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외도에도 불구하고 혼인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는데, 추후 아내가 이혼을 청구한 사건
유책배우자는 이혼청구권이 없다는 점을 여러분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이 드는데요.
만약 본인이 외도를 하여서 부부관계가 파탄이 되었다면, 상대방에게 이혼을 청구하더라도 패소를 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외도를 하여서 부부관계가 파탄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가정을 유지할 의사로 지속하여 혼인생활을 유지하였고, 이후 별도의 사정으로 부부관계가 재차 파탄이 되었다면 이때는 이혼청구가 인정이 될까요?
이번 포스팅은 2021. 8. 19.에 선고된 이와 관련한 최신 대법원 판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만약 이혼을 하고 싶어하는 원고 입장에서는 이번 판례의 태도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고, 이혼을 원치 않는 입장에서는 장차 상대방의 이혼청구가 없도록 혼인생활을 어떻게 꾸려갈지 참고를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건의 경위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아래와 같습니다.
원고와 피고는 1992. 5. 1.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이고, 그 사이에 성년이 된 아들 소외 1과 딸 소외 2를 두고 있다(소송 당사자가 아닌 사람을 '소외'라고 표현합니다).
원고는 2003년경 빵집에 근무하면서 사장인 소외 3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약 8년 동안 소외 3과 성관계를 갖고 자신의 나체 사진을 소외 3에게 보내기도 하였다. 원고가 빵집을 그만두자 소외 3은 원고의 집에 찾아와 만나자고 하며 원고를 스토킹하였다. 원고는 소외 3과 사이의 문제 등으로 2012. 8. 22. 수면제를 먹고 자살시도를 하였고, 그후 2012. 10.경까지 △△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다.
원고는 2014. 7. 23. 피고와 다툰 뒤 식칼로 손목을 그었고, △△대학교병원 정신 건강의학과에 입원하여 2014. 9.경까지 치료를 받았다. 원고는 2015년경 소외 4로부터 성폭행을 당하였고, 소외 4는 위 범행으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원고는 2017. 1. 9.경 피고와 카드사용 문제로 다툰 뒤 칼로 손목을 그어 ○○○○병원에서 약 2주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다.
피고는 원고가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였는데도 원고 스스로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고 원고를 비난하였다. 또한 피고는 원고에게 되도록 외출을 하지 말고 집을 지킬 것, 외출할 때 짧은 옷을 입지 말고 정숙한 복장을 할 것, 나들이 외에는 화장을 하지 말 것 등을 요구하였으나 원고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와 갈등을 빚었다.
원․피고와 함께 살고 있는 소외 1은 2018. 8. 9. 새벽 2시경 집 근처에서 원고가 어떤 남자와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현장사진을 촬영하였다. 원고는 같은날 저녁 소외 1에게 위 사실을 피고에게 알리지 말아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소외 1은 피고에게 현장사진과 함께 문자메시지까지 모두 전송하였다. 원고는 같은 날 밤 피고와 다툰 후 집을 나갔고, 2018. 10. 19. 이혼 등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하급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원고가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원고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이 미진하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다시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내려보냈는데요. 그 내용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민법 제840조 제6호에서 정한 이혼사유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가 있을 때’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를 판단할 때에는 혼인 계속의사의 유무,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 혼인생활의 기간, 자녀의 유무, 당사자의 연령, 이혼 후의 생활보장 등 혼인관계에 관한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하고,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부부의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 되었다고 인정된다면 파탄의 원인에 대한 원고의 책임이 피고의 책임보다 더 무겁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이혼 청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대법원 1991. 7. 9. 선고 90므1067 판 결,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므14763 판결 등 참조).
원고는 과거 소외 3과 성관계를 맺었고 당시 원․피고의 혼인관계는 파탄상황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가 이를 알게 된 다음에도 원고를 다시 받아들여 가정을 유지하겠다는 선택을 하였고 오랜 기간 부부관계를 유지해 왔다. 원고가 그 이후에 다른 부정행위를 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는 이상, 과거에 있었던 원고와 소외 3의 관계가 현재 혼인관계 파탄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
피고는 위와 같이 가정을 유지하겠다는 선택을 하였으나 과거 사건에서 비롯된 원고에 대한 불신감과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원고의 외출, 복장, 화장 등 행동의 자유를 통제하려 하고 성폭행 피해자인 원고를 오히려 비난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가사조사과정이나 변론과정에서 원고가 버스 운전기사, 호프집 사장, 동창생 등 많은 남자와 수시로 연락하며 부정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별다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였다. 이처럼 원고와 소외 3의 관계가 끝나고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과거 사건에서 비롯된 갈등과 불화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위에서 보았듯이 소외 1은 2018. 8. 9. 새벽 원고가 다른 남자와 담배를 피우는 현장을 촬영하였고, 원고가 피고에게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였는데도 현장사진과 부탁 내용까지 모두 피고에게 전송하였다. 원고는 그날 피고와 아들이 함께 자신을 공격하여 견딜 수 없어 가출하였다고 하고 있고, 피고는 원고 스스로 자식 볼 낯이 없어 집을 나간 것이라고 하고 있다. 원고는 가족구성원에게 아내나 어머니로서 존중받을 수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원고는 그동안 여러 차례 자살․자해 시도를 하였고 정신건강의학과 입원을 반복하였다. 물론 이러한 사태는 원고가 자초한 측면이 있으나, 피고가 과거를 딛고 부부 관계를 회복하기로 했으면서도 실제로는 원고를 불신하고 비난하는 태도를 보이고, 원고에게 정신적인 중압감을 준 것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원심으로서는 원고와 소외 3의 관계가 끝난 후 오랜 시간이 지난 과정에서 원․피고 사이에 있었던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 현재 혼인 파탄의 원인이 배우자 일방이 아닌 양측 모두에게 있는 것이 아닌지 심리를 한 다음, 민법 제840조 제6호에서 정한 이혼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없는지에 관하여 판단했어야 한다.
그런데 원심은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이 원고에게 있다고 단정하고 원고의 이혼 청구를 배척하였다. 원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민법 제840조 제6호, 유책배우자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라고 판시(대법원 2021. 8. 19. 선고 2021므12108 판결)하였습니다.
판례의 해설
재판상 이혼 사유에 구체적인 이혼사유를 규정하여 이를 위반한 유책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하는 '유책주의'(유책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와 구체적인 이혼사유를 규정하지 않고 부부관계가 파탄이 되면 이혼을 인정하는 '파탄주의'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법 제840조 제6호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라는 포괄적인 이혼사유를 규정하고 있고, 법원은 사실상 부부관계가 파탄이 난 경우 위 규정을 근거로 이혼을 허용해주고 있습니다. 앞서 본 판례에서 '부부의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 되었다고 인정된다면 파탄의 원인에 대한 원고의 책임이 피고의 책임보다 더 무겁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이혼 청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판시 내용에 비춰봐도, 원고에게 특별한 책임이 없는 이상 부부관계가 파탄되면 이혼이 인정됩니다.
대법원은 이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비록 원고가 부정한 행위를 하였지만, 피고가 지속하여 혼인할 의사를 가지고 원고를 용서해주었습니다. 이후 계속 부부관계를 유지하였고요. 따라서 과거 원고의 불륜이 현재의 혼인관계 파탄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오히려 피고는 이 사건을 계기로 원고를 구속하였고, 결국 원고를 가족 구성원으로서 존중받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아울러 원고는 피고의 태도로 인해 자해를 시도하는 등 피고 역시 부부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현재 부부관계의 파탄이 원고만의 책임은 아니라는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고, 타당한 결론이라고 보여집니다.
이혼소송은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고, 소송과정에서도 서로를 비난하는 내용의 서면과 마주하게 됩니다. 가능하면 협의를 통해 이혼하시기 바랍니다. 서로를 보면서 웃을 수는 없지만, 마지막을 원만히 마무리 하는 것 또한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소송을 통해 이혼을 하셔야 한다면, 나를 대신하여 소송을 해줄 사람.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하여 사건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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