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선 분위기를 타고 성범죄 무고 혐의 형량 가중에 대한 논의가 있습니다.
무고가 실제 증가하였는지는 뚜렷이 알기는 어렵습니다만, 그만큼 예전보다 수사 일선에서 성범죄 고소접수가 증가하였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의자 역시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럼 어떨 때는 범죄가 성립하고 어떨 때는 아닌 것으로 판단될까요? 그리고 자신에게 혐의가 없거나 적은 경우, 어떻게 대응하여야 할까요?
대응방안을 알기 위하여는 형벌을 받을 '죄'의 유무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되는지를 대략이라도 우선 알아야 합니다.
1. (성)범죄 성립을 판단하는 요소
흔히 성범죄로 분류되는 범죄는 성폭법에 정해여 있는데, 일반법인 형법을 위시하여 아청법, 특가법, 정보통신망법 등 여러 법률에 흩어져 규정되어 있습니다.
요건은 다양해 보이나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결국 [수단] + [결과] 로 이루어지며 외부적 행위를 정한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이렇게 법률에 정해져 있는 처벌대상인 행위(또는 행위자와 피해자) 내용은, '객관적 구성요건'이라고 부릅니다.
정해져 있지 않으나 당연히 충족이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은 주로 [인식(알았다)] + [의사(하려 했다)]로 이루어집니다. 쉬운 예로 반사적으로 피하다가 또는 잠결의 움직임은 인식이나 의사가 없어 인간의 행위로 평가받을 수 없기에, 주관적 구성요건이 없는 경우,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주관적 요건은 인간의 내면을 정확히 읽을 수 있는 과학기술이 없는 이상, 객관적 요건이 갖춰진 경우 일단 사실상 추정되거나 추인되는 경향이 매우 큽니다.
원칙적으로 위 요건이 모두 증명되어야 유죄의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2. 대응 방향 설정
이것을 중요하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수사기관과 사법당국이 항상 위와 같은 틀에 따라 사실관계를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즉 피의자의 입장에서, 위 요건 중 하나 이상을 효과적으로 반박하면 무죄의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수사관이 고소를 받을 때, 피의자조서를 기재할 때, 참고인과 증거를 조사할때, 송치판단을 할 때, 검사가 기소여부를 판단할 때, 판사가 검사와 피고인의 각 주장과 증명/소명 여부를 판단할 때 모두 위와 같은 큰 틀에 넣어(실제로 위 틀에 따라 칸을 마련하고, 1-2장으로 메모를 하여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하여 판단하게 되므로 억울함 소명 역시 해당 틀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효과적이며, 변호사 역시 이러한 틀에 따라 모든 사실관계를 파악하려 하므로, 변호인과 상담하실 때에도 참고하여야 합니다.
3. 객관적 요건(주로 행위) 부인
외부적 사실은 이론상 참과 거짓의 객관적 입증이 가능하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성범죄를 포함한 많은 경우 형사범죄는 당사자의 진술로 주요 입증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IT기술이 발달했다지만, 현대의 형사절차도 인간의 기억에 기반한 "진술(자백 포함)"을 가장 중요한 증거로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최초 조사는 양 당사자의 일치하는 진술내용을 파악하는 것으로 시작될 확률이 크며 이후 이어지는 조사 역시 이에 기반하여 진행될 확률이 큽니다.
그러나, 완전히 진술로만 조사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비록 작은 단서일지라도 진술내용과 일치하는 사진, 진단서, 전후의 CCTV나 카카오톡 대화 내용, 녹취록, 제3자의 진술 등의, 혐의에 대한 직접 증거 아닌, '주장과 같은 사실이 있는 경우 흔히 있는 사실들 및 없는 경우 있기 어려운 사실들'(간접적 사실)에 대한 증거(간접증거)들이 제출되거나 영장에 의해 압수되고, 조사되어 결과가 증거로 첨부됩니다.
즉 직접입증의 어려움으로 인해 행위의 전후, 행위정상, 심지어 나아가 행위자, 피해자의 일반정상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판단의 기준으로 작용하게 되는 현실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송사 중 형사절차가 특히 국가 간 Total War에 비유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형사절차 역시 사람의 판단으로 하는 것이기에 직접증거가 없는 경우 100%의 완전한 판단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유의하여야 합니다.
4. 주관적 요건(주로 인식)의 부인
예를 들어 강제추행 성립의 객관적 요건은 그 힘의 대소강약에 불구하고 유형력의 행사(신체 접촉) 입니다. 고의를 부인하는 것은, 접촉에 대한 인식 또는 의사가 없었다는 주장에 해당합니다. 닿기는 하였으나 피하다가 부딪혔다는 등의 주장이 이에 해당합니다.
다만, 주관적 요건은 말씀드린 바와 같이 증명되기 어려우므로 대부분의 형사절차에서 고의 등의 주관적 요건은 객관적 요건이 인정되는 경우 사실상 추정되거나 추인되어 버립니다.
그러나 한편, 그러하기에 무혐의/무죄판단의 주된 근거로 '범의의 증명이 없다'는 판단을 자주 사용하기도 하며,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무혐의를 선언하는 경우 입증가능한 객관적 사실에 대하여 결론을 내리는 위험을 부담하게 되므로, 가능하다면 주관적 요건 불비를 이유로 삼아 불송치/불기소 판단을 내리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는 점도 피의자측으로서는 수사 대응시 참고하여야 합니다.
주관적 요건을 부인하기 위하여는 단순히 고의 없거나 인식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불일치하는 객관적 정황들을 증거와 함께 제시하여야 하며, 일치하는 상세 진술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러한 치의자측의 인식의 틀을 변호인의견으로 논리적이고 자연스럽게 뒷받침하는 것과 더불어, 피해자 주장의 객관적 사실과의 불일치/경험칙과의 불일치/논리적 오류 등의 신빙성 부족사유를 함께 제출/주장하여야 합니다.
5. 결론
증거가 분명하다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범죄는 객관적 증거가 없이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성범죄는 객관적 사실에 대한 증거가 있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즉 대부분 양측 주장의 신빙성 유무에 따르게 된다는 것이며 신빙성이라 함은 결국 위 요건에 넣어지는 주장들과 이를 뒷받침하는 세부사실들이, 그나마 남아 있는 외부적 증거와 정황과 일치하는지, 사회통념과 경험칙에 비추어 있을 법 하고 믿을 만 한 것들인지에 대한 "판단"인 것입니다. 어쩌면 유무죄 판단을 신빙성으로 판단한다고 함은 얼마간은 동어반복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따라서 자의든 타의든 형사절차에 진입하게 된 당사자와 이를 맡은 변호인으로서는 반드시 위 틀에 따라 요소들을 구별하여, 약한 부분을 보강하며 대응해 나가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대응방향 설정/수정의 방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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