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재개발 기대감으로 정비구역 안의 빌라를 사들이는 분들이 늘면서, 계약 뒤에야 “이 빌라는 입주권(아파트를 분양받을 권리)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상담을 청하시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제가 상담한 매수인분들 중 상당수는 “재개발 구역이라 입주권이 당연히 나오는 줄 알았다”, “중개사도 매도인도 아무 말이 없었다”고 하십니다. 반대로 매도인 쪽은 “사는 쪽에서 알아서 확인했어야 한다”, “입주권이 나온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방어하십니다. 그러나 입주권 유무는 빌라 가격의 대부분을 좌우하는 사항이어서, 알면서 말하지 않은 사정이 입증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법원은 부동산 거래에서 상대방이 알았다면 계약을 맺지 않았을 중요한 사실을 알면서 고지하지 않은 것도 사기의 기망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침묵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아래에서는 재개발 빌라에서 입주권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어떤 유형인지, 매도인의 침묵이 언제 사기죄가 되는지, 그리고 매수인이 계약을 되돌리고 돈을 돌려받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재개발 구역 안의 빌라라고 해서 모두 입주권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입주권은 건물이 정비구역에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분양받을 자격이 인정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흔히 입주권이라고 부르는 것은 재개발 조합원이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이 권리는 정비구역 안의 토지나 건축물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생기지 않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이 정한 요건을 갖춘 토지등소유자에게만 인정됩니다.
실무에서 입주권이 나오지 않는 대표적인 유형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정비구역 지정 전후로 권리산정 기준일 이후에 지어진 신축 빌라입니다. 하나의 대지에 다세대주택을 새로 짓거나 단독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바꾸어 소유자 수가 늘어난 경우, 기준일 다음 날을 기준으로 분양받을 권리가 산정되므로 늘어난 호수에는 분양권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둘째, 한 세대가 여러 채를 갖거나 여러 명이 한 채를 공유하는 경우로, 이때는 대표 1명만 조합원으로 보거나 1주택만 공급됩니다. 셋째, 지분이 지나치게 작아 현금청산 대상으로 분류되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정은 등기부등본만 봐서는 알기 어렵고, 건축물대장의 사용승인일, 정비구역 지정·고시일, 시·도지사가 따로 정한 기준일을 대조해야 드러납니다. 그래서 매도인과 중개사가 입을 다물면 매수인은 계약 전에 이를 알아내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재개발 구역 안의 빌라라는 사실만으로는 입주권이 보장되지 않고, 분양받을 자격은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2. 입주권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말하지 않으면 사기죄의 기망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사실을 알면서 숨긴 침묵도 ‘부작위에 의한 기망’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사기죄(형법 제347조 제1항)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할 때 성립하며,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기망은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만이 아니라, 거래상 신의칙에 비추어 알려줘야 할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경우, 즉 부작위에 의한 기망도 포함합니다.
도정법은 권리산정 기준일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나대지에 건축물을 새로 건축하거나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고 다세대주택, 그 밖의 공동주택을 건축하여 토지등소유자의 수가 증가하는 경우에는 기준일의 다음 날을 기준으로 건축물을 분양받을 권리를 산정한다(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77조 제1항 제4호).
이 조항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기준일 이후에 늘어난 호수는 분양 자격 산정에서 불리하게 취급되고, 그 사실은 매도인이 건축 시기와 분양 구조를 알고 있다면 쉽게 알 수 있는 정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매도인이 신축 시기, 지분 쪼개기 여부, 분양 대상이 아니라는 구청·조합의 안내를 알면서도 “재개발 들어가면 입주권 나온다”는 식으로 말했다면 적극적 기망이 되고,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어도 매수인이 입주권을 보고 산다는 것을 알면서 침묵했다면 부작위에 의한 기망이 될 수 있습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행위, 매수인의 착오, 그 착오에 의한 처분행위(계약금·잔금 지급), 재산상 손해, 그리고 매도인의 고의와 불법영득(이득)의사가 모두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 중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것은 고의, 즉 매도인이 입주권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계약 당시에 알았는가입니다.
알려야 할 중요한 사실을 알면서 말하지 않았다면, 적극적으로 거짓말하지 않았어도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3. “알아서 확인했어야 한다”는 매도인의 항변은 고의를 증명하는 자료 앞에서 힘을 잃습니다
매도인이 입주권 불가를 알았다는 사실은 정황과 문서로 입증됩니다.
매도인은 대개 “나도 몰랐다”, “매수인이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책임이다”라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수사기관은 단순히 거래가 잘못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사기를 인정하지 않고, 매도인이 계약 당시에 알고 있었는지를 객관적 자료로 따집니다. 이때 쓰이는 자료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매도인이 그 빌라를 취득한 경위입니다. 신축 분양을 받았거나 지분 쪼개기 목적으로 직접 지은 사람이라면 권리산정 기준일과 분양 자격 문제를 몰랐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구청·조합에 문의한 이력이나 조합 공고문, 이주·분양 안내문을 받은 사실입니다. 셋째, 계약 전후로 주고받은 문자·카카오톡 대화와 중개사 통화 내용으로, “입주권 나옵니다”, “분양 자격은 문제없어요” 같은 표현이 있으면 적극적 기망의 직접 증거가 됩니다. 넷째, 매매가 수준입니다. 입주권이 없는 빌라의 시세와 입주권이 있는 빌라의 시세는 크게 차이가 나는데, 매도인이 입주권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을 받았다면 이를 알고 팔았다는 정황이 됩니다.
한편 공인중개사가 입주권 여부를 확인·설명하지 않았거나 허위로 설명했다면, 공인중개사법상 확인·설명의무 위반으로 중개사 쪽에도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고, 중개사가 매도인과 공모했다면 형사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매도인이 계약 당시에 입주권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말로 알지 못했고 객관적 자료로도 이를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면, 사기죄의 고의가 부정되어 형사처벌은 어렵습니다. 이 경우에도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민사로는 계약 취소나 책임 추궁의 길이 남아 있습니다.
매도인이 알았는지는 취득 경위, 안내문 수령, 대화 기록, 매매가 수준을 종합해 판단되므로 자료 확보가 승패를 가릅니다.
4. 형사 고소와 별개로 민사에서 계약을 취소하고 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사기에 의한 취소(민법 제110조)와 착오 취소(민법 제109조)는 기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
형사 고소만으로는 매매대금이 자동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민사에서는 먼저 민법 제110조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를 주장할 수 있고,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 취소가 받아들여지면 매매계약이 처음부터 무효가 되어 매수인은 낸 대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고 매도인은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받게 됩니다.
매도인의 기망을 입증하기 어렵다면 민법 제109조 착오 취소도 검토합니다. 입주권 유무는 계약의 내용에 해당하는 중요 부분의 착오로 인정될 여지가 있으나, 착오가 매수인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에는 취소가 제한되므로 계약 전에 매수인이 어느 정도 확인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이와 함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민법 제750조)으로 대금 차액과 취득세·중개보수 등 부대비용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한편 매수인이 이미 해당 빌라에 대해 도정법 제39조 제2항(투기과열지구에서 관리처분계획인가 후 양수한 자는 조합원이 될 수 없음)이나 현금청산 대상 여부를 이유로 조합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다면, 사업시행자에 대한 손실보상(청산금) 청구와 매도인에 대한 책임 추궁을 병행해 손해를 줄이는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실무에서 놓치기 쉬운 점은 시간입니다. 취소권의 기간, 소유권 이전 후 빌라가 제3자에게 넘어가는 위험, 매도인이 대금을 처분하는 위험이 모두 시간이 갈수록 커지므로 처분금지가처분이나 가압류 같은 보전처분을 빨리 검토해야 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장을 내기 전에 계약 당시의 증거를 정리하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정합니다.
부동산 매매 사기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매도인 주소지나 부동산 소재지가 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및 중개사 조사 → ③공소청(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공소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처벌이 무거워지므로 사안의 규모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입주권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는 감정적으로 매도인에게 항의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증거를 모으는 것이 좋습니다.
매매계약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을 확보해 사용승인일과 소유권 변동 시점을 정리합니다.
관할 구청 정비사업 담당 부서나 조합에 해당 호수의 분양 자격 여부를 문서로 확인받고, 정비구역 지정·고시일과 기준일을 대조합니다.
매도인·중개사와 주고받은 문자, 카카오톡, 통화 녹음 등 “입주권이 나온다”는 취지의 표현이 담긴 기록을 원본 그대로 보관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갖춘 다음 형사 고소와 민사상 계약 취소·대금 반환 청구, 필요하면 보전처분까지 함께 진행하면 실제로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마치며
재개발 빌라 거래는 “큰돈이 걸린 일이라 확인했어야 했는데”라는 자책 때문에, 혹은 “계약이 이미 끝났으니 어쩔 수 없다”는 체념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주권이 나오지 않아 피해를 입은 매수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호소보다 매도인이 언제부터 그 사실을 알았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계약 당시 대화 기록, 중개사 설명, 조합·구청 회신이 쌓일수록 형사 고소와 민사 취소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매도인 입장에서도 “사는 쪽에서 알아서 확인했어야 한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계약 당시 실제로 무엇을 알았고 어떻게 설명했는지, 매수인에게 확인할 기회를 주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부동산 거래를 둘러싼 사기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같은 거래가 전혀 다른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매도인이 “입주권 나온다”고 말한 적은 없는데도 사기가 될 수 있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매수인이 입주권을 보고 산다는 점을 알면서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숨겼다면 부작위에 의한 기망이 문제됩니다. 다만 매도인이 그 사실을 계약 당시에 알았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Q. 중개사가 입주권이 된다고 해서 샀는데 중개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A. 중개사가 확인·설명의무를 어기고 잘못된 정보를 알려 손해가 생겼다면 공인중개사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설명서와 대화 기록이 중요한 증거입니다.
Q. 계약서에 “현 상태 그대로 매매” 특약이 있으면 불리한가요?
A. 그런 특약이 있어도 매도인이 알면서 숨긴 사실까지 면책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매도인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다투어지므로 특약 내용과 체결 경위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Q.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기간이 있나요?
A. 사기나 착오로 인한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계약일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하므로 입주권 불가를 알게 된 즉시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Q. 고소하면 매매대금을 바로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형사 고소는 처벌을 구하는 절차이고 대금 반환은 민사 청구나 합의로 해결됩니다. 실무에서는 형사 절차에서 확보한 기록을 민사 입증자료로 쓰고, 가압류 등 보전처분을 병행해 회수 가능성을 높입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고의 인정 여부를 가르는 경우가 많고, 피해액이 큰 사건은 가중처벌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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