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이 내려졌는데도 총회를 열어 새 대표를 뽑으면 분쟁이 정리될 것이라 생각하는 단체가 적지 않습니다. 반대로 가처분을 당한 쪽에서는 "총회가 새로 선출했으니 이제 대표권은 우리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은행 거래와 계약 체결에 나서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처분은 총회의 다수결과 별개로 작동하는 법원의 임시 명령이어서, 그 효력이 살아 있는 동안은 총회 결의로 우회할 수 없습니다. 이 글에서는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의 효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가처분 중 이루어진 새 대표 선출과 그 대표의 행위가 어떻게 평가되는지, 그리고 가처분을 당했을 때 어떤 절차로 다퉈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 본안 판결 전에 대표권을 임시로 멈추는 제도
법인이나 단체의 대표 선임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보통 총회결의 무효확인이나 이사 지위 부존재확인 같은 본안소송을 냅니다. 그러나 본안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1~2년이 걸리기도 하고, 그 사이 대표가 자금을 집행하거나 재산을 처분해 버리면 나중에 승소해도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이 공백을 메우는 장치가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의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이고, 대표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이 그 대표적인 유형입니다.
이 가처분은 다툼이 있는 권리관계에서 "계속하는 권리관계에 끼칠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하여" 필요할 때 발령됩니다. 법원은 신청인이 주장하는 피보전권리(예: 선임 결의의 무효 사유)가 소명되는지, 그리고 본안 확정까지 직무를 그대로 두면 법인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기는지(보전의 필요성)를 함께 봅니다.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는 대표"라는 이유로는 인용되지 않고, 소집절차의 중대한 위반이나 정족수 미달처럼 결의 하자가 구체적으로 소명되어야 합니다.
결정이 내려지면 해당 대표는 법인의 직무를 집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법원은 필요에 따라 변호사 등을 직무대행자로 선임하여 법인의 운영이 멈추지 않게 합니다.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은 본안 판결 전에 대표권을 임시로 멈추는 법원의 명령이며, 총회의 의사와 관계없이 효력이 유지된다.
가처분이 살아 있는 동안 — 대표권이 되살아나지 않는 이유
가처분의 효력은 법원이 그 가처분을 취소하거나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계속됩니다. 단체 내부의 사정이 바뀌었다는 사실만으로는 효력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정지된 대표가 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았다 하더라도, 대법원은 재개발조합 이사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사안에서 사정변경 등에 의한 보전취소의 재판이 있어야 비로소 가처분이 효력을 잃는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4다13694 판결). 총회의 재신임은 가처분의 취소 사유를 주장할 자료가 될 수는 있어도, 그 자체로 가처분을 무력화하지는 못합니다.
왜 이렇게 보아야 하는지는 가처분의 성격에서 나옵니다. 직무집행정지의 핵심은 "누가 정당한 대표인가"라는 다툼이 정리될 때까지 법원이 임시로 질서를 잡아두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정지당한 쪽이 다수 구성원을 규합해 새로 결의하면 그 즉시 가처분이 무의미해집니다. 사법적 판단이 다수결로 뒤집히는 결과를 허용하면 보전처분 제도 자체가 성립할 수 없습니다.
이 법리는 '새 대표'를 정지된 본인이 아닌 제3자로 선출하는 경우에도 이어집니다. 가처분이 금지한 것은 특정인의 직함이 아니라 그가 가진 직무 집행이고, 가처분 중 총회에서 선출된 새 대표의 지위가 어떻게 평가되는지는 아래에서 구분해 살펴보겠습니다.
가처분 중 총회에서 새 대표를 뽑은 경우 — 결의의 효력은 어떻게 판단되나
가처분 중 열린 총회의 결의를 평가할 때 법원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누가 총회를 소집했는가입니다. 정지된 대표나 그가 주도하는 이사회가 소집한 총회라면 소집권한 없는 자가 소집한 총회로서 중대한 절차 하자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앞서 본 대법원 2004다13694 판결은 직무집행이 정지된 이사들이 참석한 이사회 결의를 거쳐 소집된 총회의 결의는 정관에 위배한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둘째로 보는 것은 총회 소집 경위에서 정지된 자가 어떤 역할을 했는가입니다. 정지된 대표가 소집통지서를 발송했거나 안건을 정했다면, 새 대표 선출 결의가 형식적으로 다수 찬성을 얻었더라도 무효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관에 따라 정당한 소집권자(예: 감사나 소수 사원의 법원 허가를 받은 소집)가 직무대행자와 협의해 소집한 총회라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이 경우 새 대표 선출이 가처분 위반이 아니라 오히려 분쟁을 정상적으로 정리하는 절차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가정 예시로 보겠습니다. 어떤 사단법인의 이사장 A에 대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이 내려졌고 변호사 B가 직무대행자로 선임됐는데, A가 이사회를 열어 총회 소집을 의결하고 그 총회에서 A의 측근 C가 이사장으로 선출됐습니다. 이때 C는 선출 절차 자체가 가처분으로 직무가 정지된 자의 관여에 의존하고 있어 대표권을 인정받기 어렵고, C 명의로 이루어진 계약과 등기 신청은 상대방과 등기소에서 문제가 됩니다.
소집권자 — 정지된 대표나 그가 주도한 이사회가 소집했는지, 정관상 정당한 소집권자인지.
관여 정도 — 정지된 자가 통지·안건 확정·의장 진행에 어떻게 관여했는지.
직무대행자와의 관계 — 직무대행자에게 통지하고 협의했는지, 법원 허가가 있었는지.
결의 내용 — 새 대표 선출이 가처분의 취지를 우회하는 것인지, 별개의 정당한 의사결정인지.
가처분 중 총회 결의가 유효한지는 결의의 다수결 여부가 아니라 정당한 소집권자가 정관과 직무대행자의 지위를 존중하며 소집했는지로 판단된다.
직무대행자의 권한 — 통상사무만 가능하고 그 밖은 법원 허가가 필요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에서 법인의 운영을 맡는 것은 새로 뽑힌 대표가 아니라 법원이 선임한 직무대행자입니다. 민법 제60조의2 제1항은 직무대행자가 가처분명령에 다른 정함이 있는 경우 외에는 법인의 통상사무에 속하지 않는 행위를 하지 못하고, 법원의 허가를 얻으면 가능하다고 정합니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상법 제407조·제408조가 같은 구조로 직무대행자의 권한을 제한합니다.
통상사무란 법인이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업무로서 법인의 목적 범위 안에서 정해진 업무를 계속 수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직원 급여 지급, 공과금 납부, 기존 계약에 따른 정산, 정기 운영비 집행이 이에 해당합니다. 반면 정관 변경, 부동산 처분, 대규모 차입, 임원 해임, 신규 사업 개시, 총회 소집처럼 법인의 지위나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행위는 통상사무를 넘는 것으로 보아 법원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이 구조가 총회에 갖는 의미는 큽니다. 새 대표를 뽑는 총회는 임원의 지위를 바꾸는 행위이므로, 직무대행자가 소집하려면 통상사무 범위를 넘는지 검토하고 필요하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실무상 가장 안전한 경로는 직무대행자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총회를 소집하고, 그 총회에서 대표를 새로 선출하는 방식입니다.
가처분 위반 행위의 효력 — 제3자에게도 무효, 등기 전 선의의 제3자만 예외
정지된 대표나 그가 내세운 새 대표가 가처분을 어기고 계약을 체결하면, 그 효력은 일차적으로 법인과 행위자 사이에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표권 없는 자의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거래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가처분 사실을 알 길이 마땅치 않습니다. 대법원은 이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에 반한 행위는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무효이고, 다만 가처분을 등기하지 않으면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봅니다(대법원 2013다39551 판결, 상법 제37조 제1항). 민법상 법인의 등기사항도 민법 제54조 제1항에 따라 등기 후가 아니면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합니다. 민법 제60조의2 제2항은 이와 별개로, 직무대행자가 권한 범위를 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법인은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선의란 가처분 사실이나 권한 제한 사실을 알지 못한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가처분 결정이 민법 제52조의2에 따라 주사무소 소재지 등기소에 등기되어 있는지가 선의 판단에서 중요해집니다. 등기부에 직무집행정지와 직무대행자 선임이 기재되어 있었다면 상대방이 등기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통상 선의로 보호받기 어려운 사정으로 평가됩니다. 반대로 등기가 되지 않은 사이에 거래했다면 상대방이 보호받을 여지가 커지고, 법인은 그 책임을 지게 됩니다.
그래서 가처분 신청인 입장에서는 결정을 받자마자 등기 촉탁을 마쳐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등기가 지연되는 사이에 정지된 대표가 법인 명의로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대출 약정을 체결하면, 나중에 가처분 위반을 주장해도 선의의 상대방에게 대항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거래 상대방이라면 계약 전에 법인 등기사항증명서에서 직무집행정지 기재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가처분을 다투는 길 — 이의신청·제소명령·사정변경 취소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받은 쪽에서 취할 수 있는 주된 절차는 세 가지이고, 여기에 특별사정에 의한 취소(민사집행법 제307조)가 더 있습니다. 첫째, 민사집행법 제301조·제283조에 따른 이의신청입니다. 가처분 결정 자체에 피보전권리나 보전의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를 밝혀 취소나 변경을 구하는 절차이고, 이의신청만으로 집행이 정지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이의신청 중에도 대표 직무는 계속 정지된 상태로 유지됩니다.
둘째, 민사집행법 제287조의 제소명령입니다. 가처분이 본안소송을 전제로 한 임시 조치이므로, 채무자는 신청인에게 상당한 기간(2주 이상) 안에 본안소송을 제기하고 그 서류를 제출하도록 명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신청인이 기간 안에 서류를 내지 않으면 법원은 채무자의 신청에 따라 가처분을 취소해야 합니다.
셋째, 제288조에 따른 사정변경 등에 의한 취소입니다. 가처분의 이유가 소멸되었거나 사정이 바뀐 경우 신청합니다. 예를 들어 하자 있는 결의를 적법한 절차의 총회에서 새로 추인·재결의했다거나, 본안에서 선임 결의가 유효하다고 확정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정지된 대표가 재신임을 얻었다면 그 결의를 자료로 제출하되, 이는 가처분이 자동으로 풀리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취소 결정을 해야 풀린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의신청 — 가처분 결정 자체의 위법·부당을 다투는 절차이며 집행정지 효력은 없음.
제소명령 — 본안소송을 제기하도록 신청인에게 2주 이상 기간을 정해 명하게 하고, 불이행 시 취소.
사정변경 취소 — 가처분 이유 소멸이나 사정 변경을 입증해 취소를 구하는 절차.
특별사정 취소 — 법원이 정한 담보를 제공하고 가처분 취소를 구하는 방법(민사집행법 제307조).
정당한 새 대표를 세우는 순서 — 가처분 중 분쟁을 정리하는 실무 경로
가처분이 걸린 상태에서 법인의 의사결정을 정상화하려면 순서를 지켜야 합니다. 먼저 가처분 결정문을 확인해 직무대행자의 권한 범위에 '총회 소집'이 포함되어 있는지 봅니다.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직무대행자가 법원에 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합니다. 허가가 나면 정관에 정한 소집 절차를 그대로 밟습니다. 소집통지 기간, 통지 방법, 안건 기재, 의결정족수를 모두 지켜야 하며, 정지된 대표가 의장이나 소집자로 나서서는 안 됩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결의 결과의 사후 처리입니다. 새 대표가 선출됐다고 해서 곧바로 대표권 행사가 가능한 것이 아니라,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이 해소되는 시점을 확인해야 합니다. 본안에서 정지된 대표의 선임이 유효하다고 확정되면 가처분이 취소되고 정지가 풀립니다. 반대로 선임이 무효로 확정되면 새로 선출된 대표가 대표권을 얻게 됩니다. 가처분이 풀리거나 직무대행 종료가 확인되기 전에 새 대표가 거래를 하면 상대방과의 사이에 분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증거 정리도 같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총회 소집통지서와 발송 증빙, 참석자 명부, 의사록, 직무대행자에게 보낸 통지와 협의 기록, 법원 허가 결정문이 이후 결의무효확인 소송이나 가처분 이의 절차에서 핵심 자료가 됩니다. 이 자료가 없으면 결의가 형식상 유효했더라도 입증이 어려워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중 총회에서 새 대표를 선출하면 바로 대표가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정지된 대표나 그가 주도하는 이사회가 소집한 총회라면 소집권한 없는 자의 소집으로 결의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정당한 소집권자가 직무대행자와 협의해 법원 허가 아래 소집했다면 결의 자체는 유효하게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Q. 정지된 대표가 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으면 가처분이 풀리나요?
A. 자동으로 풀리지 않습니다. 가처분은 법원의 보전취소 결정이 있어야 효력을 잃습니다. 재신임 결의는 사정변경 취소 신청의 자료가 될 수는 있지만, 취소 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직무 집행이 계속 정지됩니다.
Q. 가처분을 위반한 대표와 거래한 상대방은 보호받나요?
A. 가처분에 반한 행위는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무효입니다(대법원 2013다39551 판결). 다만 가처분이 등기되기 전이라면 민법 제54조 제1항, 상법 제37조 제1항에 따라 거래 상대방에게 가처분으로 대항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가처분이 등기되어 있다면 상대방이 확인하지 않은 점이 선의 판단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거래 전 등기사항증명서 확인이 중요합니다.
Q. 직무대행자는 어떤 일까지 할 수 있나요?
A. 가처분명령에 다른 정함이 없다면 법인의 통상사무에 속하는 행위만 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처분, 정관 변경, 임원 해임, 총회 소집처럼 통상사무를 넘는 행위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 없이 한 행위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Q. 가처분을 받았는데 억울하면 어떻게 다투나요?
A. 이의신청으로 결정 자체를 다투거나, 제소명령으로 신청인에게 본안소송을 제기하도록 압박하거나, 사정변경 취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의신청만으로 집행이 정지되지는 않아 직무는 계속 정지된 상태로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Q. 가처분 중 새 대표가 은행 업무를 보면 어떻게 되나요?
A. 금융기관은 보통 등기사항증명서를 확인하므로 직무집행정지 기재가 있다면 거래가 거절됩니다. 이를 우회해 거래가 이루어지더라도 대표권 없는 자의 행위로서 이후 효력 다툼과 책임 문제가 남습니다.
맺음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은 본안 판결 전에 대표권을 임시로 멈추는 법원의 명령이어서, 총회의 다수결이나 재신임으로 우회할 수 없습니다. 가처분 중 정지된 자가 관여해 새 대표를 뽑은 결의는 소집권한과 절차의 하자로 무효가 될 수 있고, 법인의 운영은 직무대행자가 통상사무 범위 안에서 맡습니다. 거래 상대방 보호는 선의 여부와 가처분 등기 여부에 따라 갈린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분쟁을 정리하려면 가처분 결정문의 내용을 정확히 읽고, 직무대행자와 협의해 법원 허가를 받은 총회에서 절차를 밟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가처분 당사자라면 이의신청·제소명령·사정변경 취소 중 어느 경로가 사안에 맞는지를 일찍 가려야 합니다. 특히 수원지방법원 관할의 법인 분쟁이라면 가처분 결정과 등기 상황을 먼저 확인한 뒤 다음 절차를 정하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