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사건은 의뢰인이 퇴직한 전 회사의 계정과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접속한 행위로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받게 된 사안입니다. 접속 IP 주소와 실제 접속 횟수를 명확히 하고, 회사와의 합의 등 해결 노력을 기울인 끝에 기소유예 처분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1. 기존 계정으로 로그인했더라도 정보통신망 침입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8조 제1항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한 경우 현행 같은 법 제71조 제1항 제11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보안장치를 파괴하거나 특별한 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했는지에만 있지 않습니다. 접속 당시 정당한 접근권한이 있었는지가 핵심입니다.
대법원도 정보통신망의 보호조치를 훼손하지 않았더라도, 부정한 방법으로 타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접속한 경우 정보통신망 침입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접근권한의 유무는 서비스제공자가 부여한 권한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도870 판결).
따라서 “예전에 사용하던 계정이었다”, “회사가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법적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퇴직 후 접속이라고 해서 모든 경우에 범죄가 성립하는 것도 아닙니다. 퇴직 이후 인수인계나 업무 지원을 위해 접근을 별도로 허용받았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대법원 역시 접근권한의 제한 여부는 보호조치나 이용약관 등 객관적으로 드러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1도1533 판결).
2. 첫 번째 대응 — 접속 IP 주소를 정확하게 확인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우선적으로 살펴본 부분은 문제가 된 접속기록의 IP 주소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IP 주소는 접속 경위를 확인하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그러나 접속기록에 특정 IP 주소가 표시되어 있다는 사실과, 그 접속행위를 의뢰인이 하였다는 사실은 구분하여 검토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사건에서는 IP 주소 자체뿐 아니라 해당 접속 시각, 당시의 이용 환경, 실제 사용한 기기, 관련 자료와 진술의 일치 여부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IP 주소의 가입자나 이용 회선을 확인하는 일과 실제 접속행위자를 특정하는 일도 구별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도 IP 주소를 정확히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의뢰인의 접속행위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정리하였습니다.
이는 무조건 접속 사실을 부인하기 위한 대응이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행위의 범위를 명확히 하여, 그 범위에 맞는 법적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과정입니다.
3. 두 번째 대응 — 실제 접속행위의 횟수를 명확히 했습니다
IP 주소 확인과 함께 중요한 부분은 접속 횟수였습니다.
정보통신망 침입 사건에서는 “접속한 적이 있다”는 설명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문제된 기간에 실제 접속행위가 몇 차례 있었는지, 각각의 기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까지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접속기록을 검토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당 기록이 로그인 성공을 의미하는지, 실패한 접속 시도를 의미하는지
각각의 기록이 별개의 접속행위를 나타내는지
동일한 접속 과정에서 발생한 기록이 중복 집계된 것은 아닌지
의뢰인의 접속으로 확인되는 기록과 추가 확인이 필요한 기록이 구분되는지
이러한 항목은 접속기록을 검토할 때의 일반적인 확인사항입니다. 실제 판단은 해당 시스템의 기록 방식과 확보된 자료에 따라 달라집니다.
본 사건에서는 의뢰인의 접속행위 횟수를 명확히 하여, 행위의 범위와 정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도록 대응하였습니다.
접속 횟수는 행위의 반복성과 경위를 평가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막연한 기억에 의존하여 횟수를 추정하기보다, 확인 가능한 자료를 기준으로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로그인에 실패한 기록이라고 해서 언제나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보통신망 침입은 미수범 처벌 규정도 있으므로, 접속 성공 여부와 형사책임 여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4. 세 번째 대응 — 회사와의 합의를 통해 원만한 해결을 도모했습니다
사실관계와 접속 범위를 정리하는 작업과 함께, 회사와의 합의도 중요한 대응 과제였습니다.
퇴직자의 계정 접속은 회사의 정보보안과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가 문제 삼는 내용과 우려하는 사항을 정확히 파악하고, 확인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해결 방안을 협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도 회사와의 합의를 통해 분쟁의 원만한 해결을 도모하였으며, 이러한 사정이 사건의 처분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도록 대응하였습니다.
다만 회사와 합의하면 사건이 자동으로 종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보통신망 침입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나,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에 따라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되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회사와의 합의는 피해 회복과 분쟁 해결을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합의 여부와 함께 행위의 경위, 실제 접속 범위,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5. 사건의 결과 — 기소유예 처분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 사건은 접속 IP 주소를 정확히 확인하고 실제 접속행위의 횟수를 명확히 하는 한편, 회사와의 합의 등 해결 노력을 기울인 끝에 최종적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기소유예는 검사가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면서도 사건의 경위와 여러 정상 등을 고려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불기소처분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7조는 검사가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소유예는 무혐의나 무죄와는 구별됩니다. 다만 해당 처분으로 재판에 회부되지 않고 사건이 마무리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형벌이 선고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사경력자료가 남을 수 있다는 점도 구분하여 이해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은 접속기록에 대한 정확한 확인, 행위 범위의 구체화, 회사와의 합의 노력을 함께 진행한 사례입니다.
6. 퇴사 후 회사 계정 접속이 문제되었다면, 초기 사실관계 정리가 중요합니다
이러한 사건에서는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으니 괜찮다”거나 “접속한 사실이 있으니 모든 혐의를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성급하게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접속 당시 권한이 있었는지, 문제된 IP 주소가 어떤 접속을 나타내는지, 실제 접속 횟수와 행위 내용은 무엇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그다음 법률적으로 다툴 부분과 정상관계로 설명할 부분을 구분하고, 회사와의 합의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사건을 확인한다는 이유로 전 회사 계정에 다시 접속하거나 관련 기록을 임의로 삭제하는 행동은 피해야 합니다. 이미 적법하게 보유한 자료를 보존하고, 추가 자료는 적법한 절차를 통해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퇴직 후 회사 계정에 접속한 일로 수사를 앞두고 있다면, 접근권한·접속 IP·실제 접속 횟수·회사와의 합의 가능성을 중심으로 사건을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사실관계 정리가 대응 방향을 결정하는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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