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 끝에 상대방의 얼굴을 때려 코뼈가 부러졌는데, 그 뒤에 신체접촉이 있었다는 이유로 강제추행치상 혐의까지 적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강제추행치상은 법정형 하한이 징역 5년이라 상해죄와는 처벌의 무게가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폭행이 추행의 수단이었는지, 아니면 추행 의사가 생기기 전에 이미 끝난 별개의 폭행이었는지가 사건의 결과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됩니다. 이 글에서는 추행 전에 때려 코뼈가 부러진 사안에서 어떤 기준으로 강제추행치상이 아니라 상해죄로만 처벌되는지, 그 판단에 쓰이는 사실관계와 증거를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강제추행치상죄의 구조 — 형법 제301조는 어떤 경우에 적용되나
강제추행치상죄는 형법 제301조에 규정된 결과적 가중범입니다.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죄,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를 범하는 과정에서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하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됩니다. 기본범죄인 강제추행에 상해라는 결과가 더해져 형이 대폭 무거워지는 구조입니다. 벌금형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 죄가 성립하려면 먼저 상해가 강제추행이라는 범죄에서 비롯되었다는 관련성이 있어야 합니다. 법원은 상해가 추행의 수단으로 쓰인 폭행·협박에서 생긴 경우는 물론, 추행행위 자체에서 생긴 경우, 그리고 추행과 시간적·장소적으로 밀접하게 이어진 행위(반항을 제압하는 과정, 추행 직후 벗어나려는 피해자를 붙잡는 과정 등)에서 생긴 경우까지 치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추행과 무관하게 이미 끝난 폭행에서 생긴 상해라면 이 관련성이 끊어집니다.
기본범죄 —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또는 제299조 준강제추행, 제300조 미수범)이 먼저 성립해야 함.
결과 —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진단서·사진 등으로 인정되어야 함.
인과관계 — 상해가 추행의 수단인 폭행, 추행행위 자체, 또는 이와 밀접하게 이어진 행위에서 생겼어야 함.
예견가능성 — 결과적 가중범이므로 상해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가 문제됨(형법 제15조 제2항).
강제추행치상은 '추행했다'와 '다쳤다'가 각각 인정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 상해가 추행이라는 범죄에서 비롯되었다는 연결고리가 입증되어야 성립한다.
갈림길의 핵심 — 폭행 시점에 추행의 고의가 있었는가
강제추행죄에서 폭행은 추행의 수단이어야 합니다. 폭행을 가하는 순간에 추행하려는 의사가 이미 있었다면 그 폭행은 추행의 수단이 되고, 그 폭행으로 생긴 상해는 강제추행치상으로 평가됩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말다툼이나 감정싸움으로 때렸고, 상대가 쓰러지거나 저항을 멈춘 뒤에 비로소 추행 의사가 생겨 신체접촉을 했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먼저 한 폭행은 추행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별개의 폭행·상해이고, 추행은 그 뒤에 새로 시작된 행위가 됩니다.
이 경우 법적 평가는 둘로 나뉩니다. 선행 폭행으로 코뼈가 부러졌다면 그 부분은 형법 제257조 제1항의 상해죄(7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로 평가되고, 이후의 추행은 강제추행죄로 따로 평가됩니다. 추행 단계에서 새로운 폭행·협박이 더해졌는지, 아니면 앞선 폭행으로 반항이 억압된 상태를 이용했는지는 별도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상해에 대해서는 기본범죄인 강제추행과의 결합이 끊어져 제301조의 무거운 법정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변론의 핵심 논리입니다.
가정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어 한 사람이 상대의 얼굴을 때렸고, 상대가 쓰러져 코피를 흘리며 움직이지 못하자 그제야 옷 위로 신체를 만졌다면, 때리는 순간에는 추행 의사가 없었다고 다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신체접촉을 하려고 상대를 제압하려고 때렸다면 폭행이 곧 추행의 수단입니다. 결국 이 사건은 법리 문제이기 이전에 '그날 어떤 순서로, 어떤 의사로 일이 벌어졌는가'를 증거로 복원하는 싸움입니다.
추행의 고의가 폭행보다 나중에 생겼다면, 앞선 폭행은 추행의 수단이 아니라 별개의 상해이므로 제301조가 아닌 제257조로 평가된다.
코뼈 골절은 상해인가 — 상해 개념과 진단서의 역할
치상 여부를 따지기 전에 코뼈 골절이 상해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는데, 이 점은 다투기 어렵습니다. 판례는 상해를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거나 건강상태를 불량하게 변경하는 것으로 봅니다. 코뼈 골절은 신체의 완전성이 훼손된 전형적인 경우여서, 골절 사실이 진단서와 영상(X-ray, CT)으로 확인되면 상해 자체는 인정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상해가 인정되는 이상 다툴 지점은 두 가지로 모입니다. 첫째, 골절이 문제의 폭행 때문에 생긴 것인지입니다. 피해자가 이전에 코를 다친 이력이 있거나, 다툼 중 넘어지면서 다른 원인으로 다쳤다면 인과관계가 쟁점이 됩니다. 둘째, 앞서 본 대로 그 폭행이 추행의 수단이었는지입니다. 상해진단서의 발급 시점, 진단명, 치료기간(전치 몇 주인지)은 양형에 영향을 주고, 응급실 기록의 '내원 경위' 부분에 피해자가 한 진술이 적혀 있으면 추행 의사가 언제 생겼는지 판단하는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진단서 — 진단명·발급일·전치 기간을 확인하고, 폭행 시점과 내원 시점의 간격을 본다.
영상 자료 — 골절이 신선 골절인지, 과거 골절의 흔적은 없는지 본다.
응급실·진료기록 — 피해자가 내원 당시 설명한 경위가 이후 수사기관 진술과 일치하는지 대조한다.
처벌 수위의 차이 — 하한 5년 징역과 벌금형 가능성
두 죄명의 차이는 숫자로 드러납니다. 강제추행치상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어서 벌금형이 없고, 법률상 감경 사유가 없다면 징역형 선고가 불가피합니다. 법관이 정상을 참작해 정상참작감경(형법 제53조)을 하더라도 징역 2년 6개월 이상이 되어 집행유예가 가능한 3년 이하의 선에는 들어오지만, 사실상 선택지가 매우 좁습니다. 또 치상 사건은 성폭력 범죄로서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는 등 부수 처분이 뒤따릅니다.
반면 상해죄로만 평가되면 법정형의 폭이 크게 달라집니다. 상해죄는 벌금형이 있고 상한도 징역 7년이어서 초범이고 합의가 되었다면 벌금 또는 집행유예 가능성이 열립니다. 다만 선행 상해와 후행 추행이 모두 인정되면 두 죄는 별개의 행위이므로 경합범(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으로 함께 처벌됩니다. 즉 상해죄로 정리된다고 해서 추행 부분 책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추행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별도로 다투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치상죄를 면하는 것만으로 하한 5년이라는 부담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강제추행치상은 벌금형이 없는 징역 5년 이상의 죄이고, 상해죄는 벌금형이 가능한 죄다 — 같은 코뼈 골절이라도 어느 죄명으로 평가되느냐가 처벌의 문턱을 바꾼다.
시점을 증명하는 증거 — CCTV, 진술, 통신 기록
추행 의사가 폭행보다 나중에 생겼다는 주장은 말로는 입증되지 않고, 행위의 순서와 간격을 보여주는 객관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가장 강력한 것은 CCTV와 블랙박스 영상입니다. 폭행 장면과 신체접촉 장면 사이에 시간 간격이 있는지, 그 사이에 대화나 이동, 피해자의 상태 변화가 있었는지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상이 없다면 목격자 진술, 112 신고 시각과 신고 내용, 주변 가게의 영상, 두 사람 사이의 문자·메신저 내용이 순서를 복원하는 근거가 됩니다.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도 핵심입니다. 피해자가 처음에는 "때려서 쓰러진 뒤에 만졌다"고 했다가 나중에 "만지려고 때렸다"고 진술을 바꾸었다면 그 변화의 이유와 경위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피의자 본인의 진술도 중요합니다. 수사 초기에 "왜 때렸는가"를 묻는 질문에 감정적 다툼 때문이라고 일관되게 설명했는지, 아니면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을 했는지가 이후 신빙성 판단에 영향을 줍니다. 처음 조사 때의 진술은 이후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조사에 임하기 전에 사실관계의 순서를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영상 — CCTV·블랙박스로 폭행과 접촉 사이의 시간 간격과 행동 변화 확인.
신고 기록 — 112 신고 시각·내용에 상해만 언급되었는지, 추행 사실이 언제 처음 나왔는지 확인.
통신 내역 — 사건 전후 문자·메신저에서 다툼의 원인과 감정 상태가 드러나는지 확인.
진술 변화 — 피해자·목격자·피의자 진술이 단계별로 일관되는지 대조.
수사 단계의 대응 — 추행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다툴 부분이 남는다
추행 행위 자체는 인정하면서 치상 부분만 다투는 전략이 현실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영상이나 진술로 신체접촉이 확인되는데 이를 전부 부인하면 신빙성을 잃고 양형에도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추행 사실 인정 여부와 별개로, 폭행은 이미 감정 다툼에서 끝났고 그 뒤에 접촉 의사가 생겼다는 시간 순서를 일관되게 주장하는 방식으로 대응합니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상해는 제257조로, 추행은 제298조로 따로 평가되어 제301조의 하한 5년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은 보통 피해 사실이 중한 쪽 죄명으로 먼저 입건하는 경향이 있어서, 처음 적용된 죄명이 치상이라고 해서 그대로 기소·유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검찰 단계에서는 의견서와 증거를 제출해 죄명을 조정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고, 재판 단계에서는 공소장 변경이나 법원의 일부 무죄 판단으로 치상 부분이 걸러질 수 있습니다. 어느 단계에서든 시간 순서를 보여주는 증거를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CCTV는 보관 기간이 짧아 사건 직후 확보하지 않으면 사라질 수 있습니다.
합의의 의미 — 상해죄와 강제추행죄에서 합의가 미치는 범위
합의는 양형의 중요한 참작 사유이지만 모든 죄에 같은 효과가 있지는 않습니다. 강제추행과 상해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가 제출되어도 공소권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합의서가 있더라도 기소 여부와 형량은 법원과 검사가 판단하고, 합의는 그 판단에서 감경 요소로 반영됩니다. 폭행죄(형법 제260조 제3항)와 달리 처벌불원만으로 사건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혼동하면 안 됩니다.
또한 합의의 방식도 신중해야 합니다.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과정에서 연락을 반복하거나 압박으로 비칠 수 있는 행동을 하면 오히려 불리해지고, 증거 인멸이나 보복 우려로 구속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합의가 필요하다면 본인이 직접 연락하기보다 변호인을 통해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합의금의 수준은 상해 정도(치료비, 후유증), 추행의 태양,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에 따라 달라지므로 일률적인 기준이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추행하려고 때린 것인지는 누가 입증하나요?
A.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폭행 시점에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은 검사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입증해야 하고, 피고인은 시간 순서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는 증거를 제출해 이를 다투게 됩니다. 다만 피해자 진술과 정황증거만으로 인정되는 경우도 있어 방어 자료를 미리 준비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Q. 코뼈 골절이면 치상죄가 거의 확실한가요?
A. 골절은 상해로 쉽게 인정되지만, 치상죄는 그 상해가 추행의 수단이나 추행과 밀접한 행위에서 생겼을 때 성립합니다. 추행 전에 끝난 별개의 폭행이라면 골절이 있어도 상해죄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결국 골절의 유무보다 폭행의 시점과 목적이 쟁점입니다.
Q. 추행도 인정하면 상해죄로만 처벌받는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추행이 인정되면 강제추행죄가 별도로 성립하고, 선행 폭행에 의한 상해죄와 경합범으로 처벌됩니다. 다만 제301조의 치상죄가 아니므로 하한 5년 징역이라는 문턱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Q.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상해죄와 강제추행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합의만으로 공소가 제기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합의는 기소유예나 선고유예, 집행유예 등 처분과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되는 요소입니다. 죄명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합의의 실질적 효과도 달라집니다.
Q. 수사 초기에 상해만 인정하고 추행은 침묵해도 되나요?
A. 진술거부권은 보장되지만, 일부만 인정하고 일부는 침묵하는 방식은 신빙성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영상 등으로 이미 확인되는 사실을 부인하면 오히려 불리해지므로, 조사 전에 객관 자료와 비교해 진술 범위를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이미 치상 혐의로 입건되었다면 죄명을 바꿀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검찰 단계에서 의견서와 증거로 폭행과 추행이 별개의 행위임을 주장해 죄명 조정을 요청할 수 있고, 재판 단계에서는 공소장 변경이나 치상 부분에 대한 일부 무죄 판단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시간 순서를 보여주는 증거 확보가 관건입니다.
맺음말
추행 전에 때려 코뼈가 부러진 사건에서 강제추행치상과 상해죄를 가르는 기준은 상해의 정도가 아니라 폭행 당시 추행의 고의가 있었는가, 그 폭행이 추행의 수단이었는가입니다. 코뼈 골절은 상해로 인정되기 쉬우므로, 다툴 부분은 폭행과 추행 사이의 시간적·목적적 연결을 끊을 수 있는지에 모입니다.
이 판단은 CCTV, 신고 기록, 통신 내역, 진술의 일관성 같은 객관 자료가 좌우합니다. 사건 직후부터 증거를 확보하고 첫 조사 전에 사실관계의 순서를 정리해 두는 것이 이후 죄명과 처벌의 수위를 바꿀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앞두고 계시다면 진술하기 전에 먼저 법률 검토를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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