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을 받고 돌아온 날부터 배가 찢어질 듯 아프고 열까지 나는데, 병원에서는 가스 때문이라며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다가 며칠 뒤에야 천공과 복막염이 확인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내시경 중 장 천공은 시술 자체의 합병증으로 드물게 발생할 수 있어 천공 사실만으로 곧바로 과실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천공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는데도 영상검사를 미루거나 응급 처치 시기를 놓쳤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대장내시경 후 진단 지연이 어떤 경우에 의료과실로 평가되는지, 그리고 손해배상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대장내시경 천공 — 합병증과 과실은 구별해야 합니다
대장내시경에서 장 천공은 크게 두 경로로 생깁니다. 하나는 내시경이 굴곡부를 지나며 장벽을 직접 찢거나 뚫는 기계적 천공이고, 다른 하나는 용종을 절제하면서 쓰는 전기소작으로 장벽이 손상된 뒤 시간이 지나 구멍이 나는 지연 천공입니다. 앞의 것은 시술 도중이나 직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뒤의 것은 시술 후 하루에서 수일이 지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퇴원 당일 괜찮았다는 사실이 천공이 없었다는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천공이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술기를 지켰더라도 장벽이 얇거나 유착이 있는 등 환자 개별 사정으로 천공이 생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툼은 보통 세 갈래로 나뉩니다. 시술 자체의 술기가 부적절했는지, 천공이 의심되는 시점에 적절히 대응했는지, 시술 전에 천공 위험을 충분히 설명했는지입니다. 이 글의 주제인 진단 지연은 두 번째 갈래에 해당하며, 시술 술기 과실보다 기록으로 입증하기 쉬운 편입니다.
천공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천공을 의심할 증상이 나타난 뒤 의료진이 무엇을 언제 했는지가 과실 판단의 중심이다.
천공을 의심해야 하는 신호 — 의료진이 놓치면 안 되는 증상
내시경 직후에는 장에 주입된 공기 때문에 배가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러나 이 불편감은 보통 방귀를 뀌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듭니다. 반대로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복부가 단단해지며 열이 나거나 맥박이 빨라진다면 천공을 먼저 의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장 내용물이 복강으로 새면 복막에 염증이 퍼지는데, 이때 배를 눌렀다 뗄 때 더 아픈 반발통이 나타나는 것이 전형적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는 복통 — 가스 통증과 달리 방귀나 배변으로 가라앉지 않음.
복벽 경직과 반발통 — 배가 판자처럼 단단해지고 누른 뒤 뗄 때 통증이 커짐.
발열·오한·빈맥 — 복막염으로 진행 중임을 보여주는 전신 반응.
구토와 복부 팽만 — 장 운동이 멈추면서 나타나는 증상.
혈액검사의 염증 수치 상승 — 백혈구와 CRP가 시술 전보다 뚜렷이 오름.
이런 징후가 있는데 환자가 병원에 호소했다면, 의료진에게는 이를 천공 가능성으로 연결해 판단할 의무가 생깁니다. 반대로 환자가 증상을 호소하지 않고 하루 이틀 집에서 버텼다면 그 부분은 과실상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 어떤 증상을 누구에게 말했는지가 이후 분쟁에서 핵심 사실이 됩니다.
진단 지연이 과실이 되는 기준 — 주의의무와 영상검사
의료과실은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또는 진료계약 불이행에 따른 민법 제390조의 채무불이행으로 구성합니다.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는 사고 당시 임상 의학 수준에서 통상의 의사가 지켜야 할 수준이며, 대법원은 일관되게 진단 단계에서도 증상에 맞는 검사를 시행할 의무를 인정해 왔습니다. 대장내시경 후 심한 복통 환자라면 복부 진찰, 혈액검사, 복부 단순촬영, 필요하면 복부 CT를 통해 천공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통상의 대응입니다. 복부 CT에서는 복강 내 유리 공기와 체액 고임이 보이기 때문에 확진에 가장 널리 쓰입니다.
그래서 과실을 따질 때는 의료진이 환자의 증상을 확인한 시각과 영상검사를 시행한 시각 사이의 간격을 봅니다. 심한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진통제만 투여하고 귀가시켰거나, 입원 중인데도 활력징후 악화를 방치했다면 검사를 하지 않은 것 자체가 문제 됩니다. 반면 의료진이 검사를 시행했는데도 초기 영상에서 천공이 보이지 않았던 경우라면, 영상 판독상 놓친 소견이 있었는지를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어떤 소견이 어떤 조치로 이어졌어야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인정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천공을 의심할 증상이 있는데도 영상검사를 하지 않고 경과관찰만 했다면 진단 지연 과실을 다투는 출발점이 된다.
인과관계와 입증책임 — 지연이 악화를 만들었다는 증명
과실이 인정되려면 그 과실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진단 지연 사건에서는 지연이 없었다면 복막염으로 번지지 않았거나 수술 범위가 더 작았을 것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천공이 생긴 뒤 몇 시간 안에 수술하면 봉합만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 복막염이나 패혈증으로 진행하면 장 절제와 인공항문 조성, 중환자 치료가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이 차이가 곧 지연으로 인한 추가 손해가 됩니다.
의료 전문 영역의 입증은 환자에게 매우 어렵기 때문에 법원은 입증 부담을 조정해 왔습니다. 의료행위 과정에서 이상 결과가 발생했고, 그 결과가 통상 일어나기 어려운 것이며, 다른 원인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면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방향으로 판단하는 흐름이 대법원에 확립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완화가 의사의 책임을 자동으로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며, 환자 쪽에서 의료진의 부적절한 대응이라는 사실관계를 먼저 구체적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때 기록상 시간 순서가 가장 강력한 자료가 됩니다.
입증에 쓰는 자료 — 진료기록과 증거보전
가장 먼저 할 일은 시술 병원과 이후 치료 병원 모두에서 진료기록 사본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의료법 제21조는 환자가 본인 기록의 열람과 사본 발급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며, 같은 법 제22조는 의료인에게 진료기록부 작성 의무를 지웁니다. 필요한 범위는 내시경 시술 기록과 영상, 간호기록, 활력징후표, 혈액검사 결과, 영상 판독문, 수술기록, 마취기록, 동의서입니다.
간호기록 — 환자가 통증을 호소한 시각과 의사 호출 여부가 분 단위로 남는 경우가 많음.
활력징후표 — 열과 맥박 상승이 언제부터 나타났는지 보여주는 객관 자료.
영상 촬영 시각 기록 — 검사 지시 시각과 실제 촬영·판독 시각의 간격 확인.
환자 본인의 증거 — 통화·문자·메신저 기록, 통증 호소 내역, 귀가 시각을 보여주는 자료.
병원이 기록을 고치거나 누락할 우려가 있다면 민사소송법 제375조의 증거보전 신청으로 법원을 통해 기록을 미리 확보할 수 있습니다. 소송이 시작된 뒤에는 민사소송법 제347조에 따른 문서제출명령으로 병원이 가진 자료를 제출하게 할 수 있습니다. 전자의무기록은 수정 이력이 남는 경우가 많아, 사후에 고쳐진 흔적이 있다면 그 자체가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구제 절차 — 의료분쟁조정과 손해배상 소송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하는 방법과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입니다.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라 조정을 신청하면 감정부가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과실 여부와 인과관계에 대한 감정 결과를 내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조정이 진행됩니다.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전문가 감정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상대방이 조정 절차에 응하지 않으면 개시되지 않을 수 있고 사망이나 중상해 사건은 상대방 동의 없이 개시되는 특례가 적용됩니다.
소송에서는 법원이 대학병원 등에 사실조회와 진료기록 감정을 촉탁하는 방식으로 의학적 쟁점을 판단합니다. 청구 항목은 치료비, 향후 치료비, 일실수입, 간병비, 위자료로 구성하고, 위자료는 민법 제751조에 근거합니다. 손해액 산정에서는 환자의 기존 질환이나 증상 호소 지연 같은 사정이 반영되어 민법 제396조(과실상계)와 책임제한 법리에 따라 일부가 감액될 수 있습니다. 병원이 소속 의료인의 과실에 책임지는 근거는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이며, 개인 의사와 병원을 함께 피고로 삼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설명의무와 소멸시효 — 놓치기 쉬운 두 가지
의료법 제24조의2는 수술·수혈·전신마취 등 환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의료행위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받을 것을 요구합니다. 용종 절제를 동반한 대장내시경은 천공과 출혈이 대표적인 합병증이므로 이를 충분히 설명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설명의무 위반은 진단 지연 과실과 별개로 위자료를 인정받는 사유가 될 수 있으나, 설명했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진단 지연 과실이 면책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멸시효는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민법 제766조에 따라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의료분쟁조정을 신청하면 시효가 중단되는 효과가 있으나 신청이 취하되거나 각하되면 1개월 이내에 소를 제기해야 그 효력이 유지되고, 조정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등으로 절차가 끝나면 시효가 새로 진행하므로 기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과실을 안 날의 판단은 사안별로 다툼이 있어 사고 직후부터 자료를 모아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장내시경 후 천공이 생기면 무조건 의료과실인가요?
A. 아닙니다. 천공은 정상적인 술기로도 드물게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어서 결과만으로 과실이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시술 술기, 이상 증상에 대한 대응 시기, 설명의무 이행 여부를 나누어 판단합니다.
Q. 퇴원 후 집에서 통증이 심해졌는데 병원에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A.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에 연락하거나 내원했는데 적절한 검사 없이 돌려보냈다면 책임을 물을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증상을 알리지 않고 오래 지체했다면 과실상계로 일부가 감액될 수 있습니다. 통화 내역이나 내원 기록을 보관해 두세요.
Q. 진료기록은 어떻게 받나요?
A. 의료법 제21조에 따라 환자 본인은 진료기록의 열람과 사본 발급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시술 병원과 이후 치료 병원의 기록을 모두 받아 두어야 시간 순서를 맞춰볼 수 있습니다. 기록 변조가 우려되면 법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Q. 의료분쟁조정과 소송 중 무엇이 유리한가요?
A. 조정은 비용이 적고 전문가 감정을 받을 수 있지만 상대방이 응하지 않으면 개시가 어렵습니다. 소송은 시간이 오래 걸려도 법원 판단으로 강제력 있는 결론을 얻습니다. 사건의 중증도와 병원의 대응 태도에 따라 선택이 갈립니다.
Q.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나요?
A.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일부터 10년입니다. 둘 중 먼저 도래하는 기한이 지나면 청구권이 소멸하므로 서둘러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Q. 이미 사망에 이르렀다면 유족이 청구할 수 있나요?
A. 유족은 민법 제752조의 위자료와 상속받은 손해배상청구권을 근거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사망과 진단 지연 사이의 인과관계가 쟁점이 되므로 사망 경위를 보여주는 기록을 우선 확보해야 합니다.
맺음말
대장내시경 후 천공은 드물게 생기는 합병증이지만, 천공이 의심되는 증상이 이어지는데도 영상검사를 미루면 복막염과 패혈증으로 번져 환자의 손해가 크게 늘어납니다. 법원이 보는 핵심은 천공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증상 호소 이후 의료진의 대응 시각과 내용입니다.
이 때문에 간호기록, 활력징후표, 영상 촬영 시각 같은 기록을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입증의 출발점입니다. 소멸시효와 과실상계 같은 변수까지 고려하면 사고 직후부터 자료를 정리하고 절차를 선택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특히 퇴원 후 증상이 악화된 시각, 병원에 연락한 시각, 검사를 받은 시각을 본인 기억만이 아니라 통화 내역과 문자, 결제 기록 같은 객관 자료로 맞춰 두면 이후 감정 단계에서 큰 도움이 됩니다. 의료기관을 상대로 한 분쟁이라 막막하게 느껴지더라도, 어떤 절차를 택할지는 확보된 기록을 본 뒤에 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상담이 필요하시면 가볍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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