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계약금을 치르고 나서야 등기부등본을 다시 떼어 보았더니, 매도인 집에 가압류와 압류가 줄줄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상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매수인분들은 “계약금까지 줬는데 중도금을 안 내면 계약금을 날리는 것 아닌가”, “매도인이 잔금날 다 풀어준다고 했으니 일단 믿고 내야 하나”라는 두 가지 불안 사이에서 갈팡질팡하십니다. 반대로 매도인 쪽은 “중도금을 안 주는 건 매수인의 계약 위반”이라며 해제를 통보하고, 심지어 사기라며 고소를 거론하기도 합니다.
민법은 이 상황에 대비해 권리를 잃을 염려가 있으면 그 위험의 한도에서 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도록 정해 두었고, 동시이행의 항변권도 별도로 인정합니다. 다만 아무 때나 “압류가 있으니 못 낸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거절의 범위와 방법을 잘못 잡으면 오히려 매수인이 계약 해제를 당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매도인 부동산에 압류·가압류가 붙어 있을 때 중도금을 미룰 수 있는 근거와 한계, 매도인의 책임, 그리고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할 순서를 살펴보겠습니다.
1. 압류가 붙어 있어도 매매계약 자체는 유효하고, 매도인은 처분할 수 있습니다
압류·가압류는 거래를 막는 장치가 아니라, 나중에 경매로 가져갈 수 있다는 표시입니다.
먼저 오해부터 풀어야 합니다. 민사집행법 제83조 제2항은 부동산 압류가 채무자의 관리·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압류나 가압류가 등기되어 있다고 해서 매도인이 그 집을 팔 수 없는 것은 아니고, 매매계약도 무효가 되지 않습니다. 매도인은 계약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를 지고, 매수인도 계약대로 대금을 지급할 의무를 집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압류를 건 채권자는 매매가 이뤄진 뒤에도 경매를 계속 진행해 그 집을 팔아 채권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가압류도 마찬가지로, 민사집행법 제276조에 따라 금전채권의 강제집행을 보전하는 장치이므로 채권자가 본안 소송에서 이기면 본압류로 넘어가 경매가 진행됩니다. 이 경우 가압류가 매수인의 등기보다 앞서 있다면 매수인은 소유권을 취득하고도 경매 절차에서 소유권을 잃을 수 있습니다.
결국 매수인 입장에서 압류·가압류는 “내가 소유권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지”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사정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불안정성이 대금 지급을 미룰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됩니다.
압류가 붙어 있어도 계약은 유효하지만, 매수인은 소유권을 잃을 위험을 안고 거래하게 됩니다.
2. 민법 제588조에 따라 위험의 한도에서 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매도인이 압류를 말소하거나 상당한 담보를 내놓을 때까지, 위험만큼의 대금은 미룰 수 있습니다.
중도금을 미룰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근거는 민법 제588조입니다.
매매의 목적물에 대하여 권리를 주장하는 자가 있는 경우에 매수인이 매수한 권리의 전부나 일부를 잃을 염려가 있는 때에는 매수인은 그 위험의 한도에서 대금의 전부나 일부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매도인이 상당한 담보를 제공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민법 제588조).
여기서 핵심 요건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목적물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등기부에 올라 있는 압류·가압류 채권자는 이에 해당합니다. 둘째, 매수인이 권리를 잃을 “염려”가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경매가 개시되었을 필요까지는 없지만, 채권액과 부동산 시가를 비교했을 때 소유권 상실의 위험이 현실적으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셋째, 거절은 “그 위험의 한도”로 제한됩니다.
이 세 번째 요건이 실무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매매대금이 5억원이고 압류·가압류 채권액을 모두 합쳐 1억원이라면, 원칙적으로 그 위험인 1억원 한도에서 지급을 거절하는 것이 법의 취지에 맞습니다. 모든 대금을 한꺼번에 거절하면 오히려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으로 평가될 위험이 있습니다. 반대로 채권액 합계가 매매대금을 넘어서거나 근저당·선순위 채권이 이미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면, 위험의 한도가 대금 전부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또한 민법 제589조에 따라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대금을 공탁하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매수인이 대금을 매도인에게 주지 않고 공탁해 두면, 매수인은 지급 의무를 이행한 셈이 되면서도 압류가 정리될 때까지 돈이 매도인에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거절은 통째로가 아니라 “위험만큼”만 허용되고, 매도인이 상당한 담보를 내면 거절권은 사라집니다.
3. 동시이행과 불안의 항변권으로도 중도금 지급을 미룰 수 있습니다
먼저 내야 하는 중도금도, 상대방의 이행이 어려울 현저한 사유가 있으면 미룰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부동산 매매에서는 중도금이 잔금보다 먼저 지급되고, 소유권이전등기는 잔금과 동시에 이뤄집니다. 즉 매수인은 먼저 내야 하는 처지입니다. 그런데 민법 제536조 제2항은 이렇게 정합니다.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먼저 이행하여야 할 경우에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전항 본문과 같다(민법 제536조 제2항).
즉 매수인이 먼저 이행해야 하는 경우에도, 매도인이 소유권을 온전히 이전해 줄 수 있을지가 현저하게 의심스러운 사유가 있다면 매수인은 자기 채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압류·가압류가 여러 건 겹쳐 있고 채권액이 상당하며 매도인의 자력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이 요건을 주장해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단 한 건의 소액 가압류이고 매도인이 잔금 일에 말소하겠다는 의사와 능력을 보이고 있다면, “현저한 사유”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민법 제588조와 제536조 제2항은 서로 겹치지만 결이 다릅니다. 제588조는 “권리를 주장하는 제3자”가 있을 때 그 위험의 한도 내에서만 거절하게 하고 매도인이 담보를 제공하면 끝나는 구조입니다. 제536조 제2항은 매도인의 이행 능력 자체가 현저히 의심되는 경우에 매수인의 의무 이행을 전체적으로 보류하게 하는 구조입니다. 사건마다 어느 쪽을 주된 근거로 삼을지를 정해 두어야, 상대방의 해제 주장에 대응하기 쉽습니다.
압류의 개수·채권액·매도인의 자력 정도에 따라, 위험 한도 거절과 이행 보류 중 무엇을 주장할지가 달라집니다.
4. 근거 없이 미루면 오히려 매수인이 해제당하고 계약금을 잃을 수 있습니다
미루는 것 자체보다, 미루는 방식이 잘못됐을 때 위험이 커집니다.
매수인이 중도금 지급기일을 넘기면 매도인은 민법 제544조에 따라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안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이때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이 있으면 계약금이 매도인에게 귀속되거나 계약금 상당액의 손해배상 책임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급 거절이 정당하다는 점을 매수인이 입증할 수 있도록, 거절의 이유와 범위를 서면으로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용증명으로 ① 등기부에 기재된 압류·가압류의 건수와 채권액 ② 그 위험의 한도로 지급을 거절한다는 뜻 ③ 말소 완료 또는 상당한 담보 제공 시 즉시 지급하겠다는 뜻을 밝혀 두면, 훗날 “정당한 사유 없이 지체했다”는 주장을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말소 비용을 중도금에서 상계하거나 지정 계좌로 직접 송금하는 방식을 제안하는 것도 실무에서 자주 쓰입니다.
한편 매도인이 압류 사실을 알면서도 계약 당시 전혀 알리지 않았고, 처음부터 매수인의 대금으로 채무를 돌려막을 생각이었다면 형법 제347조 제1항 사기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사기죄의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다만 압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사기가 되는 것은 아니고, 계약 당시 기망의 고의와 변제 의사·능력이 있었는지를 따져 판단하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민법 제576조는 저당권·전세권의 행사로 매수인이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거나 잃은 경우 계약 해제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압류 자체가 아니라 그 집행으로 소유권을 잃는 단계에 이르렀다면, 해제와 손해배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알아 두셔야 합니다.
정당한 거절이 되려면 이유와 범위를 서면으로 밝히고, 말소 시 지급하겠다는 뜻을 함께 남겨야 합니다.
5. 지금 확인해야 할 순서와 분쟁이 생겼을 때의 절차를 알아 두세요
등기부 확인과 서면 통지가 먼저이고, 분쟁은 그 기록을 바탕으로 진행됩니다.
분쟁이 생기면 통상 ①매수인의 지급 거절 통지와 매도인의 해제 통보 교환 → ②매도인의 매매대금 청구 또는 매수인의 계약금 반환 청구 소송 제기 → ③법원(수원 지역 부동산이라면 수원지방법원 관할)의 심리 → ④판결 및 집행의 순서로 흘러갑니다. 매도인의 사기 의도가 의심되면 관할 경찰서(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와 수원지방공소청 송치로도 이어질 수 있고, 계약금 반환을 확보해야 한다면 매도인의 다른 재산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합니다.
그에 앞서 지금 단계에서는 아래 순서로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최신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발급받아 압류·가압류·근저당의 접수일, 채권자, 청구금액을 표로 정리하고 매매대금과 비교합니다.
계약서의 중도금·잔금 기일, 말소 의무 특약, 위약금 조항을 확인하고 매도인에게 말소 일정과 담보 제공 의사를 서면으로 요구합니다.
지급 거절 범위(위험의 한도)를 정해 내용증명을 보내고, 필요하면 대금 공탁이나 말소비용 직접 송금 방식을 협의합니다.
이렇게 기록을 남겨 두면 계약을 유지하든 해제하든 선택지가 넓어지고,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기 쉽습니다.
마치며
압류가 붙은 집을 사는 분들은 “이미 계약금을 줬으니 끝까지 가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미루는 것이 가능한지 확인해 보기도 전에 중도금을 보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일단 돈이 나간 뒤에는 되돌리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매수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못 낸다”고 말하기보다, 위험의 한도와 근거 조문을 정리해 서면으로 남기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압류가 붙은 집을 파는 매도인 입장에서도 “잔금날 풀어줄 테니 믿어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고, 말소 계획과 담보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해제와 형사 문제를 함께 피할 수 있습니다.
저는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생기는 대금 분쟁과 그로 인한 사기·횡령·배임 사건을 양쪽 입장에서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등기부라도 계약 경위와 서면 기록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중도금 지급일이 다가오고 있다면, 돈을 보내기 전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압류가 있는데도 계약금을 이미 줬습니다. 계약을 취소할 수 있나요?
A. 압류 사실만으로 곧바로 취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매도인이 압류를 숨기고 계약을 유도했다면 기망 여부에 따라 취소나 해제가 문제될 수 있고, 계약서에 말소 의무 특약이 있다면 그 불이행을 근거로 삼을 수 있습니다.
Q. 중도금 전액을 안 내도 되나요?
A. 민법 제588조는 위험의 한도에서만 거절을 허용합니다. 압류·가압류 채권액과 부동산 시가를 비교해 위험 범위를 정하고, 나머지 대금은 약정대로 지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매도인이 잔금날 압류를 풀어준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요?
A. 잔금과 말소를 동시에 처리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잔금일에 대금에서 채권자에게 직접 변제하고 말소등기 서류를 받는 순서를 계약서나 합의서에 명확히 적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가압류와 압류는 중도금 거절 사유로 차이가 있나요?
A. 둘 다 권리를 잃을 염려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가압류는 아직 본안 판결 전이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될 수도 있지만, 채권액이 크고 매도인 자력이 부족하다면 사실상 비슷하게 취급될 수 있습니다.
Q. 매도인이 중도금 미지급으로 계약을 해제한다고 합니다.
A. 해제는 최고와 상당한 기간 경과가 있어야 효력이 생깁니다. 거절이 정당했다는 점을 내용증명 등으로 입증할 수 있다면 해제의 효력을 다툴 수 있으므로, 해제 통보를 받으면 곧바로 서면으로 반박해야 합니다.
Q. 형사 고소도 가능한가요?
A. 계약 당시 변제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압류 사실을 숨기고 대금을 받았다면 사기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기망의 고의 입증이 핵심이라 계약 경위와 대화 기록을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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