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율승 최성문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등 혐의로 기소된 의뢰인을 변호하여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는 기록을 살펴보고 수사기관이 의뢰인을 범인으로 특정한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근거가 실제로 검증된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다퉜습니다.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의뢰인이 문제의 앱을 이용해 피해자와 영상통화를 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온라인에서 벌어진 범죄의 피의자로 지목되면,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어떻게 보여야 할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만난 적도, 대화를 나눈 기억도 없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제가 아닙니다"라는 말보다, 수사기관이 어떤 자료로 나를 특정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그 작업이 변론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영상통화 기능이 있는 소셜 앱에서 아동인 피해자에게 신체 노출을 요구해 그 모습을 저장하고, 이를 유포하겠다며 협박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적용된 죄명은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착취물제작·배포등), 같은 법 위반(성착취물소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촬영물등이용협박)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처음부터 그 앱을 사용한 적도, 피해자와 대화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사건에는 의뢰인에게 불리하게 읽힐 만한 자료도 있었습니다. 앱 운영업체는 피해자와 대화한 계정이 의뢰인의 휴대전화번호로 인증되었다고 회신했고, 업체 직원도 법정에서 같은 취지로 증언했습니다. 의뢰인이 압수 전에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도 있었고, 당시 휴대전화는 가족 명의로 개통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본 것은 그 번호로 인증된 계정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 계정을 실제로 의뢰인이 사용했다는 사실 사이의 간격이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의뢰인과 범행을 잇는 직접증거는 사실상 업체의 회신 이메일과 직원의 진술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회신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고 얼마나 정확한지가 재판의 핵심이었습니다.
저는 먼저 업체 회신의 내용을 하나씩 대조했습니다. 피해자 휴대전화의 캡처 화면에는 범행 당시 상대방의 대화명이 남아 있었는데, 업체가 회신할 무렵 의뢰인 번호로 가입된 계정은 전혀 다른 대화명을 쓰고 있었습니다. 범행 당시의 대화명을 쓰는 계정은 따로 존재했습니다. 흔히 쓰이는 단어가 아닌 대화명이었던 만큼, 그 다른 계정의 사용자가 실제 범인일 수 있다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업체 직원에 대한 증인신문에서도 같은 점을 확인했습니다. 직원은 서버 담당자가 그렇게 확인해 주었다는 답변을 반복했을 뿐, 의뢰인의 번호를 범인으로 특정한 기술적 과정이나 그 정확성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수사기관 역시 다른 계정의 대화명 변경 이력이나 사용자 정보를 확인하지 않은 채 기소에 이르렀습니다. 회신이 있다는 사실과 그 회신이 정확하다는 사실은 따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다음으로 의뢰인의 휴대전화 기록을 객관적인 자료로 정리했습니다. 의뢰인은 당시 새로 만든 계정으로 앱을 내려받아 사용하고 있었는데, 앱스토어 구매내역에는 문제의 앱을 설치한 기록이 없었습니다. 휴대폰 본인인증 내역에도 그 앱에 인증한 기록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구매내역을 촬영한 영상을 증거로 제출해 재판부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휴대전화 명의와 초기화 문제도 피하지 않고 설명했습니다. 명의가 가족으로 되어 있던 것은 휴대전화를 분실한 뒤 잠시 가족 명의로 개통했다가 다시 본인 명의로 바꾼 경위 때문이었고, 그 기간에도 휴대전화는 계속 의뢰인이 사용했습니다. 초기화에 대해서도 이 사건과 관계없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는 의뢰인의 설명을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설령 그 번호로 가입한 계정이 범행에 쓰였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의뢰인이 범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의뢰인은 그 무렵 PC방이나 식당에 휴대전화를 맡기거나 두고 나오는 등 휴대전화를 한동안 손에서 놓친 일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저는 그 사이 다른 사람이 번호를 이용해 인증을 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그것이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휴대전화에 앱 설치·인증 흔적이 전혀 없다는 객관적 사정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피해자의 진술도 살폈습니다. 피해자는 영상통화로 오랜 시간 상대방을 보았고, 상대방을 열네 살가량의 보통 체격으로 기억했습니다. 반면 의뢰인은 그보다 나이가 많고 체격도 건장했으며, 피해자는 범인식별절차에서 의뢰인을 범인으로 지목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피해자의 기억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이 오히려 의뢰인이 아닌 다른 사람을 가리키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최종 의견에서는 이러한 검토 결과를 하나로 모았습니다. 사실상 유일한 직접증거인 업체 회신은 기술적 정확성을 확인할 근거가 없는 반면, 앱 설치와 인증 기록의 부재, 범행 당시 대화명을 쓰던 다른 계정의 존재, 피해자의 범인 묘사와 식별 결과는 모두 의뢰인이 범인이라는 데 의문을 남긴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증 없이 IT 업체의 조회 결과만으로 유죄가 인정된다면 사이버 범죄 재판에서 법원의 판단이 업체의 회신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전했습니다.
그리고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형사재판의 원칙에 따라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법원은 휴대전화 초기화에 대해 의뢰인의 설명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고, 초기화했다는 사정은 막연한 의심을 불러일으킬 뿐 범행을 인정할 증거는 되지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의뢰인이 다른 계정으로 앱을 구매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 사실은 검사가 증명해야 하는데 제출된 증거는 가능성만 보여줄 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이 의뢰인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가려진 구입 항목까지 확인했지만 해당 앱의 구입 내역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업체 회신에 대해서는 의뢰인의 번호로 인증이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는 의뢰인이 영상통화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제3자가 기술적 방법으로 그 번호를 이용해 다른 기기로 인증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피해자가 말한 가해자의 인상착의가 의뢰인과 맞지 않고 범인식별절차에서도 의뢰인을 지목하지 못한 점도 판단에 담겼습니다. 변론에서 제시한 의문들이 판결 이유에 하나씩 담긴 것입니다. 결국 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무죄를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판결은 피해자가 겪은 피해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그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 의뢰인이라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판단입니다. 저 역시 피해 사실을 다투기보다, 범인 특정의 근거가 어디까지 검증되었는지를 기록에 근거해 보여드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온라인 앱이나 메신저를 통한 성범죄 사건에서는 업체 회신이나 가입 정보가 사실상 유일한 증거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사건이라면 그 회신이 언제, 어떤 기준으로 작성되었는지, 대화명과 계정 정보가 범행 당시와 일치하는지, 내 기기에 실제 설치·인증 기록이 있는지를 하나씩 확인해야 합니다. 앱스토어 구매내역이나 본인인증 내역처럼 스스로 확보할 수 있는 자료도 의미 있는 반박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상담에서도 저는 결과를 먼저 약속하기보다, 현재 기록에서 무엇이 확인되고 무엇이 비어 있는지부터 함께 살펴봅니다. 억울하다는 마음을 재판부가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쟁점으로 바꾸는 것이 변호인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 역시 범인 특정 과정의 빈틈을 하나씩 확인하고 그 법적 의미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무죄 판단에 이르렀습니다.
이 글은 제가 수행한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당사자의 개인정보와 비밀 보호를 위해 장소·시점·인적 관계 및 세부 경위를 생략하거나 일반화하여 재구성했습니다. 법적 쟁점과 판결 결과는 실제 내용에 따랐으며, 사건의 결과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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