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간죄의 정확한 의미
성범죄 사건과 관련한 포스팅을 검색하셔서 찾아오셨다면, 아마 피해자로부터 고소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나, 수사기관으로부터 출석요구를 받으신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성범죄 사건으로 저를 찾아오신 대부분의 의뢰인들은 성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본인도 성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시곤 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건이 있는데요. 바로 '준강간' 사건입니다.
의뢰인들은 대부분 피해자와 술자리를 갖게 되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성관계로 이어졌다고 주장합니다.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참 많은 준강간 사건을 담당했었는데요. 생각보다 간음할 의도로 피해자를 술에 취하게 하는 케이스는 드물었습니다. 보통의 케이스는 대부분 함께 자연스러운 술자리를 가지던 중 발생합니다. 즉, 술자리에서 시작된 성관계는 언제든 준강간죄로 돌변할 위험이 있습니다.
준강간죄로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기에 앞서 충분한 대처를 위해 먼저 준강간죄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는데, 이 포스팅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준강간 사건으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사례
담당했던 사건 중 제가 봐도 충분히 의뢰인이 억울해 할만한 사건을 먼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 부장 판사님께서도 선고기일에 특별히 "젊은 나이의 피고인이 억울한 마음은 갖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했던 사건입니다. 다행히 준강간 혐의를 부인했음에도 집행유예로 마무리가 되었던 사건이라서, 참 다행이라고 안도했던 사건이기도 합니다.
피고인은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옆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피해자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피고인은 매번 점심 식사를 핑계로 피해자의 가게로 찾아갔고, 용기를 내서 피해자(남자 친구가 있었습니다)에게 연락처를 알려 달라는 쪽지를 주었습니다.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본인의 연락처를 알려주었고, 결국 함께 데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데이트하는 날 피고인과 피해자는 함께 술을 마시고 클럽으로 향했습니다. 클럽에서 피고인과 피해자는 함께 게임을 하며 키스를 하는 등 스킨십이 있었고, 둘은 택시를 타고 모텔로 이동하였습니다. 모텔 앞에서 피해자는 갑자기 구토를 하였고, 모텔에 들어가서 피고인은 구토가 묻은 피해자의 외투를 화장실에서 세척해주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는 2회 성관계를 하였습니다. 다음날 피고인과 피해자는 함께 모텔을 나왔고, 피고인은 피해자를 지하철 역까지 데려다 주고 서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 후 헤어졌습니다. 이후 갑자기 피해자로부터 "왜 그랬냐"라는 메시지가 왔고, 피고인은 준강간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결국 피고인은 준강간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변호사를 교체하기 위해 저를 찾아오셨던 사안입니다.
제가 이 사건을 예로 드는 이유는 이러한 사안도 준강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유죄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리기 위함입니다.
준강간죄의 의미
우선 준강간죄의 법조문부터 보도록 하겠습니다.
형법 제299조(준강간)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을 한 자는 제297조의 예에 의한다.
형법 제297조(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즉, 준강간죄는 강간죄의 예로 처벌을 합니다. 따라서 준강간죄를 알아보기에 앞서, 우선 강간죄의 의미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데요. 강간죄란 폭행 또는 협박으로 피해자가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로 만들어 성관계를 한 경우 성립을 하게 됩니다. 반면, 준강간죄란 강간죄에 준하는 범죄라는 의미로, 이미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빠진 상태를 이용하여 성관계를 한 경우에 성립하게 됩니다.
결국, 강간죄와 준강간죄는 피해자의 동의 없이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동일하고, 다만 준강간죄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로 인해 이미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가지지 못한 사람을 보호하고자 하는 점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강간에 준하는 범죄 즉, 준강간이라는 죄명이 지어졌습니다.
준강간죄의 특징
준강간죄 문제는 언제든지 여러분에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적극적이고, 의도성을 가진 범죄입니다. 준강간죄도 마찬가지로 가해자가 준강간을 할 의도로 고의적으로 피해자를 술에 만취하도록 하여 발생하는 경우도 물론 존재합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함께 술을 마시거나, 소위 '헌팅'과 같이 우연한 기회로 함께 술을 마시다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분위기가 달아올라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고 성관계에 이르게 되었을 때 주로 발생합니다. 결국 준강간죄는 적극적인 의도성을 가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언제든 여러분에게 일어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술을 마시고 나서 기억이 나지 않아요.
정신을 차려보니,
그 남자가 성관계를 하고 있었어요!
VS
성관계 당시 술에 취하기는 했지만, 멀쩡했었어요.
서로 원해서 한 거에요!
너무 억울해요.
위 내용은 준강간죄 사건이 발생한 경우, 고소인과 피의자의 대표적인 주장입니다.
생각보다 준강간죄는 일상생활 중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의도치 않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피의자는 비록 피해여성이 술에 취하기는 했지만, 만취 상태 즉,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사단계에서 자신도 모르게 치명적인 진술을 이미 해버린 경우가 많습니다.
준강간죄에 대해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분들도, 준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술에 만취하여 거동이 불가능한 피해자를 부축하거나 들쳐 업고 모텔로 들어가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준강간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여러분이 생각보다 넓게 판단하고 있습니다(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의미와 대응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을 통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성범죄 사건의 골든 타임은 수사단계입니다.
성범죄 사건은 은밀하고 개인적인 영역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따라서 직접적이고 객관적인 증거확보가 매우 곤란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성범죄는 범죄 당시의 정황증거와 간접증거, 피의자 및 피해자 진술의 싱빙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합니다. 결국, 직접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피해자가 당시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사정을 구체적으로 진술하여 신빙성이 높은 경우 피해자의 진술 만으로도 유죄가 나올 수 있습니다.
성범죄의 특성상 여러분이 생각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더욱이 기존 잘못된 관행으로 인한 '미투운동'과 대법원에서 전면적으로 인정한 '성인지 감수성' 으로 인해 피해자 진술은 기본적으로 높은 신빙성을 인정받습니다. 더욱이 하급심에서 무죄가 나온 사안을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하는 경우가 잦고, 실제 성범죄를 전담하시는 판사가 대법원 인트라 넷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실무적으로 기소가 된 사건은 '극적 반전이 없는 이상'은 유죄라고 인정될 정도입니다. 결국 피의자가 충분히 정황증거 등을 제시하면서 피해자 진술의 의심스러움을 적극적으로 어필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재판으로 가기 전에 1차적으로 수사단계에서 총력을 다해 무혐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혹시 재판을 가게 되면 그때 변호사를 선임하겠다고 하는 안일한 생각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변호사를 선임이 필요한 골든 타임은 수사단계입니다. 변호사와 충분한 상담을 거치고, 수사단계에서 진술 전략을 수립하며, 유리한 증거를 충분히 제시함으로써 '무혐의'를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재판으로 가면 사건의 균형추는 상당히 넘어간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준강간죄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이이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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