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거나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많은 분이 가장 먼저 휴대전화의 카카오톡과 SNS 대화부터 떠올립니다. 불리한 대화를 지워야 할지, 지우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되는지 막막해지기 때문입니다. 2026년 7월 1일부터는 형사소송법 제215조의2에 따라 수사기관이 영장을 받기 전이라도 플랫폼 사업자에게 해당 전자정보를 최장 60일간 보전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되어, 이용자가 단말에서 지운다고 기록이 곧바로 사라지는 구조도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보전요청이 어떤 요건과 절차로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내 기록을 삭제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전자증거 보전요청 제도 — 2026년 7월 1일부터 달라진 점
보전요청 제도는 형사소송법 제215조의2에 신설되어 2026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핵심은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기 전 단계에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그가 보관하는 전자정보를 지우지 말고 묶어 두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전에는 영장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사이 사업자 쪽 로그기록이나 계정 정보가 보관기간 경과로 사라지거나, 이용자가 계정을 정리해 버려 증거가 멸실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보전요청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장치로, 국내 사업자뿐 아니라 해외 플랫폼 사업자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입니다.
중요한 것은 보전요청의 상대방이 이용자가 아니라 사업자라는 점입니다. 수사기관은 이용자의 휴대전화를 빼앗거나 내용을 열어보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에게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부분"에 한정해 멸실을 막아 달라고 서면으로 요청합니다. 요청서에는 요청 사유, 보전대상 전자정보와의 관련성, 필요한 정보의 범위가 적혀야 합니다. 예를 들어 투자 사기 의혹 사건에서 특정 오픈채팅방 개설자 계정의 가입정보와 접속기록을 보전해 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며, 사건과 무관한 계정 전체를 묶는 것은 조문의 문언상 허용되지 않습니다.
보전요청은 열람이 아니라 멸실 방지다 — 이용자가 단말에서 대화를 지워도 사업자가 보관 중인 정보는 보전 대상이 될 수 있다.
보전요청이 가능한 세 가지 요건 — 모두 충족해야 한다
제215조의2 제1항은 다음 세 요건을 모두 충족할 때에만 보전요청을 허용합니다. 수사기관이 마음대로 쓰는 수단이 아니라 중한 범죄와 긴급성이 함께 요구되는 제도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내가 받는 수사에서 보전요청이 가능한지를 가늠하려면 아래 요건을 하나씩 대입해 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죄명 요건 — 피의자가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을 것.
필요성 요건 — 압수·수색·검증 영장을 청구하거나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에 따른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 요청을 하기 위해 필요할 것.
긴급성 요건 — 증거 멸실 우려 등으로 미리 영장이나 법원의 허가를 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을 것.
죄명 요건의 기준인 법정형 하한선은 "장기 3년 이상"입니다. 사기(형법 제347조 제1항,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공갈, 성폭력범죄, 마약류범죄처럼 장기가 3년을 넘는 죄는 대부분 요건을 충족하고, 반대로 장기가 3년 미만인 경미 범죄는 보전요청 대상에서 빠집니다. 다만 조문은 실제로 확정된 혐의가 아니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면 충분하다고 하므로, 아직 입건 전인 단계에서도 요건이 충족될 여지가 있습니다.
보전 기간과 절차 — 60일, 한 차례 30일 연장, 법원 허가
보전 기간은 60일의 범위입니다. 검사는 사법경찰관의 신청을 받아 이 요청을 하는 것이 원칙이고,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30일의 범위에서 한 차례에 한해 연장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 연장 요청에는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고(제215조의2 제3항), 같은 전자정보에 대해 보전요청을 다시 반복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제4항). 결국 한 건의 전자정보에 대해 묶어 둘 수 있는 기간은 최대 90일로 상한이 있습니다.
예외도 있습니다. 사법경찰관은 증거 멸실 우려로 검사에게 신청할 시간적 여유가 없으면 직권으로 직접 사업자에게 보전을 요청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즉시 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승인을 받지 못하면 즉시 요청을 취소해야 합니다(제2항). 한편 영장 청구나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 요청을 할 필요가 없게 되면 검사는 즉시 취소를 통지해야 하고, 보전 기간 안에 영장 청구 등이 집행되지 않으면 사업자는 보전조치를 해제해야 합니다(제6항·제7항). 제8항은 요청에 관여한 공무원과 사업자 직원에게 비밀유지 의무를 지우고 있어, 이용자에게 보전요청 사실이 따로 통지되는 구조는 아닙니다.
보전은 최대 60일에 30일 한 차례 연장이 상한이며, 연장에는 법원 허가가 필요하다.
보전요청과 압수·수색은 다르다 — 영장이 있어야 내용을 가져간다
보전요청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대화 내용이 수사기관에 넘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조문의 목적 자체가 "영장 청구 또는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 요청을 하기 위해" 필요한 증거를 묶어 두는 것이므로, 실제로 내용을 가져가려면 별도로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검증 영장이 있어야 합니다. 사법경찰관의 압수·수색은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에 따라 검사의 청구로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영장은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됩니다.
전자정보 압수에는 추가 제한도 걸립니다. 법원의 압수에 관한 제106조 제3항은 정보저장매체가 대상일 때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해 출력하거나 복제해 제출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범위를 정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만 저장매체 자체를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사건과 관련 없는 대화까지 통째로 가져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며, 이를 어긴 압수는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전요청이 들어왔더라도 영장의 범위와 집행 방법에 대한 점검이 방어의 핵심이 됩니다.
내 대화를 내가 삭제하면 증거인멸죄인가 — 형법 제155조의 구조
삭제 문제의 법적 답은 형법 제155조 제1항에 있습니다. 이 조항은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문언이 타인의 사건으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순수하게 자기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스스로 없애는 행위는 증거인멸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방어권의 연장선으로 보아 기대가능성이 없다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 원칙은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다음 세 경우에는 처벌 위험이 현실로 다가옵니다.
공범이 있는 사건 — 내 처벌을 피하려고 지운 것이면 공범의 증거가 함께 없어져도 증거인멸죄가 되지 않지만(대법원 94도2608), 내 사건과 무관하게 공범이나 관련자만을 위해 지운 경우.
타인에게 삭제 지시 — 상대방에게 "대화 지워 달라"고 요청하면 교사로 문제될 수 있음.
타인의 기기·계정 접근 — 피해자나 제3자의 계정에 접속해 자료를 삭제하면 별도 범죄(정보통신망 침입 등)가 문제됨.
또한 형법 제155조 제3항은 피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범한 경우를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가중하고, 제4항은 친족 또는 동거 가족이 본인을 위해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같은 사건의 공범끼리 서로 대화를 지우자고 합의했더라도 각자 자기 처벌을 피하려고 지운 것이면 증거인멸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이지만(대법원 94도2608), 상대방에게 지우게 한 행위가 방어권 남용에 이르면 증거인멸교사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4도15728). 처벌 여부와 별개로 삭제 사실이 드러나면 수사기관이 이를 불리한 정황으로 보게 된다는 점이 다음 항목의 주제입니다.
삭제가 형사절차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로 — 구속사유와 양형
삭제 행위가 직접 처벌되지 않더라도 절차 전반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로가 있습니다. 첫째는 구속입니다.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제2호는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를 구속사유의 하나로 정하고, 수사 단계의 구속에도 같은 사유가 적용됩니다(제201조 제1항). 구속 여부를 심사하는 법원은 범죄의 중대성, 재범 위험, 피해자와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함께 고려하므로(제70조 제2항), 수사 개시 직후 대화방을 나가거나 계정을 탈퇴한 정황은 증거인멸 염려를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제시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삭제 흔적 자체가 증거가 된다는 점입니다. 디지털포렌식으로 복구되는 삭제 데이터와, 사업자 서버에 남은 접속·가입 기록은 삭제 사실을 입증하고, 때로는 삭제 직전 시점이 수사 인지 시점과 겹친다는 점까지 보여줍니다. 셋째로 양형에서는 반성하는 태도가 중요한데, 증거를 감추려 한 정황은 진지한 반성과 거리가 먼 사정으로 평가되어 불리하게 고려될 수 있습니다. 결국 삭제로 얻는 이익은 불확실한 반면, 구속 위험과 양형상 불이익은 구체적이라는 비대칭이 있습니다.
수사 개시 후 지금 해야 할 일 — 삭제 대신 보존과 정리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선 내 기기에 있는 대화·사진·통화기록은 그대로 두고 백업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화 전체를 보존해 두어야 맥락 전체가 드러나고, 상대방이 짜깁기한 일부 대화로 불리한 프레임이 만들어지는 것도 막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방어에 유리한 대화(피해 주장자가 먼저 연락한 내용, 합의 시도, 호의적 표현 등)는 대화 전체를 갖고 있어야 제시할 수 있고, 지워 버리면 이런 유리한 자료까지 함께 잃게 됩니다.
대화방 나가기·계정 탈퇴·기기 초기화·교체는 수사 종결 전까지 보류.
공범 의심자 등 제3자에게 "삭제해 달라"는 부탁이나 입막음 연락은 하지 않기.
유리한 대화는 캡처만이 아니라 원본 대화 전체를 보존하고 날짜·상대방이 식별되게 정리.
압수·수색 영장이 제시되면 영장의 대상·범위·기간을 확인하고 임의제출 동의 여부는 신중히 판단.
수사기관이 임의제출을 요구할 때는 제출 범위를 특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의제출은 영장 없이 제출자의 동의로 가능하지만 일단 제출하면 범위 다툼의 여지가 줄어들 수 있으므로, 변호인과 상의해 사건과 관련된 대화로 범위를 한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미 대화를 지웠는데 처벌받나요?
A. 순수하게 내 사건의 증거를 내가 지운 것이라면 형법 제155조 제1항의 증거인멸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다만 내 사건과 무관하게 공범이나 타인만을 위해 지웠다면 문제될 수 있고, 지운 사실 자체가 구속사유나 양형에서 불리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서버나 상대방 기기에 남은 기록은 여전히 수사 대상이 됩니다.
Q. 보전요청이 들어갔는지 제가 알 수 있나요?
A. 제215조의2 제8항은 요청에 관여한 공무원과 사업자 직원에게 비밀유지 의무를 지우고 있어, 이용자에게 별도로 통지되는 구조는 아닙니다. 따라서 알 수 없다는 전제에서 대응해야 합니다. 이후 영장 집행이나 사건 기록 열람 단계에서 보전된 자료의 존재가 확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보전요청이 오면 상대방과의 대화 내용을 바로 수사기관이 보나요?
A. 아닙니다. 보전은 사업자가 정보를 지우지 않고 묶어 두는 조치일 뿐이고, 내용을 가져가려면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검증 영장이 필요합니다.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제106조 제3항과 제215조 제2항에 따라 사건과 관계가 있는 범위로 한정되어야 합니다.
Q. 모든 사건에서 보전요청이 가능한가요?
A. 아닙니다. 피의자가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어야 하고, 영장 청구 등에 필요하며 긴급한 사정도 있어야 합니다. 세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므로 장기 3년 미만의 경미 범죄는 대상이 아닙니다.
Q. 60일이 지나면 자료가 자동으로 지워지나요?
A. 기간 내에 영장 청구 등이 집행되지 않으면 사업자는 보전조치를 해제해야 하지만, 해제가 곧 삭제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자의 통상적인 보관정책에 따라 남아 있을 수 있고, 같은 정보에 대한 재요청은 금지되나 영장 집행 자체는 별도로 가능합니다. 보전 기간 경과를 안전하다는 신호로 오해하면 안 됩니다.
Q. 상대방이 먼저 대화를 삭제했다면 어떻게 하나요?
A. 내 기기에 남은 대화 원본을 보존하고, 상대방이 삭제한 사실과 시점을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이 삭제를 통해 허위 주장을 뒷받침하려 한 정황이 있다면 수사 단계에서 의견서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상대방이 나와 별개의 사건 당사자인지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어 사안별 확인이 필요합니다.
맺음말
2026년 7월부터 시행된 형사소송법 제215조의2의 보전요청 제도로, 수사기관은 영장 전이라도 사업자에게 전자정보를 최장 60일, 한 차례 30일 연장으로 묶어 둘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증거를 열람하는 수단이 아니라 멸실을 막는 수단이며, 내용을 가져가려면 여전히 법원의 영장이 필요하고 그 범위는 사건과 관련된 부분으로 제한됩니다.
내 사건의 증거를 내가 지운 것만으로 증거인멸죄가 되지는 않더라도, 공범·타인만을 위해 지우면 형법 제155조의 문제가 되고 구속사유와 양형에서도 불리한 정황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불안해서 지우는 것보다 보존하고 범위를 정리해 대응하는 쪽이 방어에 유리합니다.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받게 되어 자료 보존과 제출 범위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면 초기 단계에서 전문가와 상의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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