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를 비롯한 형사사건은 그 유형에 따라 대응 방법과 내용 및 해결 포인트가 각각 다릅니다.
여기에서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이 이뤄지거나 그 과정에서 상해나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가 발생한 강제추행에 대해 안내해 드리고자 합니다.
1. 형법 규정
(1) 조문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99조(...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추행을 한 자는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제300조(미수범) ...제298조 및 제299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제305조의2(상습범) 상습으로...제298조부터 제300조까지...의 죄를 범한 자는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2) 해석의 변화
강제추행죄는 형법이 제정된 1953년 9월 18일부터 규정된 오랜 유형의 성범죄인데 이후 판례에 의해서 그 의미가 상당히 많이 변화해 왔습니다. 문구 그대로 해석하면 폭행이나 협박이 이뤄진 이후에 뒤이어서 추행이 있는 때에 처벌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고 따라서 과거에는 이러한 경우에 한정해서 강제추행죄를 인정했습니다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또한, 성적인 추행을 하기 위해서는 신체 접촉이 필요하다고 했던 때가 있었는데 이 역시 지금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나아가, 강제추행죄의 성립에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성욕을 자극ㆍ흥분ㆍ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해서 성적인 의도나 동기 없이 한 신체 접촉도 강제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결국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즉 진정한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가 근본적인 판단의 기준이 된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항을 바꿔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2. 해석 및 관련 문제
(1) 추행
판례는,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 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참조). 결국 피해자의 성적 자유 침해 여부 즉 피해자의 진정한 동의 여부가 강제추행 판단의 근본적인 기준이 됩니다. 거부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동의했다는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면 의사에 반하지 않았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고, 피해자가 “괜챦다”라고 직접 언급했더라도 피해 사실을 외면하고 싶어 형식적으로 답변한 것에 불과하다면 진정한 동의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동의가 아니라는 점에서, 미성년자의제강간죄에서 미성년자는 성적 가치관이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그가 합의나 동의를 했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 없는 경우와 같은 원리라고 할 것입니다.
(2) 기습추행 – 사전에 별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강제추행죄 성립 가능
1983년 대법원 판례에 의해서 폭행 행위 자체가 추행이 되는 경우로서 소위 ‘기습추행’이라고 부르는 유형이 추가됐는데 선고 이후 40년이 다 돼 가는 현재까지도 계속 인용되고 있습니다.
해당 판례는, “...강제추행죄에 있어서 추행은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 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이므로, 이 경우에 있어서의 폭행은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대법원 1983. 6. 28. 선고 83도399 판결)”라고 했습니다.
이후 대법원은, 다른 구성요건은 충족하는 전제하에, 팔짱을 끼는 행위, 러브샷, 머리를 쓰다듬는 행위, 어린아이가 귀엽다는 이유로 머리를 쓰다듬고 토닥토닥하며 손등에 뽀뽀를 하는 행위, 피해자의 옷 위로 엉덩이나 가습을 쓰다듬는 행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그 어깨를 주무르는 행위, 교사가 여중생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면서 비비는 행위나 여중생의 귀를 쓸어 만지는 행위 등에 대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이뤄져 기습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강제추행죄 유죄판결을 내렸습니다.
또한 이러한 기습추행을 강제추행죄로 처벌하는 것에 대한 최근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헌법재판소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고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하여(헌재 2020. 6. 25. 2019헌바121 참조) 일관되게 합헌 결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3) 신체 접촉이 없어도 강제추행죄 성립 가능
2010년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어도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추행의 개념 및 판단 기준은 더욱 넓어졌고 이 역시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판례는, “...엘리베이터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피해자들을 칼로 위협하는 등으로 꼼짝하지 못하도록 자신의 실력적인 지배하에 둔 다음 피해자들에게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일으키는 자신의 자위행위 모습을 보여 주고 피해자들로 하여금 이를 외면하거나 피할 수 없게 한 행위는 강제추행죄의 추행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13716 판결)”라고 했습니다. 또한 10대 여자 청소년들을 협박해서 영상통화로 알몸을 보여 주거나 음부에 손가락을 넣게 하는 등의 행위를 하게 한 행위, 채팅앱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들로부터 은밀한 신체부위 사진을 전송받아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로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하고 신체 사진이나 자위 사진을 촬영하도록 해서 전송받은 행위 등에 대해서도 강제추행죄를 인정한 판례들이 있습니다.
(4) 성적 동기나 목적이 없어도 강제추행죄 성립 가능
대법원은 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남자)가 교실에서 자신이 담당하는 반의 남학생의 성기를 교육적인 의도에서 만진 행위에 대한 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죄 성립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강제추행죄의 성립에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는 고의만으로 충분하고, 그 외에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까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5도6791 판결)”라고 해서 성적인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없어도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이후 일관되게 동일한 취지의 판결을 내리고 있습니다. 예컨대,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가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학생의 옷 속으로 손을 넣어 배와 가슴 등의 신체 부위를 만진 행위(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도2576 판결), 알고 지내던 여성이 자신의 머리채를 잡아 폭행하자 보복의 의미로 입술, 귀, 유두, 가슴 등을 입으로 깨문 행위(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856 판결) 등에 대해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없었더라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법원은, 성별을 확인하기 위해서 공중화장실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던 여성의 가슴을 만진 사건이나 이사가 채혈하기 위해 동의 없이 하의를 내린 사건, 2주 전 헤어진 여자친구를 쫓아와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 강제로 키스했는데 가벼운 애정표현으로 강한 저항이 없었던 사건 등에서 동일한 판단을 내렸습니다.
3. 상해 혹은 사망의 결과 발생
(1) 규정 및 현실
추행행위 그 자체에서 혹은 그 수단인 폭행이나 협박에 의하거나 혹은 추행행위에 수반돼서, 즉 넓게 추행의 기회에, 상해나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는 당연히 법정형이 훨씬 더 높게 규정돼 있습니다(예: [형법] 상해나 치상의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제301조), 치사의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살인의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제301조의2)).
실제로 추행의 기회에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고, 이러한 상해에는 반드시 외관상 상처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히스테리 증상이나 수면장애 등도 포함되며, 따라서 피해자가 추행 도중에 상해가 발생했다며 상해진단서를 제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 판례
추행행위 자체에서 발생하는 등 추행의 기회에 상처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판례는 “...상해는 피해자의 신체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고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피해자가 입은 상처가 극히 경미하여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고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는 정도라면, 그로 인하여 피해자의 신체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었다거나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된 것으로 보기 어려워 강제추행치상죄에 있어서의 상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소위 ‘상대적 상해 개념 긍정설’)...(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도1934 판결)고 하고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정신과적 증상 가운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극심한 심리적 충격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판례에서도 상해로 보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성범죄 유형별 대응 방법(6) -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으로 만나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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