 피의사건과 같은 성질의 내용이지만, 피검사자의 '아니오'라는 답변이 기대되는 질문(피검사자에게서 거짓말이 기대되는 피의사건과 유사한 가상의 내용)
③ 무관계질문 : 피의사건과 직접 관계가 없는 중립적 성격으로, 피검사자가 반드시 진실, 긍정의 답변이 예상되는 질문
피검사자는 위 질문들이 상호 적절하게 구성된 질문을 받는데요.
대조질문은 동일한 사안에서 관계질문과의 생리적 반응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하는 질문이고, 무관계질문은 대조질문과 관계질문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반응의 중첩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하는 질문입니다.
① 우선 거짓말하는 사람의 경우, 대조질문과 관계질문에서는 다른 생리적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② 진실한 답변을 하는 사람의 경우, 대조질문과 관계질문이 모두 동일한 생리적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즉 가상으로 설정한 유사한 사안과 반응의 차이가 발생하게 될 경우, 거짓반응이 나오게 됩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피의 내용]
甲은 회사원으로, 2020. 5. 30. ○○ 서점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훔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질문지 구성 예시]
① 당신은 甲입니까?
② 현재 서울시 서초동에 살고 있습니까?
③ 당신은 2020. 5. 30. ○○ 서점에서 책을 훔친 사실이 있습니까?
④ 당신의 나이는 ■세 입니까?
⑤ 당신은 2020. 8. ▲일 ○○ 서점에서 지갑을 훔친 사실이 있습니까?
⑥ 당신의 직업은 회사원입니까?
⑦ 당신은 시중서점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훔친 사실이 있습니까?
⑧ 당신은 △ 에서 근무하고 있습니까?
⑨ 당신은 2020. 5. 30. ○○ 서점에서 진열된 노트북을 훔친 사실이 있습니까?
위 질문지 구성 예시에서, ①, ②, ④, ⑥, ⑧은 무관계 질문이고, ③, ⑦은 관계질문, ⑤, ⑨는 대조질문입니다. 그리고 핵심질문은 관계질문과 대조질문입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가 정확히 도출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관계질문, 대조질문, 무관계질문이 알맞게 배치된 질문지 작성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의 핵심은 그래프의 분석보다도 질문지 구성에 있습니다. 잘못된 질문지는 신체반응을 나타내는 그래프에 오류를 발생시키고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실무에서 느낀 점은 질문지 구성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질문지 구성이 허술하거나 피의사실의 쟁점을 벗어난 경우가 생각보다 종종 있었습니다. 따라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을지 여부는 신중히 결정해야 합니다.
의뢰인들 중에는 홀로 자신만만하게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았으나 '거짓' 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진실은 신만이 알고 있겠죠.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는 것은 최후의 방법입니다. 당시 경위와 확보된 유리한 증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결정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지 않아서 괜한 의심을 사지는 않을까 염려된다면,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에 대한 증거능력과 오류의 가능성을 기재한 변호인의견서를 제출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