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의뢰인을 변호하여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저는 피해를 주장하는 진술이 신고 직후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사진과 상해진단서 같은 객관적 자료가 그 진술과 맞아떨어지는지를 집중적으로 다퉜습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강제추행과 상해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지인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생긴 일로 성범죄 혐의를 받게 되면, 무엇부터 설명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상대방의 진술 외에 직접적인 증거가 거의 없는 사건이라면, "그런 일은 없었다"는 말만으로는 판단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진술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다른 자료와 어디서 맞고 어디서 어긋나는지를 하나씩 확인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그 작업이 변론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서로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술자리를 갖던 중, 상대방을 강제로 추행하고 이에 저항하자 얼굴을 때려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혔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당시 현장에는 의뢰인의 가족도 함께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수사 초기부터 추행이나 폭행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사건에는 의뢰인에게 불리하게 읽힐 만한 자료도 있었습니다. 상대방은 사건 직후 직접 경찰에 신고했고, 이후 얼굴과 가슴 부위를 촬영한 사진과 상해진단서를 제출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유일한 제3자는 의뢰인의 가족이어서, 그 진술은 처음부터 신빙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본 것은 피해를 호소했다는 사실과 공소사실에 적힌 행위가 실제로 있었다는 사실 사이의 간격이었습니다. 신고가 있었고 진단서가 제출되었다고 해서 그 내용이 곧바로 증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 공소사실을 직접 뒷받침하는 증거는 사실상 상대방의 진술뿐이었기 때문에, 그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큼 믿을 수 있는지가 재판의 핵심이었습니다.
저는 먼저 진술이 나온 순서를 정리했습니다. 상대방은 112 신고 당시는 물론, 출동한 경찰관이 피해 내용을 여러 차례 확인할 때에도 맞았다는 이야기만 반복했고 추행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추행 피해는 그 이후에야 처음 언급되었고, 같은 날 작성된 진술서와 경찰 진술조서 사이에서도 피해 내용이 서로 다르게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진술이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진술 전체를 배척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변화가 공소사실의 핵심인 추행 행위 자체에 관한 것이라면, 왜 처음에는 말하지 않았는지와 어느 진술이 다른 자료에 부합하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저는 경찰관이 옷 상태를 먼저 물었을 때의 답변과 조사 말미에 처벌 의사를 밝힌 표현까지 함께 제시하며, 진술이 나온 경위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다음으로 사진과 상해진단서를 진술과 대조했습니다. 현장에서 확인된 피해 부위, 이후 제출된 사진 속 부위, 진단서에 기재된 상해 부위가 서로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은 손바닥으로 맞아 크게 티가 나지 않았다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폭행이 있었다는 진술과 그 폭행으로 진단서상의 상해가 생겼다는 사실은 각각 따로 증명되어야 할 문제였습니다.
가슴 부위의 멍 사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진은 사건 후 며칠이 지나 촬영되었고, 상대방은 사건 며칠 전 다른 사람과의 신체 접촉 문제로 다툰 일이 있었다고 스스로 진술했습니다. 사건 당일 면담한 경찰관도 가슴 주위에서 눈에 보이는 외상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멍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 멍이 의뢰인의 행위로 생겼다는 사실은 다른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현장 채증 영상과 수사보고서도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출동한 경찰관은 당시 외관상 폭행 흔적이 뚜렷하지 않다는 취지의 판단을 남겼고, 이러한 정황은 영상에서도 확인되었습니다. 저는 사건 직후 현장에서부터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있었다는 점을 기록에 근거해 제시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의뢰인 가족의 진술은 따로 검토했습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신빙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증언에는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알기 어려운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고, 현장에 남아 있던 상태 등 객관적 정황과도 맞았습니다. 검사는 신고 이후 상대방의 위치에 관한 진술이 엇갈린다는 점을 문제 삼았지만, 저는 채증 영상 속 장면을 근거로 오히려 가족의 진술이 실제 경과에 부합한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현장에 있던 사람의 진술을 배척할 수는 없다는 취지였습니다.
의뢰인 본인의 진술도 같은 기준으로 살폈습니다. 의뢰인은 사건 직후부터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고, 거짓말탐지기 조사에도 응했습니다. 사건 당일의 경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그 설명은 가족의 법정 진술과도 부합했습니다. 서로의 관계와 가족이 함께 있던 상황을 보면 공소사실과 같은 행동에 이를 동기를 찾기도 어려웠습니다.
최종 변론에서는 이러한 검토 결과를 하나로 모았습니다. 진술이 처음 나온 시점과 그 변화, 사진과 진단서의 불일치, 현장 경찰관의 판단, 목격자 진술의 구체성을 종합하여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는지 살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형사재판의 원칙을 변론의 마지막에 두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증거가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뿐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신고와 출동 당시에는 폭행만 수차례 주장하고 추행은 언급하지 않았던 점, 진술서와 진술조서의 내용이 다른 점, 피해 부위에 관한 진술이 사진·진단서와 일치하지 않는 점, 가슴 부위 상해가 다른 원인으로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옷의 상태 역시 다른 경위로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변론에서 제시한 의문들이 판결 이유에 하나씩 담긴 것입니다.
의뢰인의 진술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자연스러우며 가족의 법정 진술과도 부합한다고 보았습니다.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부분까지 가감 없이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의뢰인의 진술을 쉽사리 거짓으로 치부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이 사건 공소사실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무죄를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판결은 상대방이 겪었다고 말한 일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판단입니다. 저 역시 상대방의 진술을 허위라고 단정하기보다, 그 진술이 증명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기록에 근거해 보여드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성범죄 사건에서는 진술이 언제, 어떤 순서로 나왔는지부터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12 신고 내용, 출동 경찰관의 기록과 영상, 진술서와 조서, 사진과 진단서의 작성 시점을 나란히 놓고 보면 진술과 자료가 어디서 맞고 어디서 어긋나는지 드러납니다. 현장에 함께 있던 사람이 가족이나 지인이라 하더라도, 그 진술이 객관적 정황과 부합한다면 의미 있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상담에서도 저는 결과를 먼저 약속하기보다, 현재 기록에서 무엇이 확인되고 무엇이 비어 있는지부터 함께 살펴봅니다. 억울하다는 마음을 재판부가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쟁점으로 바꾸는 것이 변호인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 역시 기록 속의 어긋남을 하나씩 확인하고 그 법적 의미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무죄 판단에 이르렀습니다.
이 글은 제가 이전 법무법인에서 담당변호사로 수행한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당사자의 개인정보와 비밀 보호를 위해 장소·시점·인적 관계 및 세부 경위를 생략하거나 일반화하여 재구성했습니다. 법적 쟁점과 1심 판결 결과는 실제 내용에 따랐으며, 사건의 결과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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