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집행관, 계약기간이 정해진 전문직처럼 임기나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는 일을 하다가 사고로 숨진 경우, 유족은 "임기가 끝나면 어차피 그 소득은 사라지니 그때까지만 계산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보험사나 가해자 측에서 듣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실수입은 살아 있었다면 벌었을 소득을 가동연한까지 계산하는 것이어서, 임기가 끝난 뒤의 소득을 어떻게 볼지가 배상액을 크게 가릅니다. 법원은 임기 만료 뒤 곧바로 소득이 없어지거나 일용노동만 했을 것이라고 일률적으로 보지 않고, 그 사람이 임기 후 실제로 종사했을 가능성이 높은 직업의 소득을 기초로 삼습니다. 이 글에서는 임기가 정해진 직업인의 사망사고에서 일실수입이 어떤 구조로 계산되는지, 임기 후 직업의 소득을 인정받으려면 무엇을 입증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사망 일실수입의 계산 구조 — 소득, 가동연한, 생계비, 중간이자
사망사고에서 유족이 청구하는 재산상 손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일실수입입니다.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로 사람이 숨졌다면, 숨지지 않았다면 얻었을 장래 소득이 손해가 되고 이 청구권은 상속인이 승계합니다. 계산은 대체로 '사고 당시의 월 소득 × 가동연한까지의 기간에서 생계비를 공제한 뒤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현가 환산'의 순서로 이루어지며, 중간이자는 법정이율 연 5%(민법 제379조)를 전제로 한 호프만식 계수로 계산하는 것이 실무입니다.
핵심은 '무슨 소득을, 언제까지 기준으로 삼는가'입니다. 직장인처럼 정년까지 안정적인 급여가 보장되면 사고 당시 소득을 정년까지 곱하면 되지만, 임기가 있는 직업은 사고 당시 소득이 임기 동안에만 보장되고 그 이후는 전혀 다른 문제가 됩니다. 사고 당시 소득을 가동연한까지 그대로 연장할 수도 없고, 임기가 끝나는 날 소득이 0원이 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임기 후 구간을 어떻게 채울지가 이 유형 사건의 쟁점입니다.
기초 소득 — 사고 당시 실제 소득이 원칙이고, 소득 입증이 어려우면 통계소득(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 등)이나 노임단가를 보충적으로 적용.
가동연한 — 육체노동은 만 65세까지(대법원 2019. 2. 21. 선고 2018다248909 전원합의체 판결), 전문직은 직종별로 달리 판단.
생계비 공제 — 사망으로 지출하지 않게 된 본인 생계비를 소득에서 공제.
중간이자 공제 — 장래 소득을 한꺼번에 받는 데 따른 이자를 법정이율로 공제하여 현재가치로 환산.
일실수입은 사고 당시 소득을 단순히 곱하는 계산이 아니라, 가동연한까지 어느 구간에 어떤 소득을 적용할지를 정하는 작업이다.
임기제 직업의 소득 구조 — 임기 안과 임기 밖은 따로 본다
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처럼 선거로 임기가 정해지는 직업, 법령상 임기가 있는 집행관, 계약기간을 두고 일하는 임기제 공무원이나 프로선수 등은 소득의 연속성이 정년 직장인과 다릅니다. 이들의 소득은 임기 중에는 세비·보수·연봉처럼 비교적 명확하게 확인되지만, 임기가 끝나면 재선이나 재계약이 이루어질지, 다른 직업으로 옮겨 가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법원은 일실수입 기간을 '임기 중'과 '임기 만료 후'로 나누어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합니다.
임기 중 구간은 사고 당시 실제 보수가 기준이 됩니다. 연봉 계약서, 급여명세서, 원천징수영수증, 소득금액증명원으로 입증하면 비교적 다툼이 적은 구간입니다. 반면 임기 만료 후 구간은 보험사가 가장 크게 다투는 부분입니다. 가해자 측은 임기 후에는 소득이 없거나 최저 수준인 일용노동 소득만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같은 사망사고라도 배상액이 몇 배 차이 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만 52세의 집행관이 4년의 임기 중 사망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보더라도 임기 중 소득 구간은 4년 안팎이고, 나머지 8~9년 정도의 임기 후 구간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전체 일실수입의 대부분이 달라집니다. 이 임기 후 구간을 입증하는 일이 유족 측 소송의 중심이 됩니다.
대법원 1992. 7. 28. 선고 92다7269 판결 — 임기 후를 일용노동으로 일률 추정할 수 없다
이 쟁점의 기준이 되는 판결이 대법원 1992. 7. 28. 선고 92다7269 판결입니다. 이 사건에서 사망한 사람은 검찰서기관으로 오래 근무한 뒤 집달관(현재의 집행관)으로 일하던 중이었는데, 대법원은 임기가 정해진 직업에 종사하던 사람이 사고로 사망했다고 해서 임기 만료 후에는 일용노동에만 종사했을 것이라고 일률적으로 추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 대신 법원은 연령, 교육 정도, 종전 직업의 성질과 직업 경력, 유사하거나 다른 직종으로 전업할 가능성과 확률, 그 밖의 사회적·경제적 조건과 경험칙을 조사·심리해 임기 후 종사할 수 있는 직업과 소득을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약 27년 6개월의 공직 경력에 비추어 임기 종료 후 법무사 자격을 취득해 법무사로 일할 수 있다고 본 원심 판단이 인정되었습니다.
임기가 있는 직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임기 후를 일용노동으로 계산할 수 없고, 연령·경력·전업 가능성 등을 따져 임기 후 직업의 소득을 기초로 삼아야 한다.
임기 후 직업을 인정받는 기준 — 막연한 가능성이 아니라 개연성
판례가 임기 후 직업을 인정한다고 해서 유족이 "이 사람은 임기 후 변호사를 했을 것이다"라고 주장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실수입은 장래에 대한 추정이지만, 법원은 그 직업으로 옮겨 갔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지를 종전 경력과 객관적 자료로 판단합니다. 위 판결에서도 당시의 법무사법 제4조 제1항 제1호처럼 그 직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고, 본인의 경력이 그 자격 취득 요건에 맞았다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그래서 입증은 '법령상 그 직업에 진출할 길이 열려 있었는지'와 '본인이 실제로 그 길을 밟을 사정이 있었는지'로 나누어 준비합니다. 후자는 자격증·학위·경력증명서, 임기 후 계획을 보여주는 개업 준비 자료, 동료나 소속 단체의 진술, 같은 직종에서 임기 후 같은 경로를 택한 사례 비율 등이 뒷받침이 됩니다. 반대로 경력과 전혀 무관한 직업을 내세우거나 자격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한 직업이라면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법령상 진출 가능성 — 자격 요건, 경력 특례, 시험 면제 등 제도상 길이 열려 있는지.
개인 사정 — 연령, 학력, 자격증, 직업 경력이 그 직업과 연결되는지.
객관적 계획 — 개업 준비, 사무실 계약, 자격 취득 준비 등 실행 흔적.
통계적 개연성 — 같은 직종 퇴직자 중 해당 경로로 옮긴 비율.
임기 후 직업의 가동연한 — 직업마다 다르게 본다
임기 후 직업이 인정되면 그다음 문제는 그 직업을 몇 살까지 할 수 있었는가입니다. 앞의 판결에서 법원은 법무사의 가동연한을 만 70세로 본 원심을 수긍했는데, 그 판단 근거는 망인이 소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방법무사회 개업 법무사의 연령별 분포, 법무사 업무의 성질과 내용, 망인의 연령과 기대여명이었습니다. 즉 가동연한은 일률적인 숫자가 아니라 해당 직업의 실제 종사 현황을 근거로 직업별로 정해집니다.
이 점은 대법원이 2019. 2. 21. 선고 2018다248909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상향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전원합의체 판결은 일반 육체노동에 관한 기준이고, 변호사·법무사·세무사 같은 전문직은 개업자의 연령 분포와 업무 성질에 따라 65세를 넘는 가동연한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임기 후 직업이 전문직이라면 가동연한이 길어지는 만큼 임기 후 구간의 비중이 더 커지고, 전체 배상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집니다.
가동연한을 다툴 때는 해당 직종 단체의 회원 연령 통계, 협회 현황 자료, 같은 직종에서 고령까지 개업하고 있는 비율 등이 유용합니다. 가해자 측도 보통 법원에 '해당 직종의 평균 은퇴 연령' 자료를 내므로, 유족 측이 같은 수준의 객관적 자료를 갖추지 못하면 짧은 가동연한으로 정리될 위험이 있습니다.
임기 후 소득의 산정 — 통계소득과 실제 소득 자료 활용
임기 후 직업과 가동연한이 정해져도, 그 직업에서 얼마를 벌었을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일이 남습니다. 임기 후 직업은 아직 일해본 적이 없는 직업이므로 사고 당시 소득과 같은 실제 자료는 없습니다. 이럴 때 법원은 같은 직종·경력·연령대의 평균 소득, 즉 통계 자료나 직종별 소득 조사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장래 소득을 추정합니다. 이때 평균 소득을 그대로 적용할지, 망인의 경력과 임기 중 소득 수준을 고려해 높이거나 낮출지는 재판부가 사안별로 판단합니다.
유족 측이 준비할 수 있는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같은 직종 종사자의 소득 신고 통계(국세청 통계, 직능 단체의 소득 조사), 망인의 임기 중 소득과 경력 수준을 보여주는 증빙, 같은 임기제 직업에서 임기 후 같은 직업으로 옮긴 선배·동료의 실제 소득 사례 등입니다. 반대로 가해자 측은 임기 후 직업에서 평균에 미달하는 소득이 나왔을 것이라는 점이나 경쟁이 치열해 개업 초기 소득이 낮았을 것이라는 점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에 대한 반박 자료도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또한 임기 중 소득이 오히려 임기 후 직업의 평균 소득보다 높은 경우에는 어느 쪽을 적용할지 쟁점이 됩니다. 임기 중에는 실제 보수를 적용하되, 임기 후 구간에는 해당 직업의 소득을 적용하는 것이 기본 구조입니다. 임기 후 소득이 임기 중 보수보다 낮게 산정되더라도, 일용노동 기준과 비교하면 대체로 유족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밖의 쟁점 — 과실상계, 위자료, 연금 공제, 소멸시효
일실수입이 확정되더라도 최종 배상액은 몇 가지 단계를 더 거칩니다. 먼저 피해자에게도 사고에 책임이 있으면 민법 제763조가 준용하는 제396조의 과실상계로 그 비율만큼 배상액이 줄어듭니다. 피해자의 과실 비율이 분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사건에서는 일실수입 산정과 별개로 이 비율이 최종 금액을 좌우합니다.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민법 제751조, 제752조에 따라 별도로 인정됩니다.
공무원이나 집행관처럼 연금을 받던 사람이 사망한 경우에는 이중 이득을 막기 위해 유족이 받는 유족연금을 손해액에서 공제합니다. 앞의 92다7269 판결은 공제할 유족연금을 퇴직연금액의 100분의 70으로 보고, 생계비를 뺀 금액의 70%가 아니라 퇴직연금액 전체의 70%를 공제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임기제 공직자의 사망사고에서는 일실퇴직연금과 공제 항목까지 같이 따져야 합니다.
손해배상 청구권에는 시효가 있습니다. 민법 제766조에 따라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습니다. 사망사고에서는 형사재판이 먼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민사 청구를 미루는 사이 시효가 지나는 일이 없도록, 사고일과 가해자를 안 시점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기가 끝나면 소득이 없어지니 임기까지만 일실수입을 계산하는 것 아닌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 1992. 7. 28. 선고 92다7269 판결은 임기가 정해진 직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임기 후를 일용노동으로 일률 추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연령·경력·전업 가능성 등을 따져 임기 후 종사했을 직업의 소득을 기초로 삼아야 합니다.
Q. 임기 후에 하겠다고 주장하는 직업이면 아무 직업이나 인정되나요?
A. 아닙니다. 법령상 그 직업으로 진출할 길이 있어야 하고, 망인의 경력·자격·연령이 그 직업과 연결되어야 합니다. 개업 준비나 자격 취득 준비 같은 객관적 자료가 있으면 개연성 입증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Q. 임기 후 직업의 가동연한은 몇 살로 보나요?
A. 직업마다 다릅니다. 육체노동은 대법원 2018다248909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만 65세가 기준이지만, 법무사는 92다7269 판결에서 개업 법무사의 연령 분포 등을 근거로 만 70세까지 인정되었습니다. 해당 직종 단체의 연령 통계가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Q. 임기 후 직업의 소득은 어떻게 구하나요?
A. 실제 소득 자료가 없으므로 같은 직종·경력·연령대의 통계소득을 기초로 추정합니다. 망인의 임기 중 소득과 경력, 같은 경로로 옮긴 동료의 실제 소득 사례를 보태 평균 대비 높고 낮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Q.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A. 민법 제763조가 준용하는 제396조에 따라 과실상계가 되어 피해자의 과실 비율만큼 배상액이 줄어듭니다. 일실수입이 크게 인정되더라도 과실 비율에 따라 최종 금액이 달라지므로 사고 경위 자료를 함께 확보해야 합니다.
Q. 소송은 언제까지 제기해야 하나요?
A.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일부터 10년이 기간입니다. 형사재판이 길어져도 민사 시효는 따로 진행되므로 사고 직후부터 시효 기산 시점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임기가 정해진 직업인의 사망사고에서 일실수입은 임기 중 구간과 임기 후 구간을 나누어 계산하며, 배상액을 가르는 것은 대부분 임기 후 구간입니다. 대법원은 임기 후를 일용노동으로 일률 추정할 수 없다고 보고, 연령·경력·전업 가능성을 따져 임기 후 종사했을 직업의 소득을 기초로 삼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직업으로 옮겨 갔을 개연성, 가동연한, 장래 소득 수준은 모두 유족 측이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임기 후 구간이 어떻게 산정되느냐에 따라 최종 금액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보험사의 합의안을 받아들이기 전에 산정 구조부터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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