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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자보호명령, 이혼소송 없이 퇴거·100미터 접근금지 청구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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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자보호명령, 이혼소송 없이 퇴거·100미터 접근금지 청구하는 법 

강대현 변호사

가정폭력을 겪고 있지만 당장 이혼소송을 낼 형편이 아니거나, 이혼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아무 조치도 못 하고 같은 집에서 버티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정폭력처벌법은 이혼소송이나 형사고소와 별개로, 피해자가 가정법원에 직접 청구해 가해자를 집에서 내보내고 접근을 막을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소송의 승패와 무관하게 '지금의 안전'을 법원 결정으로 확보하는 장치입니다. 이 글에서는 누가 어떤 요건으로 청구하는지, 어떤 내용의 명령이 가능한지, 심리 중에는 어떻게 보호받는지, 명령을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를 차례로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피해자보호명령이란 — 이혼소송과 별개로 가정법원에 직접 청구하는 제도

피해자보호명령의 근거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5조의2입니다. 판사는 피해자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피해자, 그 법정대리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따라 결정으로 가정폭력행위자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조문 어디에도 '이혼소송이 계속 중일 것'이나 '형사처벌이 진행 중일 것'이라는 전제는 없습니다. 그래서 혼인관계를 유지한 채로도, 이혼 의사가 아직 없어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이 민사 절차와 다릅니다. 이혼소송에 딸린 임시 조치는 본안 소송이 있어야 신청할 수 있지만, 피해자보호명령은 그 자체가 독립한 사건입니다. 경찰이 현장에서 하는 응급조치나 검사가 청구하는 임시조치(제29조)는 형사·보호사건 절차를 타고 움직이는 반면, 피해자보호명령은 피해자가 직접 서류를 내고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습니다. 가정폭력범죄가 신고되어 가정보호사건이 열려 있다면 법원은 두 사건을 제55조의6에 따라 병합해 심리할 수도 있습니다.

피해자보호명령은 이혼소송이나 형사절차의 부속물이 아니라, 피해자가 가정법원에 단독으로 청구할 수 있는 독립 사건이다.

청구할 수 있는 사람과 요건 — 가정구성원 관계와 보호 필요성

청구인은 가정폭력의 피해자 본인이 기본이고,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거나 행위능력에 제한이 있다면 법정대리인이 청구할 수 있고, 검사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은 같은 법 제2조가 정하는 '가정구성원' 사이의 가정폭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입니다. 배우자(사실혼 포함), 자기 또는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관계에 있는 사람, 동거하는 친족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혼한 전 배우자도 과거 가정구성원이었던 관계로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이혼 후 스토킹 성격의 접근이 계속되는 경우에도 문을 두드릴 수 있습니다.

실질 요건은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폭행·상해·협박·모욕·강요 같은 가정폭력범죄가 있었다는 점이 소명되어야 합니다. 신체적 폭행뿐 아니라 반복되는 폭언·협박, 생활비 차단을 동반한 강요도 사안에 따라 포함됩니다. 둘째, 명령이 없으면 재범이나 보복의 위험이 있어 피해자 보호에 필요하다고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에 한 차례 다툰 정도로는 부족하고, 폭력이 반복됐는지, 최근 접근이나 위협이 있었는지, 흉기 사용이나 자녀 동반 여부 같은 위험 징후가 판단 자료가 됩니다.

  • 청구권자 — 피해자 본인, 법정대리인, 검사.

  • 상대방 — 가정구성원 관계에 있는 가정폭력행위자(사실혼 배우자, 직계존비속, 동거친족 등).

  • 소명 대상 — 가정폭력범죄의 존재와 재범·보복 우려.

  • 이혼소송·고소·가정보호사건 — 청구의 전제조건이 아님.

퇴거와 100미터 접근금지 — 어떤 명령까지 받을 수 있는가

제55조의2 제1항이 정하는 명령은 다섯 가지입니다.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의 주거나 점유하는 방실로부터의 퇴거 등 격리, 피해자나 가정구성원 또는 그 주거·직장 등에서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친권자인 가해자의 친권행사 제한, 면접교섭권행사 제한입니다. 제2항에 따라 이 명령들은 병과할 수 있어서, 한 번의 청구로 퇴거와 접근금지, 전화·문자·SNS 연락 금지를 함께 받는 것이 가능합니다.

퇴거 명령은 집의 소유자가 가해자이거나 공동명의인 경우에도 내려질 수 있습니다. 법원이 보는 것은 소유권이 아니라 지금 누가 안전하게 그 공간에 머물러야 하는지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퇴거는 상대방의 주거 자유를 크게 제약하므로, 폭력의 심각성과 반복성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직장 100미터 접근금지는 피해자가 일하는 곳에 가해자가 찾아와 소란을 피우는 유형에서, 전기통신 접근금지는 야간 반복 전화나 메신저 협박이 이어지는 유형에서 특히 실효성이 있습니다. 자녀 문제는 친권·면접교섭 제한으로 대응하는데, 아이 인도를 빌미로 접촉을 시도하는 경우를 차단하려는 취지입니다.

퇴거·접근금지·연락금지는 한 번의 청구로 병과할 수 있으므로, 실제 위험 양상에 맞춰 필요한 명령을 모두 구체적으로 적어 청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청구서 작성과 소명자료 — 법원이 믿을 수 있게 입증하는 방법

청구는 관할 가정법원에 서면 또는 말로 할 수 있습니다(가정보호심판규칙 제69조 제1항). 청구서에는 청구취지(예: 상대방은 피해자의 주거에서 퇴거하고, 피해자 및 주거·직장에서 100미터 이내에 접근하거나 전화·문자로 연락해서는 안 된다)와 청구원인(폭력의 일시·장소·경위, 재범 위험)을 적고, 소명자료를 붙입니다. 접근금지 범위를 구체적 주소로 특정해 두면 위반 여부가 분명해지고 집행이 쉬워집니다.

소명자료로 많이 쓰이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12 신고 이력과 사건사고 사실확인원, 상해 부위 사진과 진단서, 폭언·협박이 담긴 녹음파일과 문자·메신저 캡처, 이웃의 진술서, 상담소·보호시설의 상담확인서입니다. 증거가 부족하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단계는 확정적 입증이 아니라 법원이 위험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소명이면 충분하고, 법원은 필요하면 조사관을 통해 사실관계를 직접 조사합니다. 다만 진술이 일관되지 않거나 시기별로 어긋나면 신빙성이 떨어지므로, 청구서에는 날짜순으로 사건을 정리해 쓰는 편이 좋습니다.

  • 신고 기록 — 112 신고, 사건사고 사실확인원, 응급조치 이력.

  • 상해 자료 — 진단서, 상처 사진(촬영일 확인 가능하게).

  • 협박·폭언 자료 — 녹음, 문자·메신저 원본 캡처.

  • 제3자 자료 — 목격자 진술서, 상담소·보호시설 확인서.

임시보호명령 — 결정이 나오기 전의 공백을 메우는 장치

피해자보호명령이 결정되기까지는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심리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사이의 위험을 막기 위해 제55조의4는 피해자보호명령 청구가 있는 경우 판사가 피해자 보호에 필요하다고 보면 결정으로 같은 내용의 임시보호명령을 할 수 있게 합니다. 임시보호명령의 기간은 피해자보호명령 결정 시까지이며, 판사가 필요하다고 보면 기간을 제한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위험이 급박하다면 청구서에 임시보호명령도 함께 구하고, 급박성을 뒷받침하는 사정(최근 폭행 일시, 보복 협박 내용, 가해자가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는 점 등)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임시보호명령은 본안 심리 전에 내려질 수 있기 때문에 청구 직후 신속히 판단받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피해자의 안전이 걸린 사안이므로, 가해자에게 청구 사실이 알려져 격앙될 위험이 크다면 거처 마련이나 신변보호 상담을 병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명령의 기간과 연장 — 1년, 2개월 단위 연장, 최대 3년

피해자보호명령의 기간은 제55조의3에 따라 1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기간이 끝나도 보호 필요성이 남아 있다면 직권이나 피해자, 법정대리인, 검사의 청구로 2개월 단위로 연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연장하거나 명령의 종류를 변경할 때 종전 처분기간을 합산해 3년을 초과할 수 없다는 상한이 있습니다.

피해자는 명령의 취소나 종류 변경도 신청할 수 있으므로(제55조의2 제3항), 상황이 변하면 조정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퇴거만 받았다가 가해자가 직장 앞에서 서성이는 일이 생기면 직장 접근금지를 추가하는 식입니다. 실무에서는 명령 종료가 가까워질 때쯤 연장 청구를 놓쳐 공백이 생기는 일이 있으므로, 만료일 이전에 연장 청구 시점을 미리 잡아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명령을 어기면 —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

피해자보호명령이나 임시보호명령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은 가정폭력행위자는 제63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해집니다. 상습적으로 위반하면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또한 법원은 제55조의5에 따라 조사관 등으로 하여금 이행실태를 수시로 조사하게 할 수 있고, 불이행 사실을 검사에게 통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명령을 받은 뒤 가해자가 접근하거나 연락하면 즉시 112에 신고하고, 방문 일시·행동·통화 내역을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이 기록은 처벌 근거가 될 뿐 아니라 연장 청구나 추가 명령 청구의 소명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연락에 응해 만나는 일이 반복되면 법원이 보호 필요성을 낮게 볼 수 있어, 연락이 오더라도 응하지 않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혼소송을 제기하지 않아도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가정폭력처벌법 제55조의2는 피해자, 법정대리인, 검사의 청구만 요건으로 하고 이혼소송 계속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혼인을 유지한 상태에서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가해자 소유의 집에서도 퇴거 명령이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법원은 소유권이 아니라 피해자의 안전을 위해 누가 그 주거에 머물러야 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다만 폭력의 반복성과 재범 위험이 소명되어야 합니다.

Q. 증거가 진단서나 녹음 하나뿐이어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청구는 가능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완전한 입증이 아니라 위험을 인정할 정도의 소명이면 되고, 법원이 조사관을 통해 사실관계를 조사하기도 합니다. 다만 진술과 자료가 서로 맞아야 설득력이 높아집니다.

Q. 결정이 나오기 전에 급하게 보호받을 수 있나요?

A. 임시보호명령(제55조의4)을 함께 구하면 됩니다. 판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피해자보호명령 결정 전에도 퇴거나 접근금지를 내릴 수 있으므로, 급박한 사정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Q. 명령은 얼마나 유지되고 연장할 수 있나요?

A. 한 번에 1년을 넘을 수 없고, 필요하면 2개월 단위로 연장할 수 있습니다. 연장과 종류 변경을 합산해 3년을 넘길 수는 없습니다.

Q. 가해자가 명령을 무시하고 찾아오면 어떻게 되나요?

A. 명령 불이행은 제63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로 처벌됩니다. 즉시 112에 신고하고 접근 일시와 행동을 기록해 두면 처벌과 후속 청구에 모두 쓰입니다.

맺음말

피해자보호명령은 이혼이나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도 '지금 이 순간의 안전'을 법원 결정으로 확보하게 해주는 제도입니다. 퇴거, 100미터 접근금지, 전기통신 접근금지, 친권·면접교섭 제한을 병과할 수 있고, 급박한 경우 임시보호명령으로 결정 전 공백까지 메울 수 있습니다.

핵심은 폭력의 경위를 날짜순으로 정리하고, 신고 기록·진단서·녹음 같은 자료로 재범 위험을 소명하는 일입니다. 명령 기간과 연장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며, 위반 시 형사처벌이 따르므로 불이행이 있으면 바로 기록하고 신고하시길 권합니다. 청구서 작성이 막막하다면 전문가와 상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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