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 혐의로 경찰에서 출석 요구를 받으면 많은 분들이 “물건을 돌려주면 끝나는 것 아닌가”, “초범이고 금액이 적으니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절도죄 사건에서는 경찰에서 어떤 취지로 첫 진술을 하는지가 이후 검찰 처분과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현재 형법 제329조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경우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찰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먼저 사건이 혐의를 다투어야 하는 사건인지, 범행을 인정하고 선처를 준비해야 하는 사건인지부터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1. 물건을 가져갔다고 무조건 절도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재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가져간 사실뿐 아니라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불법영득의사를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처분하려는 의사”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1996. 5. 10. 선고 95도3057 판결.
따라서 다음과 같은 사건에서는 처음부터 절도죄 성립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자신의 물건으로 착각하여 가져간 경우
소유자나 점유자의 허락이 있었다고 생각한 경우
잠시 사용한 뒤 즉시 반환하려 했던 경우
물건의 소유·점유관계 자체가 불분명한 경우
상대방과 공동으로 사용하던 물건인 경우
특히 “잠깐 사용했을 뿐이다”라는 사건에서는 반환 시기와 방법이 매우 중요합니다.
대법원은 타인의 물건을 허락 없이 사용했더라도 경제적 가치의 소모가 경미하고 사용 후 곧바로 반환한 경우에는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7819 판결입니다.
반면 휴대전화를 허락 없이 가지고 나가 사용한 뒤 약 1~2시간 후 원래 장소가 아닌 화분에 놓아둔 사건에서는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도1132 판결입니다.
결국 “나중에 돌려주려고 했다”는 말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물건을 가져간 목적, 사용 방법, 보관 시간, 반환 장소와 방법 등 당시 객관적인 정황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2. 혐의를 부인한다면 경찰조사 전에 증거부터 확보해야 합니다
절도 혐의를 부인해야 하는 사건이라면 경찰서에 출석하여 기억나는 대로 이야기하기 전에 객관자료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표적으로 확인해야 할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건 현장 CCTV
출입기록
카드 결제 및 계좌거래 내역
피해자와 주고받은 문자·카카오톡
물건을 사용하도록 허락받았음을 보여주는 자료
물건을 돌려준 시각과 장소를 확인할 자료
당시 함께 있었던 사람의 진술
특히 CCTV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삭제될 수 있기 때문에 사건 초기에 확보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경찰 질문에 맞추어 즉석에서 사실관계를 만들어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과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부분을 구분해야 합니다.
3.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대응 방법이 달라집니다
CCTV 등에 범행 장면이 명확히 촬영되어 있고 실제로 물건을 가져간 사실과 범행 의도가 인정되는 경우라면 무리하게 혐의를 부인하는 것이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이 경우에는 오히려
피해품 반환 → 피해액 변제 → 피해자와 합의 → 처벌불원 의사 확보 → 반성 및 재범방지 자료 제출
순서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026년 7월 1일부터 시행 중인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절도범죄 양형기준에서도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회복,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긍정적인 주요 참작사유로 보고 있으며, 피해가 경미하거나 진지하게 반성하는 점, 상당한 피해회복 등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초범이고 피해금액이 크지 않은 사건이라도 “초범이니까 알아서 선처해 주겠지”라고 생각하기보다 수사 초기부터 정상자료를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절도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건이 자동으로 종결되는 범죄는 아닙니다.
합의는 검찰의 처분이나 법원의 형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지만, 합의만 하면 무조건 사건이 끝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4.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할 때도 주의해야 합니다
합의를 위해 피해자에게 연락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전화를 하거나 합의를 강요하면 오히려 불리한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절도범죄 양형기준에서도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거나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행위는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직접 연락을 거부하거나 감정대립이 심한 사건이라면 변호인을 통하여 합의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5. 경찰조서에는 반드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수정해야 합니다
경찰조사가 끝났다고 해서 바로 서명해서는 안 됩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에 따라 피의자는 작성된 조서를 열람할 수 있고, 자신이 진술한 내용과 다르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으면 수정·추가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피의자에게는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어 있습니다.
특히 절도 사건에서는
“가져가도 된다고 생각했다”와
“허락 없이 가져갔다”,
“돌려주려고 보관했다”와
“필요 없어서 버렸다”
같은 표현의 차이가 불법영득의사를 판단하는 데 상당한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사를 마친 뒤에는 조서가 실제 자신이 말한 취지와 동일한지 문장 하나씩 확인해야 합니다.
절도 경찰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대응’입니다
절도 사건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방향으로 대응해서는 안 됩니다.
혐의를 부인해야 하는 사건에서 섣불리 사과나 합의를 시도하면 사실상 범행을 인정하는 자료로 해석될 가능성을 검토해야 하고, 반대로 객관적인 증거가 명확한 사건에서 근거 없이 부인만 지속하면 반성과 피해회복의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경찰조사 전에는 최소한
① 절도죄의 구성요건이 실제로 충족되는지
② 불법영득의사를 다툴 여지가 있는지
③ CCTV 등 객관적인 증거가 무엇인지
④ 혐의를 인정한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피해회복을 진행할지
⑤ 경찰에서 어떤 사실을 인정하고 어떤 부분을 다툴지
를 정리해야 합니다.
절도죄는 금액만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사건이 아닙니다. 범행 경위, 반환 여부, 피해회복, 전과, 반복성, 피해자의 의사와 경찰조사에서의 진술 내용이 함께 고려됩니다.
따라서 경찰 출석 요구를 받은 단계라면 조사부터 받은 뒤 대응하기보다는 출석 전에 사실관계와 증거를 검토하여 진술 방향을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구체적인 처분 가능성은 피해금액, 범행 횟수, 동종 전과, 피해회복 여부, CCTV 등 증거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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